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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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여행을 다니던 시절 나는 늘 설레였다.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여관방에 홀로 들어가 누군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깊은 잠 한숨 자지 못했어도 늘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살았다. 여름이면 홀로 떠났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던 곳, 더 큰 바다를 향해 부산으로 떠났고, 동해안으로 떠났다. 친구들과 함께인 적도 있었지만 약 4박5일간의 여정으로 떠나는 홀로인 여행이 더 많았다. 그때의 나는 왜 외국으로 여행을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까. 그때 외국여행을 꿈꾸었다면 지금의 나와는 다를텐데.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살았을텐데. 여행을 책 속에서만 하는게 아닌 진짜 그 땅을 밟아보았을텐데. 그러고보면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으니까.

 

 

'미지의 것' '다른 것' '다른 곳'이 감추고 있는 '새로움'은 우리들의 모든 유익하였던 경험들을 무용하게 하는데 그 힘이 있다. 행복을 향하여 미래를 향하여 새로운 낙원을 향하여 떠나는 자는 사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그 공포를 지불하는 순간에 가슴을 진동시키는 놀라움을 향하여 떠나는 것이다.  (17페이지)

 

 

  이 문장을 읽으니 내가 홀로 여행을 떠나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더 많은 세상을 보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가고 싶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경제적인 면도 그렇고, 직장에서 오랜 기간 휴가내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이 또한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못가고 있는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이 책을 이웃분의 리뷰에서 만났다. 내게 김화영이라는 작가는 번역가였다. 이처럼 유려한 문장을 쓰는 작가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리고 한가지, 김화영 작가를 나는 남성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듯 하다. 그의 에세이를 읽어보니 그가 남자였구나. 남성적인 문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이 온 세상의 화두인양 말했던 때가 있었다. 나는 행복이란 것을 큰 것에서 찾지 않았다. 내가 누리는 소소한 일상들에서 행복을 찾고자 했고, 나는 나에게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거의 한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 불만족 스럽지도 않기 때문에 이만하면 행복하게 아닌가 어렴풋이 생각할 뿐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남프랑스의 액방프로방스에서의 유학생활을 하던 작가의 청춘시절을 엿볼수 있는 책이었다. 푸르른 바다, 빛나는 햇빛, 햇빛이 내리쬐는 길을 걷는 청춘들이 보였다.

 

 

 

행복한 사람들, 행복해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웃고 입 맞추고 손짓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마을에 절망한 자가 온다면 참으로 외로울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남을 '위로'할 시간은 없다. 빛 속에 누려야 할 우리들의 행복의 시간도 촉박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슬픔뿐만 아니라 행복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40페이지) 

 

 

  내게 프로방스는 고흐가 머물렀던 곳인데. 고흐의 그림이 생각나는 곳인데. 작가는 지금으로부터 40년전에 이 책을 펴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으로,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책속의 글을 읽어보니 알겠다. 그가 머물렀던 엑상프로방스에서의 날것의 경험들. 청춘이기에 가지는 그 시간들의 소중한 경험들이 문장속에서 빛났다.

 

 

당신은 혹시 보았는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라나는 그 잘 읽은 별을. 혹은 그 넘실거리는 바다를. 그때 나지막이 발음해보라. "청춘". 그 말 속에 부는 바람 소리가 당신의 영혼에 폭풍을 몰고 올 때까지.  (229페이지)

 

 

이 글은 청춘의 기록이다. 그가 청춘시절을 보냈던 아름다운 지중해에서의 기록이다. 그의 기록은 출간된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고 있고, 그의 문장들을 쓰고 머릿속에 외어본다. 그가 느꼈던 지중해에서의 느낌들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 새로운 자양분이 되었다. 그의 글을 토대로 또 한 사람에게 지중해에 대한 그리움을 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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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5-03-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좋아하는 제게는 꼭 읽어야할 책이네요. 혼자하는 여행의 그 두려움의 시작을 저도 너무 잘 알고있거든요. 어딘가 또 떠나고 싶네요

Breeze 2015-03-05 15:20   좋아요 0 | URL
떠난다는 것은 떠나겠다고 계획 세울때부터가 설렘이고 두근거림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