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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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바이러스의 시대다. 경제적 발전을 이룬만큼 바이러스는 다양하게 변종되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의 사스가 그랬고, 작년엔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때문에 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브라질 특히 중남미에의서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소두증인 아이를 낳는다하여 아이를 거부하는 가족에게 버림받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세상은 결국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하게 되는 것일까.

생화학 테러를 위해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져 임산부와 태아만을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모태사망증후군' 즉 MDS에 감염되어 다시는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 인류가 곧 멸망에 이르게 된다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자와 의사들은 새로운 아이의 탄생을 위해 연구하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불임치료를 위해 만들었던 인공수정 배아를 사춘기 소녀들에게 이식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여자들은 불가능하다. 열여섯 살 이전의 소녀라야만이 가능했다. 소녀들에게 인공수정 배아를 이식하고 어미를 죽이며 태어나야 하는 그 아기들 만이 미래의 희망이었다. 즉 잠자는 소녀들을 모집한다고 하면, 자신이 죽음으로써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엿보인다면 할 수 있는 소녀들이 얼마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잠자는 미녀 실험에 참가할 소녀들을 모집할 것이고,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인공수정이 가능했다. 열여섯 살의 제시 램은 이 연구 소식을 과학자인 아빠에게서 듣고 부모님 몰래 그 실험에 참여하고자 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미래를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해야 했고, 제시는 자신이 인류를 구하는 데에 참여하고 싶었다. 이에 부모는 반대하고 아빠는 그런 제시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그녀를 가두었다. 갇힌 제시는 아빠를 설득하고 자해를 해 도망칠 궁리를 한다.

 

  과연 한 사람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제시는 자신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자신이 아이를 낳고, 또 자신의 딸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다보면 수백 명의 아이가 태어날 것이고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제시의 죽음을 반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제시의 부모는 제시를 설득하고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시는 수많은 사람의 문제이며 인류의 문제라며 개인보다는 인류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모르겠다.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되어서인지 만약 내 딸이 제시처럼 행동한다면 나도 제시의 아빠처럼 아이를 가둘지도 모르겠다. 집단은 집단의 문제로 놓아두라고. 몇 사람이 어떻게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겠느냐고. 연구를 거듭하다보면 분명히 해결책이 있을거라고. 대리모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거라고 아이를 설득할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서 부모는 죽음까지도 무릅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부모는 과연 만들어지는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니까. 이처럼 추악한 세상인데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인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좀 달라질까. 모두다 기피하는 일들인데 고작 열여섯 살의 나이를 가진 제시의 선택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어요. 바로 그거라고요. 그래서 그게 그렇게 멋진 일이고요. 제가 바꿀 수 있어요. (294페이지)

 

  최근에 읽은 SF 문학중 가장 묵직한 질문을 건네는 소설이었다. 한 소녀의 성장, 첫사랑, 부모님의 불화,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하는 때, 제시처럼 할 수 있을까. 자신을 버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제시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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