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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평점 :
사랑이야기는 좋아하지만, 사랑이 떠나갈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는 약간 멀게 느껴졌다. 그저 과거의 이별을 생각할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견디는 시간이 너무도 아픔에도 나한테는 어느 한 순간, 그랬던 적이 있었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에게 사랑이 이토록 멀었던 것일까. 수많은 사랑이야기를 읽지만, 이별에 대한 건 언제나 안타깝다. 사랑의 상처를 안고 그 시간을 견뎌봤기에 그렇다. 하지만 아직도 사랑이 아픈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그에 몇 퍼센트는 이별을 한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너무 가까우면 이별에 대한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아 상처받는 나를 발견했기에 그렇다. 덜 상처받기 위해서는 덜 사랑을 줄 것.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이렇게 다짐함에도 늘 이별을 맞는 마음은 아프기 그지 없다. 내가 잘못을 했건 하지 않았건 이별 그 자체가 아프다는 소리다.
적당한 거리감은 인간관계에서 무척 중요합니다. 상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둘 때 가장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어요. (17페이지)
이별을 잘하는 법을 말한 글을 만났다. 꽤 직설적으로 말한다.
남남으로 돌아가는 게 이별이에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과거의 자신과 한 걸음 멀어질 수 있습니다. (57페이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 이 점만 고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실낱같은 희망, 남
이 보기엔 절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사소한 기대감이 바로 미련의 본모습이에요. (67페이지)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글에서처럼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언젠간 연락해주겠지 하는 기다림, 이런 게 미련이라고 말한다. 밤늦게 술마시고 그에게 전화하는 것도, 언젠가는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애타게 매달리는 것도 자기애가 아닌가. 사랑은 한 사람이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해야 비로 사랑인 것이다. 일방적인 감정은 깨지기 마련이다. 이미 식어버린 마음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한번 헤어지고 나서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마는 것처럼. 이별은 그런 것이다.
오늘을 살지 않으면 현재는 보이지 않아요. 과거에 살기를 멈춰야 드디어 현재에 눈뜰 수 있습니다. (111페이지)
헤어진다는 건 잔혹한 일이에요. 사귈 때는 서로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별에는 필요 없거든요. 어느 한 쪽이 "더 이상 안되겠어" 라고 말하면 그냥 거기서 끝인 겁니다. (중략) 남아 있는 정을 싹둑 잘라 버리고 비정해질 것. 그게 서로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119페이지)
이별을 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은 디제이 아오이의 말에 상처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것 만큼 현명한 방법이 없다.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미련을 갖고 있으면 자신만 아플 뿐이다. 하루쯤 어쩌면 사흘쯤 아픈 뒤에 털어내려고 해야 잊는 법이다. 어느 순간 문득문득 떠오르겠지만 과거 속에 묻혀 두어야 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꺼내보는 게 현명하다.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가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곧게 일어설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197페이지)
아주 진부한 말이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처럼 정답도 없다. 이별을 했을 때는 무슨 그런 말이 있느냐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역시 시간이 약이었다. 하루하루를 견디고 한 달, 두 달을 견디면 서서히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따금 꺼내어 보는 것까지는 나무라지 않는다.
사랑을 할때는 이 세상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고, 이별할 때는 오직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다른 누구도 필요치 않다. 오직 나만을 생각할 것. 그렇다보면 어느 새 이별이 덤덤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