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를 기억한다. 나도 한때 꽤 좋아했던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들은 그것을 오마주한 소설들이 종종 나온다. 린지 페이의 『제인 스틸』도 『제인 에어』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물론 재해석하여 비슷한 면을 부각시켰으며,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에게 처한 상황들을 스스로 헤쳐 나간다. 막힌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과감하게 뚫고 가는 여성이다.

 

 

 

프랑스 예술가 출신의 병약한 어머니와 외삼촌의 저택 별채에서 살았던 제인 스틸. 엄마가 죽자 페이션스 숙모는 제인을 먼트 씨가 교장으로 있는 로완 브리지 학교로 보내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하던 사촌 에드윈이 추행을 하려하자 밀쳤다가 그를 죽이고 만다. 두려움에 별수없이 로완 브리지 학교로 가게 된 제인은 그곳에서 교장 선생님을 칼로 찔러 죽였다. 교장 먼트 씨는 학교의 릴리베일 선생에게 음란한 편지를 보냈었고, 친구 클라크를 굶어죽이고 있었다. 클라크와 함께 런던으로 떠나게 된 제인이었다.   

 

제인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하이게이트 하우스를 자신의 집이라 여겼다. 그곳에서 어린 아이를 위한 가정교사를 구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하이게이트 하우스로 달려갔지만 하녀였던 애거사도 없고 모든 하인들은 영국인이 아닌 인도인들로 바뀌어 있었다. 일곱 살의 사자라의 가정교사가 되어 말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말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것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하이게이트의 새로운 주인인 찰스 손필드의 푸른 눈에 반해버린 제인은 그곳에서 또다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은 『제인 에어』의 문장과 함께 비슷한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 『제인 에어』를 읽고 또 읽는 제인 스틸을 넣어 많은 부분이 비슷하게 여겨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으며, 외삼촌의 집에 얹혀 살다가 사촌의 괴롭힘에 기숙학교로 가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그렇다. 클라크(헬렌)와 진심어린 우정을 나누는 부분과 릴리베일(템플) 선생에게 마음을 여는 부분도 비슷하다. 단. 제인 에어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했으며 가정교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키워나갔고, 에어하우스(손필드) 저택에서 손필드(로체스터) 씨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닮았다. 

 

 

여기에서 소설은 찰스 손필드 씨는 인도인 사르다르 싱과 진정한 친구였으며 그를 집사로 채용하여 에어하우스 저택에서 사자라를 지키고 있었다. 인도 및 동남아 지역의 무역 및 식민지 지배를 위한 동인도 회사가 나온다. 사라다르 싱과 관련된 인도인들이 영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생각들을 전한다. 

 

 

린지 페이는 제인 스틸을 꽤 적극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찰스 손필드와 사라다르 싱이 처한 곤란한 상황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일 뿐만 아니라 해결하려고 한다. 제인스틸이 두려워하던 퀼페더 경위 또한 제인 스틸을 응원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였는데도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랄까. 이를테면 죽어도 싼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제인 스틸의 탄생에 관련된 진실이었다. 자신에게 상속된 유산이 있었으며 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손필드 씨와의 사랑도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제인 에어』를 오마주했기에 그 이미지가 강했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에 스릴러를 입힌 느낌이었달까. 오래전에 읽었던 『제인 에어』의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시한번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무래도 『제인 에어』를 읽고 싶어할 것 같다. 다시한번 제인 에어의 진취적인 여성상에 반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했던 제인 스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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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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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너른 평원이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평원. 그 평원 속에 우리의 시선이 모아져 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느라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마 영화속 장면처럼 펼쳐졌을 것이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 소설속 장면이 펼쳐져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러고보면 우리는 금지된 것들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살인이 일어났던 마을에서는 살인관광상품을 만들어 먹고 살려고 하고, 그 금지된 것들을 향하여 그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연쇄살인범이 있을지도 모르는 마을에서 축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금지된 곳을 향한다.

 

 

 

비말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한때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쉬고 가는 마을이었지만 고속도로가 생기자 마을은 점점 쇠락해 간다. 열일곱 살의 소녀 밴나를 엄마처름 품어 주었던 나조씨가 죽은 뒤 그가 남긴 다잉 메시지를 가지고 살인범을 찾고자 한다. 형이 죽은뒤 늘 벗고다니는 오기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려하지만 오기는 늘 자신의 문자에 제대로 대답한 적이 없다. 평원의 바위 위에서 불에 타죽은 시체가 발견된 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경찰들은 평원에 다섯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같은 살인범에게 죽은 것으로 보이는 나조 씨가 죽었다.

 

밴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은 다 미쳤다. 반면 마을사람들은 밴나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방범대원이라는 밴나의 아버지를 포함하여 고모부도, 그밖의 마을 사람들도 모두 밴나의 말을 모른척한다. 소설은 연쇄살인범을 찾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주 이른 시점에 연쇄살인범을 보여준다. 그가 가진 살인범의 내막을 보여주는데 독자는 일찍부터 그가 살인범 임을 알게 된다.

 

나는 연쇄살인범의 눈에 보이는 사불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를 죽이는 이유가 이처럼 별거 아닌 이유였다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을에 흘러 들어온 사정을 말했을때 굉장히 놀랐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 살인범을 몰라볼까봐 몹시 두려웠다. 자꾸만 그와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돈을 벌기 위해 살인관광을 다시 시작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용의자의 집을 공개하며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십대의 자녀와 아직 어린 자녀들이 입장료를 받으며 안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몸서리처졌다. 야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들을 내세우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 이것 뿐일까.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마을 사람 전체가 합심하여 무언가를 숨기고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었다.

 

 

 

살인마는 위장이고 축제는 눈속임이었을 뿐이지. 현실은 더 간교하고 잔인해. 살인마가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자에게 희생된 사람들이 뭐 크게 문제가 되겠어? (337페이지)

 

 

 

몰입감이 좋고 짜릿한 소설이었다. 처음 읽게 된 이두온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스릴러 소설로서의 굉장한 매력이 있었다. 소설의 전개도 마음에 들었고 마을 사람들이 감추었던 추악한 진실을 나타내었던 결말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왜 십대 소녀인 밴나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갔는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형 스릴러의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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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전쟁
이종필 지음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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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건 알아도 양자역학에 대한 건 생소하다. 이는 과학적 용어로 일반인이 알기에는 버거운 일. 하지만 양자역학이나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하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 SF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일은 근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영화속에서만 보았던 장치들이 십여 년이 지난후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을 보면 과학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열정을 다하여 연구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므로 더욱 감동하게 된다. 

 

 

이 소설은 물리학 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도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가 쓴 첫 장편이다. 그가 가장 잘 아는 양자역학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SF와 범죄스릴러를 결합한 소설이다. 양자역학과 인공지능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해도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소설적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설명하여 그렇다.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에 머리가 없는 시체가 걸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누군가 찍은 동영상 속에서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드론 5대가 시신을 들고 왔으며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게 이순신 동상에 걸치게 했고 유유히 사라졌다. 얼마전에 본 영화 <#살아있다>에서도 드론으로 물건을 움직이더니 이제 드론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굉장히 편리한 물건이 되었다.

 

 

물리학자 조성환 교수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과학전문기자인 하영란과 함께 이 사건을 수사하는 윤태형 형사를 만나며 시체의 가슴에 타카핀으로 그림이 박혀 있음을 발견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한쪽은 사람이 그린 것으로 보였으며, 다른 한쪽은 세심하고도 정교한 솜씨로 보아 인공지능이 한 것으로 보였다.

 

 

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건 물리학자인 조성환 교수였다. 아무래도 양자역학이나 물리학적 지식을 가졌으나 그럴 법 하다. 윤태형 형사와 하영란 기자와 함께 양자역학 연구소인 문혜진 교수를 만나 일본의 고바야시 그룹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조성환은 문혜진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이찬규에게 연락하여 만난다. 이찬규는 학부때 굉장히 친했던 후배였다. 함께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날 이찬규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한후 사건은 다른 양상을 띈다.

 

 

SF 범죄 스릴러이며 역사, 양자역학과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소설이었다. 조성환이 이 사건에 파고들수록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로 안내하며 이 사건에 국정원도 함께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문제는 살인사건이 왜 벌어졌느냐와 누가 했느냐가 중요하다. 조성환은 이찬규가 죽기전 자신에게 남긴 자료를 통해 시신의 머리를 찾으며 이 사건의 주체를 찾고자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카오스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으며 데이터를 통한 학습만으로도 인공지능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나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불어 지금의 데이터로부터 과거를 추적하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이세돌이 바둑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쳤으며 알파고가 4승 1패를 하였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학습을 통하여  앞으로 나올 수를 미리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0년 전의 과거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그게 홀로그램 방식을 통하여 이미지로도 재생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이러한 결과물을 받을 수 있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가능한 일 같았다.

 

 

과학에 문외한이라 GAN이나 알고리즘, 초전도체, 이러한 용어들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샌가 소설이 끝나 있었다. 미국의 변호사 출신이 법정 스릴러를 써서 유명해졌듯(우리나라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도 판사, 변호사 출신의 소설가가 있듯) 이종필 작가에게도 물리학 적인 지식을 통해 새로운 SF 소설가로서의 발돋음으로 보였다. 이러한 소설들이 계속 되어 미래의 과학 발전을 소설로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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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방랑자의 원형에 가깝다. 삶이 나를 어느 한 공간에 가두고 버텨볼테면 버텨보라며 시험하듯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갇혀있는 것처럼 여겨진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일이 년 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만 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오랜 고민끝에 결정했다. 눈물을 흘리며 내면의 나와 대화한 덕분이다. 나는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였고, 이로 인해 나에게 닥쳐올 세상이 두려웠지만 과감하게 결정했다.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부터 내가 방랑자의 원형의 상태에 있다고 여겼다. 아마도 내가 그걸 원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현재는 방랑자의 원형에 있다. 방랑자의 원형에서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방랑자 편을 꽤 오랫동안 읽었었다. 다른 원형들을 읽다보니 내면의 나의 모습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모습이 혼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심층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  칼 융의 원형 이론 연구가이기도 한 캐럴 피어슨의 『나는 나』는 원제는 『내 안의 영웅 Hero within』으로 인간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의 원형들을 통해 삶의 영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말하는 책이다. 이 여섯 가지의 원형들은 강한 자아를 갖도록 도우며, 자아의 경계를 넓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돕는다. 또한 자신 안의 원형을 이해하여 자신의 삶과 화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인간 내면의 원형을 알아차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여섯 가지의 원형들은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로 구분된다. 고아 원형은 엄마 없는 아이 같다고 느끼고, 버림받고, 방치되고, 학대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삶에서 자주 무력감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없다면 고아 단계를 통과하도록 심리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심리 치료나 정신분석,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고통의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원형의 특징은 고통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여기지 않게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방랑자는 고아와는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버림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삶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 같고,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데 지친 사람을 가르킨다. 저자는 이를 가리켜 방랑자의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말했듯 방랑자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 홀로 길을 떠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창조한 외로움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성장을 돕는다.

 

 

전사는 삶과 자신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원형을 가리킨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뼛속 깊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음을 던질 용기가 있을 때 집중력과 기술과 추진력을 준다.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값진 보상이 된다.

 

 

영웅은 모든 것을 다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상을 돕는 사람이 아니다. 영웅은 남을 배려하는 모습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 둘 다를 통해 죽어 가는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기꺼이 내줄 마음이 되어 있어야 한다. (169페이지)

 

 

이타주의자는 고통과 상실을 존재의 변화를 위한 계기로 삼는다.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마음이다. 손해를 보는 것같이 느껴질 때에도 타인에게 베풀고 돌볼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며 고결한 자선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라 믿는 이타주의자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차고, 삶이 꼭 힘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가? 그러면 순수주의자다. 여행의 경험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감사히 받아들이게 되었던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순수주의자는 자신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도와준다.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 변화시켜야 할 상황에 둘러싸여 있으나 그럼에도 기적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건 마법사다. 저자는 마법사의 원형을 가리켜 자유로운 선택을 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능력,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결단력과 관계가 깊다고 하였다.

 

 

그동안 읽어왔던 심리학 서적에 비해 내면의 나에 대하여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상황을 비교하여 그 원형을 파악할 수 있게 했고, 그 원형에서 미래를 향항 성장의 동력을 제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아파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진정한 자유는 대부분 자신이 깨우치는 것이지 가르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고도 단순한 심층 심리다. 우리는 고아를 거쳐 방랑자가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아울러 저자는 모든 사람의 여행을 존중하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원형을 억압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 안에 원형들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내 안의 심리적 원형을 파악해 내가 몰랐던 나를 파악하며 삶이라는 여행의 파도에 몸을 맡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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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7-09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아와 방랑자를 왔다갔다하는 것 같아요;;; 외롭고 괴로운 마음이 들때도 있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네요.. Breeze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셨든 고민하셨던 그 과정 자체로 값지다는 생각도 듭니다. Breeze님의 삶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쇼팽의 녹턴 Op.48 No.1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예전에 많이 들었으나 한동안 뜸했던 곡인데, 소설 속에서 계속 언급되는 음악이라 틀어 놓고 있자니, 마치 한밤에 듣는 양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 연주자를 달리하여 두 번째로 듣고 있다. 피아노 소리에 귀기울여 창밖의 소음이 들리는듯 마는듯 그렇게 희미해져 갔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독고희는 현정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다섯 살의 희는 엄마가 아빠를 만나러 가는 걸 눈치 채었다. 엄마의 상자에서 반지를 꺼내어 끼고 갔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날 엄마는 밤늦게 술이 취해 들어왔고, 희의 옷에 토했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희는 엄마의 모든 것을 좇지만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다만 할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귀신같이 알았다. 엄마가 글을 쓰고 있으면 궁금해하는 희에게 할머니는 아빠에 대한 글을 쓴다고 알려 주었다.

 

 

어느날 엄마가 데리고 갔던 음악회에서 처음 쇼팽의 녹턴을 들은 후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음악회에서 들었던 선율이 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 음악소리때문에 심주호를 알게 되었다. 그 어느 누구보다 피아노를 좋아했던 주호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더이상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 수많은 대회에서 상을 받았어도 현실이 그를 피아노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반면 부모의 강요로 피아노를 치는 소연은 늘 문 뒤에서 피아노 연습 소리를 듣는 엄마때문에 힘들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

 

 

독고희, 심주호, 소연은 피아노와 애증의 관계에 있다. 이 세 사람의 관계도 애증과 비슷한데, 사랑하면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이끌려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한다. 누구보다 피아노를 좋아하던 소년 주호가 피아노를 더이상 치지 못하게 되고,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소연은 부모에 의해 멀리 떠나게 된다. 관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랑하는 것과 받는 것의 차이에 대하여 말하는 것 같다.

 

 

그토록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희는 대학에 가서 음악 대학생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쳐주는 영도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그렇지만 영도 또한 엄마 처럼 자신에게 사랑을 나눠주지 못했다. 함께 살면서도 다른 여자와 만나느라 밤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때 알바를 마치고 들어오니 다른 여자와 누워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영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러한 희를 보면 안타깝다.  

 

 

독고희와 엄마 현정민의 데면데면한 관계에서 나는 강영숙의 『라이팅 클럽』을 떠올렸다. 사랑을 받고 싶어 고개를 빼들고 엄마의 시선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에서, 소설을 쓰는 현정민과 역시 소설을 쓰는 희의 모습에서 영인과 김 작가가 겹쳐 보였다. 마치 엄마에게서 탈출을 하듯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는 모습에서도. 가장 가까울 것 같은 딸과 엄마의 관계가 이처럼 서로를 겉도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한다.

 

 

 

희와 현정민의 데면데면한 관계에서 뭔가 감동을 주는 해피앤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지만 우리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는 듯 씁쓸한 결말이었다. 독고희와 현정민의 관계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보통의 소설들처럼 서로 화해하거나 품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이십대 중반의 나이인 작가임에도 소설의 주제는 꽤 묵직하였다. 철학 전공자 답게 철학적으로 풀어갔으며, 그 모든 배경에 쇼팽의 녹턴이 있었다. 진실과 상처는 고통으로 남는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아마 쇼팽의 녹턴이 없었으면 희는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 그럼에도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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