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쓴 작가 아사이 마카테는 50세의 나이에 데뷔하였다고 한다. 아주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그의 작품이 좋아 다른 작품들도 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소설도 유머스럽고 소설 속에 나온 주인공들과 그 인물들의 은근한 다정함이 좋았다. 일본의 에도시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꽤 재미있다. 이 소설 또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무사의 아내였으나 사별한 지사토를 주인공으로 하여 에도 시대의 채소로 시장을 주름잡던 오사카의 멋과 맛을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사토는 습자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해고당하고 집 관리인의 소개로 세이타로의 집에서 마마님의 견습시녀로 일하게 된다. 견습기간동안 제 역할을 할 때까지 급료가 없다. 대신 이 저택에서 기거하므로 별도의 생활비가 들지 않는다. 이곳은 오사카의 야채 도매상 가와치야로 주인은 상인회의 회장이다. 세이타로는 이 집안의 큰 아들로 매사에 허술하여 사람들에게 스카탄(얼간이 혹은 바보, 허당을 일컫는 간사이 사투리)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세이타로는 채소를 입에 넣기만 해도 산지를 척척 맞추는 능력이 있다.  


막부의 보호를 받으며 야채 도매시장을 운영했던 상인회는 그들 외에 직접 야채를 가꾸어 파는 농부들을 단속한다. 즉 일종의 독점체제였다. 농부들은 행정관에게 노점에서 야채를 팔 수 있도록 노점 판매 허가를 청원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세이타로다. 문제는 세이타로는 야채를 독점했던 상인회 회장의 큰아들이라는 점이다. 상인회로부터 문제가 되었고 세이타로와 회장인 그의 아버지에게 책임을 물었다. 


주인공 지사토는 원래 에도 사람이었다. 오사카 사람들에게 에도에서 온 여성 지사토는 도시 여인으로 비춰졌다. 예를들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조선 시대의 여성쯤으로 인식되었다는 뜻이다. 남편이 죽은후 에도에서 만주 가게를 운영하는 친정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돈도 없어서 가와치야의 마마님의 시녀가 되었는데 상당히 자주적인 여성이다. 무사들에게든 상인회의 사람들에게도 할말은 하는 인물로 비춰진다. 다소 차가워보였던 마마님 시노도 표현하지 않지만 점점 마음에 들어한다. 지사토는 오사카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꽤 음미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녀의 먹는 모습은 집주인에게도 마마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스럽게 비춰진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일본 특유의 그 유머스러움이 살아 있어 좋았다. 에도 시대의 몇몇 인물들과 야채를 독점했던 상인회, 노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청원했던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역사속 사실들과 몇몇 실제 인물을 포함하여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었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소설로도 비춰지고 로맨스 소설로도 읽힌다. 지사토가 농부들을 돕던 세이타로를 다시 보게 되면서 두 사람이 여러 면에서 얽히는 상황들이 은근슬쩍 미소를 짓게 한다. 


오사카에서 나오는 채소와 책 속의 그림으로만 보았던 채소를 만들고 싶은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오사카라는 도시에 대하여, 그곳의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더불어 아사이 마카테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2014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연가』라는 작품도 어서 출간되었으면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콕해 있어 스트레스가 쌓일 때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이다. 시대적 상황을 알지 못해도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야채에미쳐서  #아사이마카테  #이규원  #북스피어  #책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책리뷰  #일본소설  #일본문학  #일본소설추천 #에도시대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