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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평점 :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된 후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이 변했다.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 외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세계의 여러 나라는 봉쇄조치를 취했다. 나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기껏해야 몇 달이면 될 것 같았는데 그 시기가 일 년이 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백신 접종률이 29% 정도 된다고 하고 연말이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거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데 변이가 계속 나타나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뤄놓은 것들을 하는 거였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했다. 최소한의 거리를 움직이는 여행을 하고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는 포장을 해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캠핑이 각광 받는 이유도 그것의 일환이다. 가족끼리만 있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흑사병을 떠올렸다. 조반니 보카치오는 흑사병을 피해 도시 밖으로 피해 별장에 모인 10명의 젊은 남녀가 10일간 주고받은 100편의 액자소설 형식의 이야기 『데카메론』을 썼다. 2020년 3월 갑자기 서점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팔리기 시작하자 뉴욕타임스에서 격리 중에 쓰인 신작 단편소설을 모아 현재의 『데카메론』을 만들고자 기획하여 나온 작품집을 발간했다.
마거릿 애트우드, 레일라 슬리마니 등의 작가들이 단편이 수록된 작품이다. 그렇게 나온 29편의 작품은 현재의 우리를 비춰준다.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이웃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느끼는 두려움을 보며 심각했던 나라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 미첼의 「바란다고 해서」에서는 교도소의 격리된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밀집해 있는 교도소에서 수많은 감염자가 속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격리 중인 수감자로 2층 침대에 아시아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에 한번씩 찾아오는 의사 또한 중국인 웡 박사였다. 2층 침대의 아시아인의 말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등 환각증세에 시달리는 감염자는 나중에야 혼자 격리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와 외국에서 들어온 경우,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격리 생활은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소설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브라질의 언론인 겸 소설가 줄리언 푸크스의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에서는 아파트에 격리된 한 사람을 비춘다. 사망자 수가 1,001명으로 집계된 날, 창가에서 이웃 아파트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들이었다. 살아 있으면서 죽음의 죽흥성을 경험하는 것. 고통과 불행, 당혹스럽고 두렵고, 지루해지고 절박함의 순간들을 말하고 있었다. 폐소공포증까지 찾아오는 날이면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마치 어느 모퉁이에서 어둡고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나를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기를 갈망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아닌 누군가, 내가 모르는 낯선 누군가의 얼굴을. 그저 마스크나 창문에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얼굴이면 충분했다. (304페이지, 줄리언 푸크스,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 중에서)
존 레이의 「열린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통행금지된 상황에서 개 산책은 허용되자 그것을 이용해 개를 빌려주고, ’여행’을 위해 얼마간의 요금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여러 사람에게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다가 한 여자를 만나 좋아하게 되었다.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자 그 여자와의 만남도 끝나자 봉쇄조치가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담은 이야기였다.
사실 저도 이 전염병이 곧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저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109페이지, 마거릿 애트우드,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중에서)
이 상황이 모두 끝나면, 우리는 가끔 여기서 산책을 할 수 있겠지. 공원에서 끝없이 트랙을 도는 대신 말이야. (52페이지, 카밀라 샴지, 「산책」 중에서)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환담하던 기억이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떠오르는 것 같다. 설마 이대로 계속되지 않겠지,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여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가진 이 고통을 이기는 방법 하나, 이 책을 읽는 일도 포함될 것이다. 두려움과 고통에서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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