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브 - 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김소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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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으면 대충 훑어보는 습관이 있다.

이 책 또한 받자마자 작가의 친필 사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책 뒷표지를 훑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프롤로그를 읽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한 페이지를 넘겼어도 그 다음 페이지로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다 놓기를 몇 번.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책 읽기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가. 그토록 책장이 넘겨지지 않았던 책이 조금씩 읽혔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제 1장을 읽기 시작했을때, 프롤로그 부분이 왜 그렇게 넘어가지 않았는지가 우습게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코카브'란 말이 내게 익숙치 않았던것 같다. 그 뜻도 몰랐거니와, 죽은 아들을 뒤로 하고 집 나간 아내를 찾으러 간 남편의 이야기라는 건 알겠는데, 코카브란 단어가 계속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었다.  

 

 

일단, '코카브'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별'이란 뜻을 지녔다.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사 년이 흐른후 갑자기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 그는 그저 아내를 집안의 붙박이처럼 생각했었다. 아들이 죽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보내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찾지 않다가 아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장모님이 받았다. 장모님댁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도리어 장모님이 형호에게 물었다. 아내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사람은 곁에 있으면 소중한줄을 모른다. 그저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사라졌을때에야 우리는 빈 자리가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컸음을 그제야 느낀다.

 

 

아내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아내가 머물렀던 아들 방에서 아내의 일기장을 찾았고, 아내의 메모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내의 옷장이 비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름옷, 겨울옷을 다 챙겨갔던 것이다. 잠시의 외출이 아닌 오랜 시간을 지내러 어딘가로 향했다. 그제서야 형호는 아내에게 너무도 무심했음을 깨닫는다. 아들이 죽고난 후 4년이 지나도록 아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무관심했음을 깨달았다. 아내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무관심은 때론 동정심이나 연민마저 잃게 만든다. 또한 잔인함이란 그 방관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27페이지)

 

 

아내의 행적을 찾아다니며 아내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을때, 아내의 어릴적의 일을 들으며 하나씩 알아간다. 그리고 아내가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곳은 '코카브'라는 곳이다. 시간의 문이 열린다는 그곳.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어떤 간절한 삶에 도달하고자 한다. 간절히 원하는 어떤 시간속으로 들어가기 모여든 사람이었다. 천문학 학회의 모습같으면서도 UFO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아내의 곁에 있지만 아내 곁으로 가지 못하고, '코카브'에서 강의를 받고, 한 방을 쓰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점점 그들이 말하는 어떤 시간을 형호도 기다리는 것이다. 아내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느 순간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문을 찾아 되돌아갈 수는 있다. (21페이지)

 

 

형호의 아내가 메모한 위 글에서처럼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고 딱 어느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것은 우리의 염원일 뿐이다. 어떤 일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또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나는 현실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보다는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 바로 오늘 이 순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잘 하라고 말하고 싶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잊지 말라고, 나도 작가처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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