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다른 사람의 온기가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다.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랄까. 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밖으로 돈다. 내가 십대시절부터 온통 친구들에게 시간을 바쳤던 것처럼 아이들도 주말이 되기전에 약속을 잡고 주말아침엔 친구들 만날 생각에 부산스럽다. 나도 예전에 집보다는 친구가 좋았으면서 자꾸 까먹는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사람의 인기척이 있다. 몇일전에 대장암 판정을 받으신 시아버님 때문에 시어머니랑 같이 올라오셨다. 번호키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자 시어머니께서 부엌에 계신다. "다녀왔어요." 하고 크게 인사를 했다. 같이 저녁준비를 하고 시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었다. 혼자 먹는 밥보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니 밥맛이 좋다. 다이어트 해야 되는데 말이지. 조금은 불편한 것도 있지만 퇴근후 반겨주는 가족때문에 시어머니가 꼭 우리 엄마 같았다. 저녁을 먹은후 뒷정리를 하고 쇼파에 앉아 시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농담도 하고 편한 웃음을 지어본다. 그리고 보통날처럼 방에 들어가 보던 책을 몇장 읽는다.

 

어쩌면 평범하고, 어쩌면 아주 독특한 가족이야기.

 

다른 가족들을 보면 '저 집은 좀 이상하지 않아?' 하고 할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게 다 비슷비슷한것 같다. 가족이 많으면 많은 대로 각자 다른 삶을 사는것 같고 이해할수 없는 것도 같지만,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념하고자 할때는 모두 한 마음을 같게 된다. 특히 가족중 어느 하나에게 좋지 않는 일이 생겼을때 가족만큼 똘똘 뭉쳐 헤쳐 나가고 자기 편인 경우도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너무 소란한 가족인데 그들의 잔잔한 일상이다. 생일에 함께 모이는 것. 엄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생일날엔 당사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고, 엄마의 생일엔 다함께 나가 외식을 하기도 하는 것. 특별한 이유도 말하지 않으면서 이혼한다고 해도 소요언니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 남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시마코 언니의 생각에도 찬성을 하고 인형때문에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막내 리쓰의 편을 들어주는 것.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도 취직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려도 누구하나 싫은말 하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무관심한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었다. 문화적인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극성스러운 우리나라 부모와는 좀 다른 부모의 모습이었다.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는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188페이지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약간은 심심해 보였던 다른 글보다는 좀더 따뜻한 글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하는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편안함을 느끼는 곳,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곳.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 고토코네 가족이 누군가가 학교에 입학할때마다 가족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던 것처럼 나도 몇년만에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 현재의 우리. 지금 이 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