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 풍경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모스 오즈 지음, 최정수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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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라는 작가 이름을 이 책으로 인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이며 노벨문학상에도 몇번이나 거론되는 작가로 지중해문학상 외국어문학상을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총 여덟 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배경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도 전 개척자들에 의해 세워진 가공의 마을로 '텔일란'이라는 곳의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각 단편에서 한 사람의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그 단편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이 다른 단편에서도 보이곤 한다.

 

책에서 비춰지는 텔일란은 포도밭이 있고 사이프러스와, 아몬드 나무 등이 있는 한가로운 시골 마을이다. 아내와 헤어지고 딸의 조언을 받아들여 도시 생활을 정리해 어머니가 계신 텔일란으로 내려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며 살고 있는 아리에 젤니크의 이야기 「상속자」, 단 교육대에서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이모와 함께 지내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내려온다는 조카 기드온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을 최고의 진단의 가정의학과 의사 길리 스타이너의 이야기 「친척」, 한때 국회의원이었지만 생의 말년을 맞아 마을의 교사로 일하고 있는 딸 라헬과 함께 살고 있는 페사크 케뎀의 이야기 「땅 파기」,

 

마을의 고옥을 사들여 정원이 있는 저택들 지어 파는 부동산 중개업자 요시 새슨의 이야기 「길을 잃다」, 쪽지 한 장을 써서 다른이에게 건네주고 사라져 돌아오지않는 아내를 찾아 헤매는 마을의 면장 베니 아브니의 이야기 「기다리기」, 마을의 우체국장이자 도서관 사서인 서른 살된 이혼녀 아다 드바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의 소년 코비 에즈라의 이야기 「낯선 사람들, 십대인 아들이 자살로 생을 일찍 마감하자 아들이 좋아했던 노래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부르는 달리아와 아브라함 레빈 부부의 이야기 「노래하기등의 이야기가 있다.

 

마을의 구성원을 보면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홀로 사는 중년의 사람들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들이 보인다. 1939년생인 작가의 최근작이라 그런지 나이 든 사람이 바라보는 인생의 허무함, 외로움, 쓸쓸함 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또한 그의 글에서 나이 든 사람이 바라보는 인간적인 연민이 엿보였다. 어떤 주인공도 탓하지 않고 소설속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내보이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혼자가 되는 것 같다.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려는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모든 것에 열정을 쏟았던 젊은 날의 회상과 이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의 모습을 관망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도 저마다 사연이 없는 사람들이 없다. 다 저마다의 사연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무리 화려하고 화목해 보여도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조그마한 비밀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책속의 시골 생활 풍경들을 바라보며 우리 미래의 모습들이 보였다. 단면적인 모습이겠지만.

우리가 나이들면 외진 시골 마을에서 저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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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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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선을 그어놓고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선을 그어놓고 선 너머의 사람을 부러워 하기도 하고 질시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시하고 멸시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한 것을 갖고 싶어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질투로 이어져 미지의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기도 한다. 아마도 금지되어 있는 선일수록 더 넘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것이다. 

 

이 책은 자신에게 금지된 선을 넘고자 욕망했던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금지된 선, 그 금지선이 자신을 비웃고 있을때 자신이 무언가 강하게 원하는 것이 있을때도 절대 넘어오지 말라며 빛을 발하는 황금빛 선이 너울거릴때 저 너머의 선으로 넘어갔던 아이. 그 아이의 과거의 이야기이자 현재의 이야기.  

 

영국의 명문사립학교 세인트오즈월드. 아버지가 학교의 수위로 일하고 있어 허름한 사택에서 사는 아이에게 세인트오즈월드는 동경의 대상이자 들어갈 수 없는 금지된 곳이었다. 다니던 학교 서니뱅크파크 종합학교에서 책을 좋아하는 스나이드는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늘 아버지가 일하는 세인트오즈월드의 금지선을 넘어 누군가의 교복을 훔쳐 입고 그 학교 학생인양 운동장을, 교실을, 지붕위를 기웃거리던 아이였다. 때로는 체육 수업하고 있는 아이들 틈에 섞여 있기도 했던 스나이드는 교실 복도에서 열네살의 리온을 만나 자신의 이름을 '줄리언 핀치백'이라 가르켜주고 말썽꾸러기 리언과 함께 무언가를 훔치기도 하는 등 서니뱅크파크 학교를 가지 않고 세인트오즈월드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스나이드의 단 하나의 친구. 스나이드에게는 스나이드만의 친구였으면 했다.

 

세인트오즈월드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무단침입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느낌은 세인트오즈월드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햇빛을 받아 빛나는 창문들을 처음 보았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리언이라면 이런 느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세인트오즈월드의 본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세인트오즈월드의 품격과 역사와 오만한 독선을 말이다. 리언에게 세인트오즈월드는 그냥 학교였을 뿐이다. (360페이지 중에서)

 

15년뒤, 스나이드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하층민인 자신에게 금지되었던 곳의 신임 교사로 부임해 그들 틈으로 섞여 개인 보다는 학교의 명예와 전통을 더 중요시 했던 곳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서서히, 치명적으로.

 

15년 전부터 세인트오즈월드의 고전어학인 라틴어를 가르키고 있는 로이 스트레이틀리와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 스나이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섯 명의 신임 교사인 컴퓨터 교사 미크, 지리 교사 이지, 외국어 교사 미스 데어, 영어 교사 킨, 체육 교사 라이트 중에 스나이드가 누구인지 정체를 밝혀주지 않는다. 나름대로 스나이드가 누구일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스나이드가 세인트오즈월드를 증오하고 무너뜨리고자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스트레이틀리와는 어떤 인연으로 묶였길래 그를 맨 마지막에 손 봐주고 싶어할까. 작가는 불친절하게도 서서히, 막바지에 왔을 때에야 우리들에게 진실들을 알려준다. 그때 15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나이드의 정체 또한. 우리들의 마음을 궁금하게 하고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더니 우리를 놀려 주듯이 전혀 다른 진실들을 내놓는 것이다.

 

내게는 영화 '초콜릿'으로 알게 된 작가. 작가는 명문 리즈 사립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던 경험으로 이 책을 썼다 한다. 교사 시절을 회상하며 썼던 터라 십대 아이들의 성격과 집안등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고, 아이들을 가르키는 교사들의 세세한 모습까지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방대한 분량인데도 쉼없이 스나이드와 스트레이틀리의 속삭임을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스토리를 좇아가기에 바빴지만 다 읽고 나니 다시 첫 장부터 펼쳐보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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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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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내 심장을 쏴라』로 각인된 작가.

어느 날 신문의 문화면을 보았을때 우연히 작가의 사진과 함께 짧은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었다. 『7년의 밤』에서의 소설속 장면, 그 곳을 방문했을때 물을 내뿜고 있는 안개에 휩싸인 듯한 댐의 풍경이 소설속에서 나왔던, 자신이 그린 상상속의 음산한 풍경과 너무도 흡사해서 깜짝 놀랬었다는 짧은 글. 충격처럼 내게 다가온 기사였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곳. 부근의 몇몇 도시에서 그곳에 의지해 물을 먹고 있는 곳. 순천 주암댐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었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었던 내게 마치 무언가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그렇게 이 작품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첫 장을 펴들었을때부터 나는 '세령호'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꿈 속에서 매번 아버지를 목매다는 나, 아버지의 사형집행인. 살인자 최현수의 아들, 살인자의 아들이라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던 서원. 친척들의 집에서조차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버림받았고, 학교도 많이 다녀야 한 곳에서 3개월 정도.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짐을 싸야 했다. 세령호에서의 룸메이트였던 아저씨와 함께.

 

어느 날 배달되어 온 미완성작인 한 편의 소설, '세령호'

7년전 세령호 사건이 소설로 씌여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오로지 가족만이 모든 전부였던 치과의사 오영제.

아내와 딸을 너무도 사랑하는 오영제는 자신이 그어놓은 잣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교정'을 서슴치 않았다. 마른 나무로 직접 깎아 만든 회초리를 걸어놓고 알몸으로 때리는 일. 오영제는 학대와 폭행을 '교정'이라고 불렀다. 딸 세령이 사라진 날도 그랬다. 조금의 교정이 필요했던 세령이었건만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몇일 뒤 119 잠수부에 의해 떠올린 딸아이의 시체. 딸아이를 죽인 남자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아니 더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고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로 여자아이를 친 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그 아이를 목졸라 죽이고 세령호에 버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점점 미쳐가는 전직 야구선수 출신 최현수. 한 순간의 실수였지만, 그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점점 파멸해 가며 벼랑끝으로 몰리는 그. 자신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는 이에게서 아들을 지키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현수.

 

두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드러나는 진실 속에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탄식을 하고 있었달까.

집착과 광기로 뒤덮인 부정. 그것들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연민을 보태주지 않고 끝까지 냉정하게 밀어붙이는 작가의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너무도 사실적인 내용을 생생하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마치 작가가 직접 겪은 일들처럼 그렇게 사실적이었다. 사람의 심연속 내면을 그렇게까지 깊이 파헤칠수 있다는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표현 능력에도 감탄을 했다.  

 

박범신 작가가 정유정 작가를 가리켜 그리스 신화 속의 여전사 '아마존' 이라 했다.

한동안 소설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던, 마치 소설속 붉은 수수밭 한가운데에 있는 우물속에 빠진 것처럼 나를 꼼짝 못하게 했던 놀라운 작가의 '아마존' 같은 놀라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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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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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부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을때까지 자세한 것은 알고 싶지 않았고 영화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책을 먼저 본 후에 영화도 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었을까. 고작 열세 살의 나이로 이런 살의를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가정에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씩은 문제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고, 사춘기의 아이일 경우에는 죽음에 대한 것도 생각해보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일거라 생각된다.  요즘 아이들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아님 내가 다른 아이들도 아닌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라면 어땠을까.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

 

등장인물들의 고백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은 각자의 고백에 맞게 사건을 재구성하게 된다. 각자의 시점에 따라 고백을 하는데 그 사람의 입장을 더 알게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을 다친 더군다난 사랑하는 딸을 누군가가 죽였을때 하는 복수. 모두들 복수를 꿈꾸지만 그것을 어떤 식으로 하게 되는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딸을 잃은 중학교 여교사의 고백.

다른 아이들도 아닌 자기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 중에 딸을 죽인 범인이 있다고 고백하며 그 살인을 한 아이들에게 그 아이들을 죽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 교사로서 그 아이들에게 바른 길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하에 하게 된 복수가 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아주 상세하게 보여 준다. 또한 사건을 놓고 볼때 사람에 따라 그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다르게 표현하고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품는지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과히 충격적이다. 학기가 끝난 후, 담임 선생의 고백에 한 아이는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학교에 등교도 하지 않는 아이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학교에 나오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 사실을 알고 있는 같은 반 아이들의 그 아이에게 가해지는 집단 폭행.

 

각 장 마다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의 고백 형식으로 된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딸을 잃은 엄마가 되었다가, 사건을 일으킨 두 아이들이 되었다가, 살인을 한  아들을 둔 부모가 되었다가, 그 모두를 바라보는 제 3자의 입장도 되어가며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되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인물들의 심리를 아주 상세하게 잘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야행관람차』보다 훨씬 심리묘사가 뛰어났던 이 소설을 읽으며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모든 것은 가정에서부터 나온다는 걸. 아이의 모든 성격이나 뇌가 형성되는 시기가 만 두 살 까지라는 것을 봐도 가정이 먼저라는 걸 알 수 있다. 아이의 성격 형성에 많은 역할을 하는 엄마의 역할도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우리들에게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딸의 목숨을 끊은 아이에게 어떠한 식으로 복수를 하는 반전까지도 우리를 안심시켜주지 않는다. 아이들을 좋은 길로 이끌어야 할 교사로서 직업적 윤리관을 애써 무시하고 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입장에서 다른 일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비뚤어지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내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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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연애
김은정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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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다큐를 잘 보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 메디컬 다큐를 보면서 아픈 아이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며 얼마나 울었던지 몇시간 동안 두통이 생기기도 하고 슬퍼서였다. 그 부모에게는 모든 것일 아이들이 아파하는 모습과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져 다시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것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메디컬 다큐를 찍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문득 예전의 메디컬 다큐가 생각이 났다. 새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우리는 감동을 받고 생명의 탄생에 대한 숭고함까지 든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되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것과 산부인과 의사로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텔레비젼에서 아름다운 외모로 뉴스나 다른 프로그램 들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결코 멋들어진 직업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의무적으로 아이를 받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 따뜻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산부인과 의사들이 실제로 마음 속으로는 생명에 대한 생각이 아주 강하다는 걸, 따뜻함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과 알지 못하는 상태라 내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소설속 주인공이 더 그렇게 그려질수도 있었겠지.

 

저 하늘의 별들 같아, 아기들이. 세상에 나오는 아기들을 받을 때마다, 내가 만든 별이 하늘에 쏘여 올라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226페이지 중에서)

 

로맨틱한 소설의 리뷰를 쓰며 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게 좀 우습긴 하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인 윤표의 이 말은 참 사람을 경건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나운서 2년차인 유채. 고정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어 의기소침해 있는데 연인이었던 희재마저 촬영을 위해 갔던 출장에서 다른 피디와 바람나 버리자 홧김에 방송국 홈페이지의 '시사 고발' 코너에 바람난 희재에 대한 고발의 글을 쓰고 지우려 했건만 고장난 컴퓨터 때문에 그 글이 등록되어 버리고 시말서까지 쓰게 된다. 할일없이 있다 콜이 들어와 생방송으로 진행하던중 어떤 인간으로부터 임산부의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술을 먹자 임산부가 미쳤다며 방송사고를 내게 된다. 방송사고후 '국민 산모'로 불리우게 되고 역시 '국민 의사'로 불리게 되는 두 사람. 때마침 방송국에서 메디컬 다큐를 찍자고 해 윤표가 다니는 병원에서 촬영을 하게 된다. 같이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며 촬영을 하다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다.  

 

김은정 작가의 글은 이웃 블로거로부터 재미있다는 말을 들어 전부터 읽어보려 했으나 인연이 닿지 못하다가 이번에 신간으로 만나게 되었다.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것들을 너무 과하지도 않게, 우리를 뭉클하게 만들기도 하고 킬킬거리며 읽을 수 있게 재미를 주기도 하더라. 이렇게 작가의 글을 만나고 보니 역시나 그의 전작들이 몹시도 궁금해진다.

글이 참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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