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 제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3
김이윤 지음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 익숙한 일, 늘 해왔던 일을 당연시하고 새로운 일을 해야할때 순간 멈칫하게 된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헤쳐나갈수 있을까. 해보지 않는 일에 대한 두려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때문에 지레 포기하는 일도 많다. 이렇게 되면 자꾸 뒤쳐지고 마음도 다치게 된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에 과감하게 맞서는 우리. 그런 사람들만이 자신의 삶도 잘 가꾸어나가지 않을까.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여여 군을 만났다.

 

열여덟 살의 여여 군.

어느 날 엄마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목욕탕에서 할머니들의 주름투성이 몸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던 엄마. 그런 엄마가 불치의 병이라고 했다. 엄마는 요양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갔고 여여 혼자 떨어져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학가면 드러머가 되고 싶은 여여. 문화센터 드럼반에서 3학년 선배 시리우스도 만났다. 그들과 이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엄마가 했던 그런 잔소리들이 그립다. 친구 세미 엄마의 극성까지도 부럽기만 하다.

 

인생은 외발자전거 타기와 같다.

 

엄마는 아빠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빠에 대해 질문하지만 아빠를 사랑해서 여여를 낳았다고만 했다. 엄마가 얼마 살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빠를 찾고 싶다. 청소년 경제 강좌 중 아빠의 이름이 찍힌 강사를 보고 아빠의 강의를 듣는다. 아빠는 강의실에서 '인생은 외발자전거 타기와 같다'는 말을 하며 삶은 외발자전거처럼 앞으로 갈수도 있고 뒤로 갈수도 있는 외발자전거처럼 우리의 삶도 후퇴와 추락도 성장의 한 부분임을 말한다. 아빠를 멘토로 삼고, 자기가 존재하는 것 조차 모르는 아빠에게 자기가 딸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으로만 말을 하고 아빠의 곁을 맴돈다. 아빠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어디 그게 쉬운일인가.

 

여여 엄마의 말처럼 언젠가 인간은 죽는다. 그러니 조금 앞서 갈뿐 그것에 대해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여여의 말처럼 언젠가는 죽는데 외할머니가 엄마의 나이 스물다섯 살까지 살았던것처럼 엄마에게도 여여의 나이 스물다섯 살까지 살아주었음 하는 것은 욕심일까. 내가 부모가 되고, 또한 부모가 아직 살아계시는 입장에서 부모님이 좀더 오래 사셨으면 바란다. 그냥 우리에게 아무것도 못해주시더라도 그냥 살아만 계신 것도 삶에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최근에야 알겠다. 그래서 여여의 그 마음이 안쓰러웠다. 엄마와의 이별, 모든 사람은 부모님과 이별해야 한다. 언젠가는.

세상에 홀로 남는 외로움과 두려움. 그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직 열여덟 살의 여여에게 엄마와의 이별은 더할수 없는 큰 상처로 남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두려움에 맞서는 여여를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제목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프랑스 시인 랭보의 시구 “그 일이 지나갔다. 이제 나는 아름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알고 있다.”에서 따온 것이라 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많은 일들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 두려움을 과감하게 맞서는 방법을 여여에게 배웠다. 내가 하는 고민과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말을 생각하며 나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리하라의 과학 24시 - 청소년이 알아야 할 현대 과학의 24가지 이슈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3
이은희 지음, 김명호 그림 / 비룡소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이란걸 무조건 딱딱하고 어려운 거라고만 생각하고 과학분야 관련책은 거의 기피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은 학문이라는 선입견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해야겠다. 과학이 알기 쉽게 다가올수도 있었다는 것.  재미있게 읽을수도 있다는 것. 이해가 쉽게 설명된 책을 읽어보니 과학이 그렇게 어려운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한 역할을 했다.

 

중학교 2학년 훈이의 평범한 하루의 일과를 보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근할수 있는 현대 과학의 이슈 24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거라  그림을 곁들여가며 재미있게, 알기 쉽게 표현했다. 과학은 어렵고 딱딱할거라는 예상을 뒤엎었달까. 바빠서 겨우 몇장 읽은 아들 옆에서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구나'를 연발했을 정도였다.

 

평소에도 잠이 많지만 겨울이면 더더욱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개구리등이 겨울잠을 자듯, 사람도 겨울엔 잠으로 체력을 보충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체 시계가 빛에 의해 정해진다는 건 새롭게 알았다. 빛의 양이 적어지면 멜라토닌은 많아지고 반대로 빛의 양이 많아지면 멜라토닌은 적어진다고 한다. 멜라토닌과 수면시간이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어 멜라토닌의 분비 주기가 우리의 수면 패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배웠다.

 

여자치고 다이어트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살을 빼겠다고 저녁을 굶어도 보고, 지방이 많이 함유된 삼겹살을 안먹어도 보지만 특별히 운동하지 않는 이상 살 빼기가 쉽지 않다. 훈이가 먹은 아침 밥상. 옥수수 식빵, 햄, 과일주스를 먹었다. 이 세가지에 다 들어있는 것이 옥수수라는 점. 옥수수는 우리 몸에 좋은 걸로 알고 있었지만, 돼지고기를 만든 햄에도 옥수수 가루가 들어간다는 건 새롭게 안 사실이다.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고기로 만든 햄. 햄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아이들에게도 일년 가야 몇번 먹이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인줄은 몰랐다. 옥수수 과다 섭취가 비만을 부른다는 것. 아이들이 자주 먹는 과자에 들어있는 액상 과당도 설탕 보다 비만의 더 큰 원인이라는 것도. 옥수수 시럽으로 만든 액상 과당을 자주 섭취하다보면 비만이 더 늘어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비만을 부르는 먹거리를 배제하고 자연에서 나온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사람 몸에 얼마나 좋은지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백인이 가장 우수한 혈통이라 생각하고 백인 중에서도 독일인이 포함된 아리아인이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했던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을 우생학에 대한 예를 들기도 했다. 유태인은 인류 집단 전체를 더럽히는 존재이므로 지구상에서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그 많은 유태인들을 수용소에 보내고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던 그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편견때문에 홀로코스트를 자행했었다.

 

지하철의 안전 장치로 만들어진 스크린 도어 때문에 안전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도 말한다.

과학의 발전은 위험을 '안전한 것'으로 바꾸어 준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낳기도 했다. 과학기술 그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을 가져온다는 점을 염두해 두고 만들어야 한다고도 설명한다.

과학이 양날의 칼로 비유된다는 말이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학원때문에 바쁜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암 박지원 - 백성의 편에서 세상을 바꾼 휴머니스트
임채영 지음 / 북스토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학교 다닐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국사시간에 선생님께서 역사를 말씀해 주실때면 점심시간 후인 5교시에 수업이 들었어도 나는 졸음은 커녕 눈은 초롱해지고 귀는 쫑긋거리고 있었다. 역사 좋아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싫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나 다른 지역의 박물관 다니기를 좋아했다. 하나라도 아이들의 머릿속에 더 들여놓고 싶어서. 이제 아이들은 박물관병이 생겼다고 할 정도다. 지금도 나는 역사가 좋다. 자꾸만 잊어버리지만 역사속의 인물들이 좋다. 연암 박지원도 그랬다. 만화속 멋진 캐릭터로 비친 표지에서부터 박지원을 알고 싶었다. 그의 모든 저서를 떠나서라도 그의 인간됨을 알고 싶었달까. 『책쾌』에서도 박지원이 언급되어 그를 좀더 알고 싶기도 했다.

 

박지원은 나이 51세에 처음 관직에 나갔고, 나이 55세에 함양의 안의 현감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사하겠다고 고민하던차에 벗들과 공부했고 추구했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의 정치를 펼쳐보고자 고을을 맡아보겠다고 한다.

 

 

담대하게, 나와 벗들이 생각했던 것을 실현해 보일 것이다. (34페이지 중에서)

 

 

심한 가뭄이 들었을때 물길을 이용해 땅을 개간하기도 하고, 물레방아를 만들게 해 백성이 좀더 편하게 살고자 힘썼다. 죽음을 앞두고 지난 5년간 안의 현감으로 있었을 때를 뒤돌아보는 이야기로 그의 개인적인 삶과 그의 저서에 관한 모든 것을 배제하고 고을을 위해 현감으로서 어떻게 하면 백성이 잘 살수 있는지 연구했던 것을 담았다. 백성을 사랑한다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보였던 이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했던 이가 바로 박지원이다. 평생을 함께한 벗들도 서출이 많았고 자신의 하인에게도 겸상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목민관이자 백성들을 이롭게하는 실학자였다.

 

이런 정치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후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모두들 되기만 한다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곤 하지만 우리는 선거 홍보물에서 그걸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다지 지켜지는게 없기 때문에. 공약은 공약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아 왔기 때문이다. 거창한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우리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들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거기에 대한 공감을 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말이다. 백성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고을의 재산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사용을 배제하고 청렴한 자세를 유지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 안녕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8
구보데라 다케히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본 영화인 '김씨 표류기'에서 여자 주인공을 기억한다.

자신의 방이 곧 온 세상이자 우주였던 여자. 오로지 하는 일이라곤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있는 것과 망원경으로 달 사진을 찍던 여자. 예쁜 얼굴의 배우였지만 꾀죄죄한 몰골과 산발한 머리로 나왔었던 그 영화속 여주인공. 어쩌면 저런 삶을 살까 싶었다.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답답하지 않을까? 밖의 세상속이 궁금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속 남자 주인공도 그렇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중학교도 다니지 않고 아파트 단지내에서만 생활하는 사토루가 그 주인공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단지내에 있는 도서실에서 책을 보고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가라테의 창시자 '오야마 마스다쓰(한국명 최배달)'에 빠져 그가 했던 운동을 하며 열심이다. 저녁에는 107명의 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집을 돌며 그들이 잘 있는지 순찰을 하는게 하루의 일과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졸업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고등학교로, 대학교로 점점 떠나가며 오래된 아파트의 졸업생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간다. 타이지론느 라는 케이크 집에서 아저씨에게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여자친구도 사귀게 되지만 그는 아직 아파트 단지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무슨 이유로 그가 단지 밖을 나가지 못하는가.

책의 중반까지 몇 년간의 그의 일상이 전개되고, 무슨 일이 있어 단지 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를 거의 잊어 버렸을때에야 그는 이유를 설명한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의 사건을. 그것도 바로 앞에서 목격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을 말이다. 107명의 졸업생 아이들.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 단지 안을 벗어나면 커다란 공황상태에 빠져 버리게 된 사토루.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을 앓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버렸다. 여자 친구의 간절한 부탁으로 단지 밖으로 나가보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여자친구도 떠나버리고 친구 소노다와 케이크 집을 하지만 소노다가 병으로 인해 가게에 못나오게 되자 곧 가게도 접고 만다.

 

언젠가 신문에서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이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그때에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이런 인물들이 많다는 사실. 우리나라 영화에서 다룬 것을 봐도 그렇고 점점 그런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에도 충격적이다.

 

별일 없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생활하는 사토루.

이제 그만 그가 변화하는 모습을 바랬다. 초등학교때 보았던 그 사건과 장면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랬다. 아픔은 이제 그만. 청춘의 상처 또한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할 때가 왔다.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초등학교 교실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썼던 말 '모두, 안녕히' 밝은 모습으로 아무일 없이 내일 다시 만나기를 바란 애틋한 마음. 모두 안녕히, 이제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을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다른 사람의 온기가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다.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랄까. 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밖으로 돈다. 내가 십대시절부터 온통 친구들에게 시간을 바쳤던 것처럼 아이들도 주말이 되기전에 약속을 잡고 주말아침엔 친구들 만날 생각에 부산스럽다. 나도 예전에 집보다는 친구가 좋았으면서 자꾸 까먹는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사람의 인기척이 있다. 몇일전에 대장암 판정을 받으신 시아버님 때문에 시어머니랑 같이 올라오셨다. 번호키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자 시어머니께서 부엌에 계신다. "다녀왔어요." 하고 크게 인사를 했다. 같이 저녁준비를 하고 시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었다. 혼자 먹는 밥보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니 밥맛이 좋다. 다이어트 해야 되는데 말이지. 조금은 불편한 것도 있지만 퇴근후 반겨주는 가족때문에 시어머니가 꼭 우리 엄마 같았다. 저녁을 먹은후 뒷정리를 하고 쇼파에 앉아 시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농담도 하고 편한 웃음을 지어본다. 그리고 보통날처럼 방에 들어가 보던 책을 몇장 읽는다.

 

어쩌면 평범하고, 어쩌면 아주 독특한 가족이야기.

 

다른 가족들을 보면 '저 집은 좀 이상하지 않아?' 하고 할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게 다 비슷비슷한것 같다. 가족이 많으면 많은 대로 각자 다른 삶을 사는것 같고 이해할수 없는 것도 같지만,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념하고자 할때는 모두 한 마음을 같게 된다. 특히 가족중 어느 하나에게 좋지 않는 일이 생겼을때 가족만큼 똘똘 뭉쳐 헤쳐 나가고 자기 편인 경우도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너무 소란한 가족인데 그들의 잔잔한 일상이다. 생일에 함께 모이는 것. 엄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생일날엔 당사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고, 엄마의 생일엔 다함께 나가 외식을 하기도 하는 것. 특별한 이유도 말하지 않으면서 이혼한다고 해도 소요언니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 남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시마코 언니의 생각에도 찬성을 하고 인형때문에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막내 리쓰의 편을 들어주는 것.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도 취직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려도 누구하나 싫은말 하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무관심한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었다. 문화적인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극성스러운 우리나라 부모와는 좀 다른 부모의 모습이었다.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는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188페이지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약간은 심심해 보였던 다른 글보다는 좀더 따뜻한 글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하는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편안함을 느끼는 곳,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곳.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 고토코네 가족이 누군가가 학교에 입학할때마다 가족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던 것처럼 나도 몇년만에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 현재의 우리. 지금 이 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