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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은 추리소설을 쓰지 않는다
비에른 라르손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스웨덴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게 아마도 '밀레니엄 시리즈'가 아닌가 한다.
밀레니엄 시리즈에 압도되어, 일주일만에 여섯 권의 책을 읽어제꼈으니까.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는 동안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직장에서도 다음 이어질 내용때문에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었다. 시간만 나면 밀레니엄 시리즈를 붙들고 있었다. 그외에도 추리소설 중에서 북유럽 소설을 좋아하였다. 영미문학에서 보지 못하는 감정을 갖게 했으니까.
그렇듯 추리소설하면 스웨덴을 떠올릴정도로 스웨덴 추리문학은 알아줄만 한것 같았다.
비에른 라르손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비슷한 작가가 있었는데 하면서 이 책에 관심을 가졌었다. 내가 고른 이 책은 추리소설이면서 순문학이다. 그것도 시문학에 대한 통찰이 깃들어 있는 책이었다.
사실 시를 쓰시는 분들은 소설을 쓰시는 분들보다 훨씬 고고하고 범접할 수 없는 기분을 갖게 한다. 시인이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오로지 시만 쓰시는 분들은 뭔가 다른 감정을 갖게 한다. 전에 박범신 작가가 『은교』라는 작품을 쓸때도 시인에 대한 마음을 적은 적이 있었다. 맥락이 비슷한 면도 있다. 이 책 『죽은 시인은 추리소설을 쓰지 않는다』에서도 작가는 소설을 쓰지 않고 시詩만 쓴 시인을 가리켜,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온전히 지켰던 시인' (161페이지) 라고 표현했다.
오로지 평생 시만 쓴 시인이 있다.
잘 팔리지 않은 시집이지만, 시의 작품성만 보고 시집을 낸 출판사의 편집자 때문에, 시인은 소박한 삶을 살고 있었고, 대중성에 기대해보고자 추리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평생 시만 써온 시인에게 추리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추리소설을 쓴 시인 얀 Y. 닐손은 결말을 남겨두고 있었고, 자신이 추리소설을 출간할 것인지 고민중이다. 편집자 칼 페테르센은 마지막 계약 사인만을 남겨두고, 세계의 몇몇 출판사와 책을 출판하기로 되어 있었다.
얀 Y. 닐손은 하루의 시작을 새벽을 바라보는 감성으로 배에서 시작했다.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온 배안에서 그는 올가미에 목이 매달린채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도 마지막 계약 사인을 하러 오겠다는 편집자 페테르센에게 발견된다. 얀 Y.는 스웨덴의 비리를 고발하는 소설을 썼고, 누군가 그 소설의 출간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소설 속 주인공은 시인 얀 Y.와 그의 담당 편집자 칼 페테르센, 얀 Y.의 친구이자 추리소설가 안데르스 베리스텐, 사건을 수사하는 해양경찰서장 마르틴 바르크와 얀 Y.의 모든 정신적인 여자친구 티나 산델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소설 속에 또다른 소설 「부자를 증오한 남자」가 보여진다. 소설 속 소설에서 실제 상황처럼 시를 쓰는 경찰관이 보이고, 부자를 싫어하는 한 남자가 있는 추리소설이다. 시인 얀 Y.가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 말이다. 얀 Y.의 소설은 자신의 상상속의 산물이기보다는 스웨덴에서 실제 일어났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해서 썼다.
『은교』에서 박범신 작가가 소설 속 시인의 시를 자신의 시로 썼다면, 비에른 라르손은 소설속 시인인 얀 Y.의 시는 프랑스 작가 이봉 르 망의 시를 직접 스웨던어로 번역해 사용했고, 시를 쓰는 해양경찰서장 바르크의 시는 작가 자신이 직접 썼다고 했다.
생애 첫 추리소설을 쓴 얀 Y.의 소설 출간을 저지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소설 출간을 반대하는 자가 시인을 죽였을텐데, 아무런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급기야 얀 Y.의 소설을 출간하려는 또 한 사람이 시체로 발견되고 말았다. 얀 Y.의 시를 사랑했던 사람, 얀 Y.가 오로지 시인으로만 남았으면 하면 마음은 아니었던지.
한 시인의 죽음을 내세워 작가는 출판계의 현실과 순문학과 추리문학의 경계를 없애고 있었다. 앞서 설명했듯 추리 형식을 빌려 쓴 순문학인 것이다. 진정한 문학은 순문학이어야만 하는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시인이 쓴 추리소설은 시인의 말이 그대로 배어 있을 것이었다. 함축적인 감정을 쓰는 시인이 쓴 추리소설은 다른 묘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꽤 매혹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