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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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지 200년이 넘은 소설이 여태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보편적인 정서를 담았다는 이유일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마치 내 일처럼 여겨진다는 것. 여전히 진행되는 일이라는 것.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다. 많은 로맨스 소설의 결말은 결혼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여러 갈등 요소를 겪은 이후에 결혼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대부분이 결혼과 사랑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결혼 풍속도는 소설을 쓴 시대와 현재를 아우른다.


 

오만과 편견19세기 영국의 결혼 문화와 로맨스를 엿볼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의 지위, 경제적인 이유로 나누어진 계급 사회를 풍자한다. 더불어 아들이 없는 경우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그 재산이 아내와 딸들에게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사촌 남자에게로 가는 한정상속제도를 비꼰다.

 


 

소설에서처럼 많지 않은 재산을 가진 베넷 씨가 사망했을 때 딸 다섯인 베넷 가의 재산이 그의 사촌 콜린스 씨에게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 부분을 베넷 부인의 무척 억울해한다. 콜린스 씨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콜린스 씨는 자기가 베넷 가의 재산을 탐낸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그들의 딸 중 한 명과 결혼 하고 싶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강력한 거절로 가난한 집의 딸인 샬럿과 결혼하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거절 장면은 무척 즐겁다. 재산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당찬 성격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샬럿의 결혼은 엘리자베스를 안타깝게 한다. 그렇지만 샬럿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돈이 많지 않은 스물일곱 살의 노처녀인 샬럿이 결혼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엘리자베스는 나중에야 그걸 인정하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은 베넷 가의 첫째 딸 제인과 엘리자베스다. 그들과 짝을 이루는 빙리 씨와 다아시 씨는 영국 사회의 신분과 계급, 경제적인 면에서 최고의 신랑감이다. 아름다운 제인을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 상냥한 빙리. 성격상 잘 알지 못한 사람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다소 무뚝뚝한 다아시는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최고 신랑감의 구분은 연 수입이 몇 파운드냐에 따라 다르다. 빙리는 만 파운드 이상이고 다아시 씨는 그보다 훨씬 많다. 즉 경제적인 면만 보면 다아시 씨가 훨씬 훌륭한 신랑감이다. 돈을 밝히는 속물로 비치는 베넷 부인은 빙리가 제인에게 다정하게 대하자 그들이 곧 결혼할 거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기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은 제인 때문에 빙리와 제인은 한 번의 이별을 겪는다. 물론 제인에게 직접 마음을 확인했으면 좋으련만 빙리는 자신보다는 다아시 씨의 판단을 믿는다.

 


아마 많은 여성 독자들은 엘리자베스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것 같다. 제인보다 외모가 출중하지 않지만 당찬 성격에 할 말은 하고 눈빛이 아름다운 영특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분별력이 좋았다. 평생 결혼하지 않은 제인 오스틴은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을 투영했을 것 같은데 사랑의 결말을 결혼으로 나타냈다는 점이 다르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씨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상대방을 믿지 못했다. 엘리자베스는 위컴의 말을 믿고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고 다아시 씨는 자기의 눈에 비친 베넷 부인의 천박함과 제인의 불분명한 감정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제인의 마음이 빙리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은 베넷 부인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베넷 집안에서 빙리를 떼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엘리자베스에게 사로잡혔다.

 


애를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 봤자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67페이지)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자 받아들이지 못했던 장면은 그의 오만함을 엿볼 수 있다. 자신 정도의 조건이라면 엘리자베스가 거절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외삼촌 가드너 씨와 여행 중 더비셔의 펨벌리 저택에 가게 되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살이 있는 펨벌리를 보고 펨벌리의 안주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탄식하는 부분은 어쩐지 우리를 보는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업도 좋아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 하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더 좋다. 무엇보다 다아시 씨처럼 부자면 금상첨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에 울고 웃는다. 오만과 편견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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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9 14: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만과 편견이 일단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엘리자베스가 정말 매력적인^^
 
여행자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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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라고 하는 건 모름지기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돌아올 장소가 없는 사람을 여행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영원히 떠도는 사람. 그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없는 사람. 마땅히 돌아올 장소가 없다면 그의 앞에 죽음 외에 뭐가 있을까.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던 수정의 밤무렵 사업가인 한 유대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그 순간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여했던 오토 질버만은 사업가이자 유대인이다.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스스로 독일인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유대인으로만 본다. 다만 그는 이름을 빼고는 아리아인의 외모를 가졌다. 그는 아들이 있는 프랑스로 가고 싶다. 프랑스에 있는 아들에게 거주권을 알아보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리아인은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집을 사려하고, 동업자인 아리아인은 그를 배신한다. 아내는 아리아인 오빠에게로 향하고 돈을 여행 가방에 넣고 그는 독일을 떠돈다. 기차에서 군인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등칸을 탔으나 많은 유대인들이 일등칸에 있는 걸 보고 그는 이등칸과 삼등칸을 헤맨다.


 

어디에라도 숨고 싶은 그는 사업상 자주 다녔던 호텔에 가지만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가진 돈은 많지만 그는 어디에도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없었다. 그와 관계했던 독일인들은 이제 그가 유대인이라며 피한다. 아내의 오빠가 힘들 때 보증을 서 주었어도 자신의 여동생은 자기의 집에서 머물 수 있으나 유대인인 그에게 내줄 방은 없다고 거절한다.

 

 

 

오토는 돈이 필요한 젊은이의 도움을 받아 벨기에의 국경을 넘으려고 하지만 벨기에의 경찰에 발각되어 다시 독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내민 뇌물을 제발 받아주고 그를 구해주길 바라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을 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숲을 넘어 다시 돌아온 그에게 독일은 그가 살아온 터전이 아니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배제했고 유대인에게 독일은 그저 넓은 강제수용소에 지나지 않았다. 유대인이면서 다른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그가 얼마나 아리아인이고 싶은지 알 수 있다.


 

기차에 유대인이 너무 많군. (중략)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 거라고. 당신들 때문에 내가 불행 공동체에 빠져버렸잖아! 나는 보통 독일 사람과 다른 점이 전혀 없지만, 당신들은 정말 다를지도 몰라.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고. 그래. 당신들이 없었다면 나는 쫓기지도 않을 거야. (251페이지)

 


독일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독일인이다. 하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인종 청소의 대상이 되었다. 유대인인 오토 질버만이 기차를 타고 독일을 헤매는 중 그는 유대인들을 경멸하고 자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자기가 이런 취급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하층민들과 달리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많은 부를 누리고 있었다. 그가 살고 있던 집은 11만 마르크에 달했다. 보통 젊은이들이 결혼하는데 천 마르크가 있으면 어느 정도 가능한 돈이었다는 점이다.

 

 

 

작가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가 유대인 박해 사건인 수정의 밤소식을 들은 후 쓴 두 번째 소설이며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다가 8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작품이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보다 먼저 쓰인 작품으로 보다 직접적인 유대인 박해 사건과 그것을 겪는 사람의 마음들을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아픈 역사를 유대인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오토 질버만이 겪는 그 모든 감정에 공감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절망뿐인 상황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품어 보는 그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수많은 질문을 건네는 장면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가 애타게 머물 곳을 찾을 때 무심했던 사람들이 어디 그들뿐일까.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않다는 게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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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3-29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대인 관련된 책은 너무 암울하고 비참해서 이제는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너무 많은 작품이 나와 있기도 하고... 그래서 책소개 보고도 구입 망설였습니다.
이 책은 조금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인종, 혈연 공동체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한 인간의 생존욕망 같은 것이 엿보이네요. 이제는 이런 집단의식은 사라져야하겠죠.
keep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인상깊게 읽은 책은 엘리 위제르의 <벽너머 마을> 이었습니다.
 
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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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들었던 것이 떠오른다냉동되었던 사람을 해동시켰을 때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였다아마 어떤 뉴스를 들었던 것인지읽은 소설이었는지 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상상해 보자실험을 위해 어떤 사람을 액체 질소에 담가 냉동시켰다시간이 흐른 후 해동했을 때 이 사람은 다시 살 수 있을까냉동되기 전의 온전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살아있는 사람이 잠든 상태 혹은 죽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삶은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해야 한다이 실험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수많은 의문이 생기게 한다더불어 안타까움도 들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비행사는 아주 놀랍다과거 스탈린의 동물 냉동 실험 대상에 참여하였던 한 사람이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병원에서 깨어난 남자에게 그의 주치의라고 한 가이거는 그의 이름이 인노겐티 페트로비치 플라토노프라고 말한다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그는 다만 통곡을 할 뿐이었다가이거는 인노겐티에게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기록하라며 공책을 가져다주었다그의 기억이 제대로 돌아오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자기가 사고를 당했던 것인지 가이거에게 묻지만 그는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는다인위적인 기억이 그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다 문득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그녀의 머리카락 색깔과 냄새가 기억났다간호사가 놓고 간 약봉지에서 지금이 1999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가 태어난 해는 1900년이었다그럼 그 시간 동안 자기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거울 속 그의 모습은 젊은 남자였다가이거는 냉동 보존술에 대한 기사를 건네주었다그 기사에 의하면 나중에 해동시켜서 다시 살아나게 하려고 냉동시켜 보존한다는 내용이었다많은 사람이 냉동 보존되고 있지만 이제까지 해동되어서 살아난 사람은 없었다.

 


과거의 기억을 찾기 시작하면서 인노겐티는 언론에 노출된다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실험은 성공적이었으며 그의 기억도 점차 명확해진다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집의 한 공간을 사용했던 세입자들아나스타샤와 콜바사 소시지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던 자레즈키를 떠올렸다그리고 아나스타샤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최근에 요양원에 입원중인 아나스타샤를 만나러 가지만 그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소설의 주된 인물은 많지 않다인노겐티 플라토노프와 독일계 러시아인 의사인 가이거그리고 아나스타샤의 손녀딸인 나스챠다처음엔 인노겐티의 입장에서 20세기 러시아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하지만 이후엔 세 사람의 관점에서 인노겐티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존재와 그 이유에 대하여 말한다.

 


 

인노겐티가 궁금했던 건 그가 살아보지 못한 삶이었다그가 냉동되었을 때 세상은 변했고그 변한 세상이 궁금했다동 시대 사람의 생을 파악했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잃어버린 자신의 삶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였던 듯하다과거의 기억을 떠올릴수록 점점 잃어버린 생이 간절해졌다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삶을 통째로 잃어버린다면 우리 또한 먼 훗날에 가슴아파할지 모른다비록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인노겐티는 비행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었다하늘 아래 비행장에 있는 우리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이지 않나사촌 세바는 그를 가리켜 비행사 플라토노프라 불렀다그가 깨어났을 때 즉 해동되었을 때 그는 어렸을 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다몇 십 년이 지나 깨어난 그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현재에 갑자기 나타난 존재였으며 과거의 흔적들이 사라진 곳에서 과거의 기억들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였다.

 


러시아의 역사 연대기이자 용서와 화해인간 존재의 이유를 말하는 소설이었다이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바 또한 그의 비상하는 삶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또한 어디에도 머무를 수 있는 존재를 가리키는 것 같다소설을 읽는 내내 감탄하였다이토록 감동적인 소설이라니생의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소중한 것인지우리가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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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바라보았을 때 너무도 작은 섬이라 눈에 띄지 않는 바뢰이 섬. 이 섬의 유일한 주인이자 바뢰이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섬 주인인 한스 바뢰이의 딸 잉그리드의 세례를 위해 목사가 방문했다. 보트를 타고 다니는 곳이며 파도의 사정이 좋지 않아 목사의 방문이 그만큼 귀한 섬이다. 세 살 난 딸 잉그리드의 세례를 위해 보트를 타고 목사가 방문했을 때, 바뢰이 섬에서 바라다 보이는 본 섬은 아주 작았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장소에 따라서 생각에 따라 모양이 달리 보이는 이유다.

 


 

바뢰이 섬에는 한스의 아내 마리아와 딸 잉그리드, 한스의 아버지 마틴과 여동생 바브로가 있다. 우유수송선을 타고 육지에 가서 학교를 다니기도 하지만 다른 섬들과 고립되어 있다. 딸 잉그리드는 영리하게 보였고, 사람과 마주하지 않으려는 바브로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목사가 염려했던 것보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고립되어 있는 삶에 살고 있는 바뢰이 가족은 젖소와 양들을 키워 우유를 얻고, 오리에게서 털을 얻어 판매한다. 또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날 것으로 혹은 소금으로 간하여 말린다. 그 물건들을 교역소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물건을 사와 섬의 건물 등을 보수하는데 사용한다.


 

세 살 난 잉그리드가 일곱 살이 되어 육지로 나가 학교를 오가고, 학교를 마친 후에는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섬에 있으면 학교가 그립고 학교에 있으면 섬이 그리웠다.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잉그리드는 바뢰이 섬에 속해 있었다. 바브로 고모에게 아들이 생겨 라스라는 이름을 가졌다. 시간이 흘러 잉그리드는 성인이 되어 목사관에서 소개해 준 집의 아이들을 돌보았다. 아이들의 부모에게 일이 생겨 그 아이들을 데리고 바뢰이 섬에 들어와 그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그런 동시에 바뢰이 섬을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인이 되었다.

 


 

북유럽의 한 섬에서도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여 대접했다. 우선 여자들에게 의자가 없어 탁자에 서서 식사를 해야 했다. 마틴의 아내가 아들 한스를 얻자 비로소 의자를 가질 수 있었고, 한스의 어머니가 죽자 그 의자는 한스의 아내 마리아에게로 돌아갔다. 이후 잉그리드가 태어나자 한스는 의자를 만들어 주었다. 라스가 태어나 의자 하나를 더 만들어 가족 모두 의자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잉그리드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담이다. 아버지를 도와 고기 잡는 일을 거들었고 페링 보트를 모는 방법 등 섬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웠다. 물고기나 오리털을 거래할 때 영수증을 받아 자신들을 속이지 못하게 했다. 섬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가장이 되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개척해갔다. 잉그리드와 라스가 이끄는 바뢰이 섬은 육지 사람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잘 헤쳐 나갈 거로 보였다.


 

바뢰이 섬에 살고 있는 바뢰이 가족들을 상상해본다. 때로는 강한 폭풍우 때문에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섬의 동물들이 다칠 수도 있고 물고기를 잡거나 보트로 육지를 오갈 때 세찬 바람 때문에 누군가 바다에 빠질 수도 있다. 위험한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바뢰이 가족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그들의 용기와 삶의 희열에 자기도 몰래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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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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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를 담은 다시, 그림이다와 호크니와 함께 쓴 그림의 역사그리고 현대미술의 이단자들의 저작을 갖고 있는 작가, 비평가 혹은 미술 순례자인 마틴 게이퍼드의 예술과 풍경을 읽었다.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일거로 생각했지만 이 책은 저자가 예술 작품이 있는 도시를 다니며 직접 확인한 미술작품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직접 경험할 것이다. 우리는 사진으로도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실물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회화가 가진 전체적인 힘을 느끼려면 실물을 봐야 한다. 질감이나 투명함의 정도, 붓 자국의 변화, 빛이 반짝이는 방식, 다른 요소의 불투명함 등을 놓치게 된다. (96페이지) 라고 말이다. 저자가 작품이 있는 곳으로 직접 달려가 예술 작품을 보았다.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사람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깊고 풍요로운 경험이다. 라고 서문에서도 밝혔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떠나기를 주저하면서도 떠난 여행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듯, 직접 작품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작품을 제대로 느끼고 감동할 수 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게 되었을 때, 나이에 따라 혹은 감정에 따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듯 예술 작품 또한 어떠한 환경이나 감정에 따라 작품 감상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미술을 찾아 멈추지 않는 여행을 떠났다.

 


미술 에세이로도 읽히는데, 작품 도록을 보고 그림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미술가를 만나고 작품을 보고 인터뷰한 결과에서 예술 작품에 대한 그의 깊이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아내 조지핀과 주로 여행을 다닌 그는 이 책의 시작을 루마니아에 있는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부터 시작한다. 1차 세계 대전 중에 전사한 수십만 명의 루마니아인을 기리려는 의도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그 끝이 하늘 끝에 닿아있는 듯하다. 높이 30미터에 가까운 이 기둥을 브랑쿠시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설명했다.

 


퍼포먼스 미술의 대모라고 불리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아주 어렵게 만났다. 그녀의 작품들 대부분은 신체를 사용하고 노출과 몹시 고통스러운 상황을 동반한다. 책 속의 사진 한 장은 몹시 독특하다.

 

 

1977년 아브라모비치는 다시 연인이었던 울라이와 함께 볼로냐의 갤러리에서 머리카락을 연결하고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본 채 17시간 동안 말없이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는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은유이자 비범한 인내를 보여주는 수행이라고 했다. 사진이나 그림보다 훨씬 느낌이 강렬하고 독창적이다. 비록 그 상태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퍼포먼스를 직접 감상했다면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저자가 아브라모비치를 만나고 난 후, 이전에는 수수께끼 같던 형태의 미술 작품의 의미를 갑자기 깨달았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흰족제비를 안은 여인>은 화가가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는 책이 있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얼추 설명이 비슷해 보인다. 많은 화가들이 그림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기도 했던 것처럼 말이다. 회화나 데생이 아닌 언어를 재료로 하는 작품으로 유명해진 제니 홀저는 아주 어린 시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족제비를 안은 여인>을 보고 작품 속 여자가 작품을 그린 사람처럼 보였다고 했다. 중성적이면서도 지적인 얼굴과 우아하고 섬세한 손을 보고 어쩌면 자신도 미술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제니 홀저와 저자는 그때까지 직접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몇 년 후 아내 조지핀과 직접 그 작품 앞에 섰을 때의 감회가 남달랐음은 분명하다.


 

나는 모든 예술이 어떻게 보면 연금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은, 이를 테면 물감과 캔버스 같은 하나의 물질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179페이지)

 

 

아마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감동하였을 예술가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아닐까 한다. 인터뷰가 아닌 대화를 원했던 사진가. 당시 93세이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와인을 마시며 나누었던 대화가 끝난 후 그는 저자에게 사인한 드로잉 도록을 선물하였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그로부터 3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점심시간이 되어 저자를 초대했지만 함께 점심을 먹지 않았던 게 미안했고 스스로 바보 같다고 여겼다. 그가 했던 말 중 마음속에 남았던 건 강렬함이었다. 그가 강조했던 것은 단지 보는 것이었다. 저자가 직접 작품을 보러 다녔던 것, 예술가를 만났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

 


사진에서 결정적 순간은 사진가가 변화무쌍한 삶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표현적인 형태를 촬영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만나면 반드시 셔터를 눌러야 한다.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사라진다. (245페이지)


 

때로 인생은 즉흥적으로 흐른다. 누군가와 만났을 때, 여행지에서 길을 잃었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흘러갔을 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말처럼 모든 결정적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비평가의 예술 서적은 어떤 느낌일까. 미술 서적치고 생각보다 작은 판형과 촘촘한 글씨 때문에 예술 서적의 고유한 느낌이 없으면 어떡하나 조금은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갈수록 마틴 게이퍼드 만의 예술 철학을 접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지금부터, 직접 경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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