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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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히데오는 『64』라는 작품으로 만났다. 『64』라는 작품 또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이야기를 담았는데, 유괴살인사건을 다룬 내용이었다. 시기상으로 『루팡의 소식』보다 나중에 출간한 작품으로 가출한 딸이 있는 경찰관이지만 유괴살인사건의 홍보담당관으로서의 일을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꽤 매력적인 작품이었기에 그의 초기작 또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소시효만료를 앞둔 이야기를 한다. 십오 년전 자살로 처리된 여교사의 사건이 사실은 타살이었으며 그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오늘 하루, 24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살한 여교사의 제자 세 명이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였다. 일명 루팡 작전이라고 불렸던 관계자 세 명이 차례대로 경찰에 의해 입건되고, 경찰은 각자 세 사람을 심문하며 십오 년 전의 일을 듣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15년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공소시효 만료가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TV에서도 방영한 드라마에서도 그러한 말을 하긴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피해자들에게 시효 만료라는 것으로 더이상의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였다.   

 

소설은 현재의 경찰서 직원들이 루팡 작전의 인물인 기타 요시오, 다쓰미 조지로, 다치바나 소이치를 심문하는 과정을 담은 것과 동시에 기타 요시오의 자백으로 드러나는 십오 년 전의 이야기가 한 축이다. 십오 년 전의 그들, 학교에서 겉돌아 카페 루팡이라는 이름의 장소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기말 시험을 앞두고 교장실의 금고에 있는 시험지를 훔치기로 모의하고 작전명을 그들의 아지트인 카페의 이름을 따 '루팡 작전'이라 부른다. 카페 루팡의 사장 또한 한때 은행 차를 탈취해 3억 엔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었다.

 

루팡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학교의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는데, 최대의 난관은 숙직실에서 기거하며 두시간 마다 순찰하는 화학교사 가네코 모키치가 문제였다. 주로 하이드 씨라고 불리는 그의 순찰 시간을 피해 교장실의 시험지를 훔쳐야 했다. 교무실의 출입문 자물쇠를 미리 손봐두고 옥상에서 사다리를 내려 문제의 시험지를 훔치기로 했다. 첫 날, 둘째 날, 셋째 날까지는 무리없이 훔쳤고, 넷째 날 시험지를 훔치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교무실에 여교사로 보이는 구두와 여학생의 다리로 보이는 하얀 구두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소설을 읽다가 한가지 의문이 든 게 있었다. 시험지를 훔치더라도 과연 답을 맞게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과서를 보고 답을 맞출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미리 시험지를 풀어 답을 표기해놓고 시험 날에 새 시험지와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들의 계획이 들통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일까. 지금같으면야 어림도 없는 일이다. 마지막 날의 시험지를 훔치기 위해 교장실의 금고를 열었을 때 영어 교사인 미네 마이코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놀란 그들은 마이코의 시신을 서둘러 금고에 넣어 닫고 급히 그 장소를 떴다. 교장실에서는 정체 불명의 한 사람이 숨어 있었고 그는 창밖으로 뛰어 내렸다.

 

기타와 다쓰미의 자백으로 경찰들은 십오 년 전의 사건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가 마이코를 죽였던 말인가. 마이코를 죽인 이유는? 살인 동기를 알아야 했다. 기타의 자백이 길어질 수록 사건은 새로운 양상을 띤다. 기타와 다쓰미, 다치바나의 십오 년 전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토록 친했던 그들도 서로 뿔뿔이 흩어져 연락도 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아마 그 날의 상황을 덮어두려 했던 마음이 강했던 게 아닐까.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이처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경찰과 사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밝힌다. 누군가는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헤집는 걸 원치 않았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비교적 세심하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아울러 기자 출신 작가답게 사건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보인다. 물론 두 편의 작품을 읽어서인지는 모르나, 공소시효 만료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누군가는 공소시효 만료때문에 뒤돌아 서서 안도의 미소를 지을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살인범이 잡히지 않아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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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7-1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4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 공소시효가 주요한 화제군요. 읽고 싶어집니다.

Breeze 2017-07-11 16:54   좋아요 0 | URL
네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

chika 2017-07-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지뿐 아니라 답안지도 같이 훔쳤기 때문에 답을 찾아 쓸 수 있었지요. ^^

Breeze 2017-07-12 18:38   좋아요 0 | URL
교과서 보고 답 찾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ㅋㅋㅋ

chika 2017-07-12 18:4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그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거든요. 근데 152쪽 보면 - 마침 책이 바로 옆에 있어서 바로 찾았어요;;;

˝문제와 해답 용지 둘 다 여분이 있잖아˝라고 다쓰미가 말하거든요. 그래서 해답지까지 있었다는 것을... ^^;;;

Breeze 2017-07-12 19:00   좋아요 1 | URL
아. 저는 해답용지를 OMR카드로 봤거든요. 다시 살펴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