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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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때 얼마나 센세이션 했는지 모른다. 미성년의 여자아이와 중국인 남자의 베드신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영화이니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졌었다. 영화 속 화면들이 드문드문 생각나는것을 보면 내가 이 영화를 본 것도 같은데,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기억이 자세히 나지 않는다. 영화속 화면들이 지금도 생각나는건 배 위의 난간에 비스듬히 서 있는 멋스러운 모자를 쓴 소녀의 모습이 하나이고, 또하나의 장면은 아마도 전라의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했던 제인 마치의 뒷모습이 다른 하나이다.

 

철학자 강신주의 책 『감정수업 에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고는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후로 읽게 된 책 남미영의 『사랑의 역사』에서 다시 만나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랴부랴 구입을 하고 책을 받아보았더니 상당히 얇았다. 꽤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그 짧은 이야기를 영화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타냈구나 싶었다.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는 한 소설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소설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과거 사이공으로 돌아간다. 엄마 홀로 두 오빠와 소녀를 키웠던 그 시간 속으로. 기숙사에 머물며 배를 타고 학교를 다니다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 그의 차에 동승했던 시간으로 돌아간다. 한 중국인 남자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그 때로.

 

 

책을 다 읽고, 영화를 검색해보니 올해 2월에 재개봉을 했었나 보다.

이십 년 전의 센세이션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을텐데, 이 영화를 놓쳐버렸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그때는 상당히 느끼하게 보였던 양가휘의 모습도 다시 사진으로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뜻일게다.

 

책 속에서는 소녀가 쓰고 있는 모자가 남성용 펠트 모자였으며, 소녀가 입고 다녔던 원피스도 후줄근하다고 표현했는데, 어리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배우의 모습 때문인가, 소설 속과는 다르게 보여진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드레스가 멋스럽게 보이고, 모자 또한 배우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가 가진 힘일 것이다.

 

 

영화가 다소 관능적으로 보여졌다면, 소설은 담담하다.

큰 오빠만을 편애하는 어머니를 향한 마음과 작은 오빠에 대한 애틋함, 열다섯 살의 소녀가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모른척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큰 오빠를 향한 미움, 작은 오빠를 향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소녀는 더욱더 중국인 남자에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걸려온 전화속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그 두려움을, 떨림을 깨닫고는 더욱 아련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에서 애틋함마저 느껴졌다.

 

 

나이든 노 작가가 기억 저편에 있는 첫사랑의 흔적들을 기억하는 시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이 어린 자신에게 빠져든 중국인 남자의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그 시간들을 견디기 위한 것처럼 보여지는데, 이것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였음에도 그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었을 것이니까. 오래도록 기억 속에 자리잡았던 것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터였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누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아게 예고해 준 그 불행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57페이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영화 <연인>의 포스터다. 책의 표지 또한 영화 포스터 속의 이미지를 썼다. 이 영화 보고 싶다. 책을 읽은 느낌과 영화가 어떻게 다를지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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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7-0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ᆢ 전 영화 만 보고 책은 안 읽었어요 이 책 담아갑니다 영화도 아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