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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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 내가 살아오면서 진정한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던가. 아니다. 나는 늘 앞서 있기 보다는 중간쯤에 숨어있는 사람이었다. 어떠한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느끼거나 할 때도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지, 그것을 입밖으로 내뱉는 일이 드물었다. 두려움보다는 무관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정치에는 더 무관심한 사람이었고, 정의롭지 못한 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나서서 해결하겠지 하며 내가 나서는 일을 꺼려했다. 튀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었겠고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두려워했던 것도 있었다.

 

  그렇다. 이 책은 진정한 용기와 신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토록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 흔히 하는 말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 이 책 외에 하퍼 리라는 이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책. 바로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이다. 누구든 책 좀 읽어본 사람에게 물어보라.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보았느냐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할 것이고, 읽지 않았어도 책장 어딘가에 있었다는 걸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작품이란 이야기다. 난 사실 신문에서 하퍼 리의 신작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이십여 년 만에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퍼 리의 신작 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열린책들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다는 걸 알고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먼저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스토리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는 진 루이즈라는 이름을 가졌고 스카웃이라고 불리는 한 소녀가 화자이다. 성인이 되어 여섯 살 무렵부터 약 삼 년간에 걸쳐 일어났던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젬 오빠에게 일어난 사고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빠의 팔이 부러진 것의 발단은 유얼 집안 사람때문이었다는 가족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젬 오빠는 딜이 여름을 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왔던 때, 부 래들리를 집밖으로 끌어내자는 생각을 했던 때부터였다고 했다. 여섯 살의 스카웃은 젬 오빠와 함께 집 근처에서 놀고 있다가 딜을 알게 되었다. 열 살이 가까워온 젬 오빠와 일곱 살의 딜, 여섯 살의 스카웃이 유일한 놀이 상대였다. 이런 저런 놀이를 하며 여름을 보내다가 지루해진 그들은 스카웃의 옆집에 살고 있는 래들리를 집밖으로 끌어내자고 한다. 부 래들리는 십대 시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다가 집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의 시체가 실려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살아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날개를 달고 살이 붙여져 떠돌았다. 그런 그를 끌어내기 위해 악동 짓을 하는 것이 시작되었다. 그 집 앞을 제대로 지나가지도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그게 발단이었다.

 

 

  부 래들리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아이들은 쪽지를 보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고 도망가거나 했다. 스카웃네 집에서 래들리 씨 집쪽으로 향하는 떡갈나무 옹이구멍에 두 개의 껌과 행운을 부르는 인디언 동전 두 개, 회색털실공 들이 들어있었다. 또한 비누로 만든 두 개의 인형까지. 누가 넣었을까? 아빠일까? 아니면 다른 아이들이 물건을 몰래 숨겨둔 걸까? 아이들이 이런 게임을 하고 있을때 스카웃의 아빠는 흑인을 변호해야 했다. 아직 흑인과 백인이 다른 공간의 교회를 다녀야 했던 때였다.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은 흑인을 변호해야 하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가 변호하는 톰 로빈슨이 유얼 씨네 메이엘라를 강간했다는 사건이었다. 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정직하다고 했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배척당하는 터였다.

 

  우리는 흔히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마련이다. 다른 이의 생각보다는 나의 생각이 우선인 경우, 진실과 정의를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을의 몇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얼 씨네 딸을 강간했을거라고 믿었던 이유처럼. 작가는 우리에게 나의 입장에서보다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213페이지) 

 

 

 

 

  나의 생각보다는 타인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나의 생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은 인종차별처럼 편견이 자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여러 작품을 읽고 나와 다른 시각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공평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소설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부여해주고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가. 우리의 시선을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는가.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에서처럼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고 그들을 짓밟는 걸 서슴치 않는 이들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 따뜻한 시선을 가져야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용기를 가지는 것. 진정한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용기와 신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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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6-29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출간 되었나요?

Breeze 2015-06-29 19:26   좋아요 0 | URL
출간일자는 6월30일이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