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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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과 함께하는 중세의 죽음의 춤을 추는 그림을 보자. 해골은 아이 틈에서 손짓하듯 춤을 춘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 곁에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손짓하자 아이는 죽음에게 향한다. 새 생명과 죽음이라, 전혀 상관없는 관계 같지만, 죽음이라는 건 순서가 없다. 누구에게든 갈 수 있고 어느 때고 다가갈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 어린아이라고 하여 일찍 가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희열이 더 생기는 법일까. 삶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건 분명하다. 내 존재가 사라지는 죽음. 타인이나 가족이 나를 기억하고 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기에 삶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 말이다. 삶의 유한성 때문에 최선을 다하여 오늘을 살아간다.




 


인생의 허무라는 말에 꽂혀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묵직한 내용의 글이었다. 허무를 바라보는 방법, 사상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삶의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직장 생활에 지친 사람은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 저자는 지나친 여가는 공허하고 무료하게 만드는 법이다,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고 말한다.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책 속에는 전시장 벽면 가득히 헌 옷들을 걸어 만든 볼탕스키의 설치 작품이 나온다. 삶의 유희를 설명하는 작품이다. 문득 어떤 작가가 올리는 버려진 작품에 대한 사진이 떠올랐다. 목에 두르고 다니는 머플러, 장갑 등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버려진 물건 들이었다. 한때는 소중했으나 버려진 물건들은 더 이상 쓰임새를 갖지 못한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바랐다. 시골에서 밭을 가꾸고 정원 삼아 사는 것도 바쁜 생활 속에 잠시 취해야 즐거운 법, 시간이 계속된다면 지루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지겨움을 피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일에 매달리게 된다. 현재의 일상을 사랑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지나친 여가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라고 했다.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일을 하므로써 무료함을 없애고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사상사 연구자인 저자는 고전 시의 문학성, 그림의 예술성이 함께 어우러져 밋밋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웠다. 그림을 보며 삶의 허무를, 죽음과 삶의 연관성을 느끼게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읽은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의 결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게 마음가짐에 달렸다. 책의 뒤편에 소식의 적벽부가 수록되어 인생의 허무를 논하게 한다. 차고 기우는 것을 반복하지만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물과 달을 보며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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