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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주 해보았을 생각. 로또라도 당첨이 되어 지긋지긋한 직장 때려치우고 싶다 라는 거다. 남들 직장에 있을 때, 어딘가를 여행하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미래를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한다. 십 대에 우리 집이 부자였으면 하고 바랐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한달 한달 버티기 위해 월급을 쪼개 쓰고, 급여일이 다가오면 현금이 없어 쩔쩔매는 생활을 한다. 이럴 때 단돈 몇십만원 이라도 누군가 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간절함을 아는 사람은 안다.
사람들은 투자를 한다. 월급을 쪼개 돈을 모아 적금을 하던가 주식에 투자하게 된다.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드물다. 은행 직원의 요청으로 외환 적금과 적립식 펀드를 시작했었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 투자했던 원금이 계속 빠지자 굉장히 불안했다. 주식이나 투자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투자방법이란 걸 알았다. 그 불안함이 싫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는 생각지도 못한다.
주변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망한 사람도 보았고, 가진 것을 털어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한순간에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우려를 하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는 가상화폐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게 된다.
마론제과에서 근무하는 B03, 즉 ‘무난이들’ 3인방은 기업에 입사했으나 5평, 6평, 9평의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까지 가지고 있는 사원들이다. 올해의 야근 직원으로 부상까지 받았지만, 근무평가는 이들의 말로 무난이다. 무난이들 3인방은 함께 모여 밥도 먹고 몰래 만나서 회사 사람들 흉도 보는 등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스낵팀의 정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강은상, 회계팀의 김지송은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어 서로를 친자매처럼 여겼다.
회사에서 ‘강은상회 ’라는 이름을 걸고 직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팔았던 은상 언니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 돈을 굴리고 싶어했다. 셋이 함께 점심을 먹은 날 입가에 비식비식 배어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은상 언니를 보고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가상화폐라고 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이 계속 올라 저도 모르게 미소가 배어난 것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지송과는 달리 다해는 가상화폐 투자가 궁금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것이. 지지부진한 회사 생활에서 활력소가 될 것 같았다. 물론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일확천금을 노렸다. 비록 검색 사이트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심 불안했다. 가상화폐라는 게 등락을 넘나드는데 전 재산을 털어 채굴해서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우려를 했던 것 같다. 투자했던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되어 다해와 은상 언니를 힘겹게 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다해가 은상 언니를 따라 투자한 순수익이 1억이 넘은 날, 부정적이었던 지송이까지 투자에 뛰어들어 우려를 가중시켰다.
취직하기도 힘든 요즘, 하루하루가 버거운 청춘들을 위한 소설 같았다. 비록 가상의 상황이지만 3억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혹은 즐거움이었다. 물론 가상화폐의 그래프가 등락할 때 투자한 사람들의 마음은 널뛰기했을 것이다. 떡락을 할 때는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떡상을 할 때는 온 세상을 가진듯했을 것이다. 다소 위험하지만 투자한 가상화폐가 올랐을 때의 그 희열은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여행을 갈 때 대부분 차 한 대에 함께 타고 다닌다. ‘각자의 핸들에 각자의 엑셀을 밟는다.’ 라는 표현은 각자의 차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문장만 보아도 이들이 어떤 결과를 가졌는지 예상할 수 있다 .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즐거웠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일확천금을 가졌다는 쾌감 같은 게 느껴졌다. 결말이 좋았다. 특히 정다해가 선택한 결정이 좋았다. 다해가 가진 돈은 비록 힘든 직장생활이어도 이제는 즐거움의 원천이 될 것이다. 삶의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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