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제임스 - 나사의 회전 외 7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1
헨리 제임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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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워싱턴 스퀘어』였다. 한 여성의 결혼과 유산 상속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의 입장을 섬세하게 표현한 글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작정했으나 여태 읽지 못했고,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나온 헨리 제임스의 단편집을 읽게 되어서 좋았다. 무려 여덟 편의 단편집이라는 것. 그동안 읽고 싶었던 「나사의 회전」과 「데이지 밀러」까지 수록되어 있어 무척 기분좋은 독서였다.

 

일단 「나사의 회전」은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다. 콜린 퍼스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것 같은데 책을 읽고난 뒤 영화를 보고 싶어 찾아봤으나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영화로는 어떻게 그려졌나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실망감을 감추고 그 다음 작품을 읽으려고 했으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작품이었다.

 

유령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나사의 회전」속 가정교사는 정말 유령을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신경 쇠약증에 걸려 헛것을 본 것일까. 유령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일까. 유령을 믿지 않지만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없다. 지난 연휴때 비소식이 예보되었음에도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캠핑을 떠났었다. 저녁부터 내리는 비 때문이었을까. 잠을 청했다가 놀래서 깼다. 꿈 속에 어떤 젊은 엄마가 나타나 사진 석 장을 내밀며 한 장만 골라달라고 했다. 그때 느꼈던 게 죽은 아이의 사진이로구나 했다. 그때가 새벽 3시 30분경이었는데 옆 텐트에서 자고 있었던 여동생이 비명을 질렀다.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그때 생각했던 게 우리가 야영을 했던 곳이 무덤이 아닐까 했다. 여동생 또한 한 아이가 텐트 문을 열고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유령이 있다는 건데. 

 

 

 

단편 중 「제자」와 「나사의 회전」에서 가정교사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느껴지는 건 가정교사는 아이들을 훈육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을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돈을 주지 않아도 제자 곁에 있었고, 무심한 그의 부모를 피해 달아날 생각까지 했다. 이 모든 게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사의 회전」에서 보면 스물두 살의 여성인 가정교사는 저택에서 보이는 유령들 때문에 아이들을 보호하려했다. 혹시라도 그 유령들이 아이들이 데려갈까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가정교사의 역할과 의무, 아이들을 대하는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양탄자의 무늬」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과연 작품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소설이다. 작가는 평론가들에게 명쾌한 단서를 준다고 여기고 있으나 평론가가 느끼는 단서와 작가가 의도한 단서는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어떤 탐구의 대상이 되었고, 그에 비례하여 즐거움이 줄어들었다. 저자의 힌트를 따라가지 못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책들에 대한 지식을 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명예로우리라고 생각했다. (309~310페이지)

  

작품들이 지닌 전반적인 의도, 진주알 들을 꿰는 줄, 묻힌 보물, 양탄자의 무늬(346페이지)를 아는 일은 지난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평론가라 할지라도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부모를 따라 여행을 많이 했던 작가의 이력 답게 여행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품고 있는 주인공들도 만날 수 있었다. 「네 번의 만남」과 「데이지 밀러」 혹은 「제자」라는 작품에서도 여행자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여행중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가정교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과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미술학도인 사촌에게 여행자금으로 모아둔 모든 돈을 주고 만 여성의 이야기가 「네 번의 만남」 이었다. 주인공 남자가 그토록 염려했건만 어리석은 행동이 빚은 결과물이었다. 또한 「데이지 밀러」에서도 미국인 여행자 데이지 밀러의 이야기를 한다. 다소 자유분방하거나 바람둥이로 표현되지만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했던 데이지 밀러였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 또한 결국 그 나라, 그 도시의 관습에 따라 평가된다는 내용이었다.  

 

경제적 궁핍을 해결하고자 모델 일을 하려 했던 모나크 소령과 그 부인에 관한 이야기인 「실제와 똑같은 것」은 사람은 바꾸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중년」에서는 새로운 소설을 펴낸 유명한 작가가 절벽 산책길에서 자신의 책에 열광하는 젊은 길동무로 인해 열정을 다시 찾은 이야기였다.

 

헨리 제임스는 여성의 섬세함, 작가로서의 고뇌, 가정교사라는 직업, 유령의 존재 유무에 대해 깊이 파고든 작가로 여겨졌다. 가장 의미있었던 작품이 「나사의 회전」과 「양탄자의 무늬」였다. 유령의 존재와 작가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쓰는 가, 그에 대한 질문을 건넸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지만 때때로 작가가 무슨 의도로 이 글을 썼는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내가 느껴지는 감정대로 읽기는 했지만 답답함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책을 읽는 행위는 스토리에 대한 즐거움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다. 얼마만큼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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