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노예 남편 아내 -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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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노예남편아내 #우일연 #피카FIKA

 

 

노예제도와 남북전쟁은 지울 수 없는 미국의 역사다. 노예제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로 인간을 하나의 재산으로 보고 사고팔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의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노예의 신분이 되었다.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몸 전체가 유색인종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주택 담보 대출처럼 노예를 담보로 잡혀 돈을 빌리고 이자를 갚는 등 인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아이, 형제자매 혹은 남편을 따로 팔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과 남북전쟁 시까지 계속되었다. 이 소설은 예속 피해자인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가 자유를 위해 탈출한 4일간의 여정으로 노예제도에 맞선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미국의 역사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밝은 피부인 엘렌이 머리를 자르고 병약한 백인 남성 신사로 변장하여 주인으로, 윌리엄은 그의 노예로 위장하여 각자 여행을 시작했다. 엘렌과 윌리엄은 도망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엘렌은 바느질로, 윌리엄은 시간 외 일을 하며 도망 자금을 모았다. 부유한 백인 신사로 변장하기 위해서였다. 기차나 마차에 탔을 때 사람들은 엘렌을 신사로 대했다. 그들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위험은 산재해 있었다. 도망 노예를 잡으려는 노예 사냥꾼을 피해야 했으며, 노예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병을 핑계로 서명을 피하는 방법을 썼다.

 

 

메이컨에서 출발했던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펜실베이니아에 무사히 도착했다. 크래프트 부부의 용감한 도전과 용기 때문이었다. 이후의 여정은 도망 노예를 숨겨주고 노예제도 반대자들의 도움 덕분에 자유의 나라에 안착할 수 있었다. 남편과 아내가 노예에 관한 생각이 다를 경우, 이혼을 감행하면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예속 피해자가 노예 사냥꾼에게 잡히면 여성은 화려한 집으로 팔려 가거나 매질을 견뎌야 했다. 그들의 여정 속에 자유 흑인으로 납치당해 노예가 되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솔로몬 노섭도 강제로 지나갔던 길이기도 했다. 솔로몬 노섭이 아직 노예 상태였던 1848년의 일이다. 그때는 자유 흑인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는 자유를 위해 죽음과 두려움을 무릅쓴 도전을 했다. 그들은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기로 했다. 도망 노예였던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뜻을 같이해 노예제도 반대 운동에 참여하였다. 정의는 승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노예제도 반대자들은 뜻을 모아 도망 노예를 숨겨주었고, 엘렌과 윌리엄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일연은 미국의 역사와 노예제도를 치밀하게 조사하였다. 소설 형식으로 쓰였으나 역사와 사실을 바탕으로 했고, 엘렌과 윌리엄의 기록과 그들의 후손을 인터뷰한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인간 재산을 상속받은 미국 정치인의 실상에 고개를 찌푸리게 되었다. 그들은 인간 재산의 상속 행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앞장서서 노예제도를 반대하지 않았다. 노예제도가 종식되어야 할 악은 맞지만, 점진적 해방을 선호했다는 말이다. 2024123, 우리나라의 비상계엄령이 발표되었을 때 군인과 경찰관의 소극적인 대처와 국민의 적극적인 반대로 실패했듯, 도망 노예에 대한 판결을 흐지부지하게 미룬 재판관 혹은 보안관의 행동, 반대론자들의 극렬한 시위가 있었기에 현재의 결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비와 비교해 보게 된다. 조선시대의 노비 또한 신분에 관한 핍박을 받았다. 아버지와 노비의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를 서자로 칭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국의 노예제도는 자녀로 인정하지 않았다. 예속 가해자가 노예와의 관계로 아이가 생겨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인간 재산으로 여겼다. 예속 가해자가 죽은 뒤 부인에게 노예가 상속되면 딸을 위한 결혼 선물로 이복 자매를 주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작가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기록했다.

 

 

역자 강동혁은 노예제도라는 체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은폐하지 않고 드러낸다.’ 라고 했다. 정확한 기술로 독자들에게 미국의 역사를 알렸다. 인간성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가. 백인우월주의에 빠졌던 미국의 아픈 역사가 있듯 우리 또한 피부색이 다르다고 하여 편견과 차별, 그 편협함에 갇혀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살면서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놓치지 마시길.

 

 

#주인노예남편아내 #우일연 #드롬 #피카FIKA #2024퓰리처상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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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아무튼 시리즈 30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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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여름 #김신회 #제철소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은 아이들이 졸립다고 하면, 맥주 이야기를 하셨다. 한여름,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가 얼마나 시원한지 아냐고 말이다. 술을 몰랐던 그때의 우리는 선생님의 말이 먼 미래의 단어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친 마음에 다가오는 한 줄기 빛처럼 시원하게 적셔줄 맥주 한잔의 위력을. 어딘가를 여행할 때 혹은 금요일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잔도. 여름에 마시는 맥주 한잔을 이야기하는 김신회의 산문을 읽자니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왜 독자들이 아무튼, 여름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다.

 

 

내게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날 수 있는 휴가가 있던 날이었으므로. 일정을 맞춰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 계획을 세우며 설레었던 기분을 알 것이다. 김신회 작가에게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었으며, 초당 옥수수의 계절이었고, 샤인머스캣이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름 한 철의 사랑 혹은 연인 아닐까. 아니면 한여름의 치앙마이일 수 있다. 비록 빌린 아파트에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치앙마이였을지라도. 여름의 추억이긴 하다.

 

 

그러고 보니 치앙마이의 여름이 떠오른다. 2~3년 전에도 다녀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첩을 보니 20198월에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다. 호텔을 예약하고, 치앙라이까지 다녀오느라 지쳤으나 저녁마다 맥주 한잔과 같이 먹었던 음식은 아주 달았다. 여행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마치 세상에 아무도 없는 양, 우리만 존재하는 것처럼 군다.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유튜브 <핑계고>의 오스트리아 빈 여행기를 보았다. 출연자들이 걷는 거리, 식당, 궁전의 그림 등을 보며 여행이 가고 싶었다. 사정상 해외에 갈 수 없으니 국내라도 다녀와야 했다. 김신회 작가의 여행기도 마찬가지였다. 느리고 게으른 작가의 여행이라 더 부러웠다. 외국여행 가서 게으름을 피워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아쉬움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여름만 되면 이 책을 꺼내 읽는다는 독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재쇄를 찍는다고 했다. 어떤 여름이기에 이렇게 좋아할까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아무튼, 여름에는 우리가 누렸던 과거의 추억이 들어있었다. 잊고 싶지 않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시간이었다.

 

 

여름만 떠올리면 무작정 가슴이 뛴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여름 하면 떠올리는 드라마 <수박>을 말한다. 변변찮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좋아하는 여름 드라마나 영화를 떠올려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생각난다. 타인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물건을 훔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아버지가 이상했다. 피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영화였다. 가족 모두가 바다에 나가 여름을 즐기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보통의 가족, 특별할 거 없는 여름의 바다.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장면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그 어디서든 여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다. (107~108페이지)

 

 

봄이면 봄이라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서 좋다. 계절에 따라 달리 변하는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며 계절 감각을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뜨거운 여름이 좋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는 나, 무언가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아무튼, 여름을 읽어보시길. 지나간 우리의 추억이 깃들어 있을 테니. 나 여름 좋아했네!

 

 

 

#아무튼여름 #김신회 #제철소 #아무튼시리즈 #에세이추천 #책추천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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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 화이 오늘의 젊은 작가 47
배지영 지음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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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화이 #배지영 #민음사

 


 

젊은 작가들이 그리는 미래는 온통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몇 명 남지 않은 허무의 세계에 가깝다. 좀비가 가득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인간성은 찾아볼 수 없고, 서로가 가진 것을 탐하기 위해 살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의 한 곳에서는 타인을 배려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인간이 존재한다. 모든 게 사라진다고 해도 인간의 다정한 마음 한 조각은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배지영이 펼치는 미래 또한 세상의 종말을 맞이한 어느 섬이 배경이다. 갑자기 걸어 다니는 시체로 변한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지하의 세계에 거주하는 인간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좀비처럼 살아있는 인간을 먹으려 하지 않고 그저 줄을 지어 걸을 뿐이다. 시취가 있어도 걸어 다니는 자를 피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어쩐지 평화가 찾아온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했던 지하의 세계에서 지상의 환한 세계로 이동해 온 것만 같다. 지하에서 하수관을 청소하는 남자 담과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일하는 여자 화이가 살아남은 자다.

 

 


담이는 작은 키에 왜소한 몸을 가졌다. 그는 걷는 자들을 강으로 인도하는 일을 한다. 걷는 자들은 물속에 머리까지 완전히 잠겼을 때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았다. 하루 일과가 그들을 물속으로 인도하는 일이었다. 마치 그들에게 안식을 주는 것 같다.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듯 하루도 빠짐없이 그 일을 했다.

 





 

백화점 주차장 정산소에서 근무했던 화이는 신상이 털려 사기꾼, 꽃뱀으로 몰렸다. 모든 사람이 시체로 변하고 그들에게서 썩는 냄새가 났다. 화이는 백화점 브이아이피룸에 기거하기 시작했다. 수백만 원 대의 물건을 가져와 걸쳐보고 비상 물품을 가져와 텐트에서 지냈다. 백화점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던 화이는 걷는 자들을 물속으로 밀어 넣는 담을 발견했다.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은 좀비들보다 오히려 살아있는 인간이 무서웠다.

 

 


아마 담이는 화이가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살아있으니 함께 협력하여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언젠가 하수관 청소 때문에 방문했던 연구동에 화이를 초대했다. 연구동은 전쟁이 나도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부족함이 없었다. 누군가 함부로 찾아올 수 없는 지하대피소 같은 비밀 장소였다.

 

 


좀비들은 무리지어 걸어 다닐 뿐 살아있는 자들을 해치지는 않았다. 비교적 평화로웠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서 남녀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전쟁 중에서도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담이와 화이는 서로 결이 달랐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못 견뎌 하는 관계에 가까웠다.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가졌으나 어느 순간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관찰할 뿐이었다.

 


 

담이와 화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담과 화이가 새로운 인간세계를 만들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만약 이 세상에 단 둘뿐이라면 서로 협력하며 살아야 한다. 도저히 맞지 않는 관계라면, 이웃사촌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도 될 법하다. 이 평화가 계속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클라이맥스는 언제나 마지막에야 오는 법이다. 의문의 드론이 나타나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작가는 세상의 종말에서 창세기를 생각해 본 이야기.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아담이 되고픈 남자와 이미 죽어 버린 사랑을 찾으려는 한 여자가 서로를 참아내는 이야기.” 라고 했다.


 

 

나름 담이와 화이를 파악했다. 부모의 부재, 어려운 가정환경, 내세울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사회의 밑바닥 생활을 했던 이들이다. 세계가 망하면 구분 짓던 모든 계급이 사라진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를 떠올렸다. 그리고 하와를 유혹하는 뱀이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을 원했을지 모른다. 이 세상에 단 둘뿐인 이들은 보통의 우리처럼 서로를 견딘다. 우리가 원치 않은 타인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면 저절로 달라지는가. 임신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적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진다. 결국에는 타인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걸,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소통의 부재, 그럼에도 살아내는 이야기였다.

 

 


#담이화이 #배지영 #민음사 #오늘의젊은작가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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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2 : 오스의 왕 킹덤 2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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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2오스의왕 #요네스뵈 #비채




 

형제애와 가족의 의미를 묻는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카인과 아벨 신화를 보는 듯하다. 질투와 시기, 왕국의 왕이 되기 위해 형제의 아내 혹은 여자를 탐한다. 카인과 아벨 형제는 경쟁 상대였다. 칼과 로위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은 로위 오프가르의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난독증은 중요하지 않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돈의 흐름을 읽는 사업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형제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살인을 저지르는 횟수가 늘어갔다. 싸우다가 실수로 죽은 형제의 아내를, 부모의 죽음을 캐러 온 보안관을 밀어버리는 행동을, 빚 독촉을 하는 사람들을 낭떠러지 아래로 밀었다. 그럼에도 형제는 천 명가량의 주민들로 구성된 오스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일곱 건의 살인을 저질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주변 사람 모두 지켜주는 듯하다. 독자 또한 마찬가지다. 불법 거래 장면을 보아도 들키지 않기를 바란다. 보안관의 시선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아마도 딸에게 학대를 가하는 모에를 혼내줬던 이유가 클 것이다.




 

일곱 건의 살인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던 로위 오프가르가 몇 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오스 호텔과 스파, 주유소를 가진 오프가르를 위해 거래하는 장면이었다. 지질학 연구 보고서를 조작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오스 왕국이 튼튼해지기를 바랐다. 첫 번째 이야기가 나온 지 거의 5년 만에 나왔기 때문에 지난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는데, 읽다 보면 과거 회상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 첫 번째 작품을 다시 읽지 않고도 가능하다.







 

북유럽 스릴러를 읽을 때면 놀라곤 한다. 스릴러소설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파헤쳐 살해했던 이유를 알아가고 살인자를 찾기 위한 분투가 대부분이다. 물론 연쇄살인마가 등장하기도 한다. 일단 이 작품은 주인공이 살인자라는 사실이다. 일곱 건의 살인을 저지른 형제지만 연쇄살인마라고 주장하기에는 애매하다. 동생의 허울을 덮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보통의 인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 혹은 정의로운 인물로 비친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

 




독자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로위의 행동이 과하다고 여기긴 하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보안관 쿠르트 올센은 끊임없이 로위를 의심하고 뒤쫓는다. 누군가 시체로 발견된다. 독자는 누가 살해하였는지 알고 있고, 소설 속 인물인 쿠르트는 정황상 로위를 가리킨다고 의심하지만, 로위는 유유히 빠져나간다.




 

폭발하는 소행성 조각들이 지금 나를 향해 마구 날아오고 있었다. 결국은 그 조각들은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된다던 쿠르트 올센의 말이 당연히 옳았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화면에 게임 오버라는 말이 뜨고, 음악이 멈추고, 불이 꺼질 때까지 그냥 계속 게임을 해야 할까? (418페이지)




 

요 네스뵈 소설이 그렇듯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 상세한 상황을 보여준다. 가끔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나오지만, 친족 간의 학대는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외국에서도 다르지 않은지 이런 사건이 비치긴 한다. 이 소설의 근간도 가족 간의 학대에 있다. 가족의 안온함은 찾아볼 수 없다. 서로 견제하고 신뢰하지 못한다. 감추고 싶은 치부를 수면 위로 끌어낸다. 소도시의 사람들의 시선은 한곳에 모인다. 응원하는 팀도 같고, 같은 주유소를 이용할뿐더러 어떤 사정이 있는지 다 꿰뚫고 있다. 끈끈한 유대로 이루어진 공동체라고 할만하다.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정의는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르다. 진실 또한 언젠가는 드러난다고 말하고 싶지만 꼬리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스릴러소설의 묘미다. 요 네스뵈 나빴다. 살인범을 응원하게 하다니 말이다. 로위의 안위를, 그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로위 오프가르 이야기는 계속될지 모른다.

 

 



#킹덤2오스의왕 #요네스뵈 #비채 #소설 #소설추천 #스릴러소설 #유럽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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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워프 시리즈 10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허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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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옥타비아버틀러 #허블



 

산불이 몇 달 동안 계속되거나 홍수 혹은 해일이 덮쳐 인간이 터전을 잃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자연재해가 늘고 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아 인간이 살상을 당하고 있다. 미래의 지구는 폐허 상태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이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지구를 상상해 보면 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지만, 자연재해가 점점 정도를 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기후환경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래의 지구는 인간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곳인지도 모른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 새벽처럼 말이다.



 

새벽은 제노 제네시스 시리즈의 첫 번째로 이종 발생을 뜻하는 단어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릴리스가 우주 함선에서 알몸으로 깨어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외계인에게 침략 당한 거로 보이지만 외계인이 릴리스를 구해주었다고 말한다. 릴리스의 이름을 살펴보자면, 성경에서 아담의 첫 번째 부인으로 뱀의 일종 혹은 밤의 정령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릴리스는 인간과 비슷해 보이지만, 촉수가 여러 개인 메두사나 거미 불가사리와 비슷한 몸을 하고 있는 외계인과 맞닥뜨린다. 오안칼리라고 불리는 그들은 멸망한 지구에서 인간을 구했다고 말하는 존재다. 가사 상태에 빠진 인간들을 깨워 교육을 시켜 지구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한다.



 

소설에서는 오안칼리의 울리스를 그것이라고 명명한다. 릴리스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주변에서 맴돌면서 그것들의 말을 듣는다. 인간이 아닌,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의 개체라고 할 수 있다. 수컷과 암컷, 그 가운데 울리스가 끼어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삼중 결합의 형태로 그들의 아이를 잉태한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안칼리들은 새로운 종과 결합해 아이를 낳아야만 미래의 삶을 기약할 수 있다. 즉 이종교배를 통해야만 한다.

 






오안칼리들은 촉수가 발달해 있다. 촉수를 이용해 인간에게 감각 물질을 넣는다. 메두사의 머리처럼 움직이는 촉수는 인간의 몸을 감고, 팔로 찔러 감각을 조정한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암컷과 수컷, 울리스가 함께 누워 촉수를 이용해 쾌락을 느낀다는 거다. 그것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릴리스는 가사 상태에 빠져있던 인간들을 깨워 그들을 교육할 때,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 조지프와 짝을 이룬다. 울리스 니칸지는 릴리스와 조지프를 연결해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연다. 일찍이 인간들을 깨우기 전 릴리스는 니칸지를 교육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성인이 되기 전, 그의 곁에서 교육하고, 니칸지는 릴리스를 상호 교육하는 행동을 취했다.



 

오안칼리는 릴리스에게 인간들을 깨워 그들을 교육시킨 다음 지구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장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장소였다. 인간들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싸우고, 상대방을 해하는 게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짝을 이룰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가했다.



 

릴리스는 그것들과 거리를 두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울리스를 살리는 행동을 한다. 니칸지가 인간들에게 위협을 당해 감각 손이 잘렸을 때, 다른 인간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켓을 벗고 니칸지의 옆에 누웠다. 그를 살리고자 했다. 이미 릴리스는 오안칼리의 일원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릴리스가 오안칼리를 살리고, 오안칼리의 가족인 울리스가 릴리스를 보호하고자 했던 행동들에서 드러났다. 이들의 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결말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로 말하자면, 백인들의 장르였던 SF계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인물이다. 흑인 여성으로서 SF소설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이나 블러드 차일드와일드 시드, 우화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주인공은 예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처럼 현대 여성이 과거 노예 제도가 있던 미국 남부의 흑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보라. 아찔하다. 이번 작품 새벽에서도 릴리스로 하여금 외계인들의 세상에서 눈을 떠 그들의 아이를 교육하고, 인간들을 깨워 교육하는 과정에서 모험을 하는 여정을 다뤘다. 고향인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전진하는 인간들을 보며 비슷한 상황이라면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터전을 잃고 외계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지 않는가. 옥타비아 버틀러는 미래의 삶과 여성으로서 지위 혹은 차별 즉 젠더에 관한 철학과 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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