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6 - 너구리 잠든 체하기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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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딸아이가 가족 회의도 거치지 않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해왔다. 아토피가 있어 털 알레르기도 걱정되고 반려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키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분양해 온 고양이를 어쩌지 못하고, 딸아이는 자기 방에서 키웠다. 고양이가 궁금해 딸아이 방에 들어가보면 낯설어서 그런지 책상 뒤로 숨어버렸다. 한달 정도가 지나자 점점 거실쪽으로 나오더니 이제 거실을 활보하고 다녔다. 딸아이가 없을 때 밥을 챙겨주고 집에 들어가면 반갑다고 애교를 부리는데 저절로 마음이 갔다. 손목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고양이에서 이제는 사진에서처럼 많이 자랐다. 밥을 챙겨주려고 서성거리면 먼저 달려가 자기 밥그릇 주변에서 기다린다. 신랑 말로는 내가 넘버 투에서 넘버 원으로 승격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그래도 딸아이가 우리집 고양이의 집사이긴 하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워서일까. 키우기 전에 보았던 콩고양이 만화가 더 정답게 다가왔다. 그림 하나의 세부적인 면들이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 더 자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고양이들이 하는 행동들마저 공감이 가는 것이다. 다만 만화속에서 아기 고양이들이 둘인데 반해 우리집엔 고양이 하나 뿐이라 외롭다고 느낄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6,7권에 이르기까지 콩고양이들을 직접 기르는 부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만화다. 처음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온 집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오빠들 모두 처음엔 고양이를 기르는데 반대해왔지만 키우다보니 나처럼 어느새 고양이들과 친해진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 가발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들은 주로 할아버지 방에서 잠을 자는 장난꾸러기다. 

 

 

 

집에는 자기가 고양이인줄 아는 개 두식이가 있다. 번역하기를 군대식 말투로 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지 말입니다' 혹은 '~~ 했사옵니다'라고 말한다. 두식이와 콩알이, 팥알이는 이 집안의 귀염둥이이다. 말이 없는 아버지 조차 매일 두식이와 공원 산책을 한다. 아무래도 동물들이 많아서 일까. 너구리가 찾아와 두식이의 밥을 홀랑 다 먹어버리는 가 하면, 커다란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 역시 두식이의 밥을 빼앗아먹고, 두식이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아무래도 개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듯 하다. 반면 아기 고양이들인 콩알이와 팥알이를 무척 챙긴다. 그래서 가족들도 회색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갈데 없으면 키울 생각까지 한다. 그래도 혹시 주인이 찾을까 싶어 그림을 그려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나 같으면 길고양이를 키울 생각도 하지 못할텐데, 이 집 가족들은 동물들을 무척 좋아하고 있는 듯 하다. 팥알이와 콩알이 그리고 두식이가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 걸 보며 우리집 고양이를 생각해본다. 우리집 고양이는 아기때 어미로 부터 홀로 떨어져서그런지 이가 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을 무는 습성이 있따. 특히 졸릴때는 더욱 물어 성가실 정도다. 잠을 잘때도 혼자 떨어뜨려 놓았다고 거실문을 통해 발코니 창에 다가와 들어오고 싶다고 운다. 방충망을 오르며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안쓰러울 정도다. 팥알이와 콩알이처럼 형제가 함께 자라면 더 나을 듯 싶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보니 저절로 애정이 간다. 어렸을적에 고양이는 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양이처럼 애교가 많은 동물도 없는 것 같다. 소파나 식탁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꼭 가까이 다가와 체온을 닿게 하고 벌러덩 누워 자는 모습을 보면 무척 예쁘다. 언젠가는 딸이 분가할때 데리고 나갈건데 신랑은 벌써부터 내 걱정을 한다. 보내놓고 어떻게 살겠느냐고.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읽는 것과 키우지 않으며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감정을 갖게 한다. 그나마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읽어서인지 거부감은 덜해서 다행이었달까. 전과는 다르게 더욱 공감하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콩고양이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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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8-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들이 사람 맘 여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요:) 좋은 인연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