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대표하는 천재 9인의 사상과 걸어온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작품으로 문화사회학자 이자 역사문화학자 신정일 선생이 쓴 책이다. 9인의 인물을 보자면,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이 그들이다. 책을 쓰는 작가에 따라 책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 역사를 읽는 재미가 컸다. 저자가 직접 천재들의 발자취를 걷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시각으로 쓴 책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다. 세 살 경부터 글을 줄줄 읽고 시문을 썼다는 이야기는 아주 흔하다. 정쟁에 휘말리지 않은 한 평탄한 삶을 살 텐데, 천재들은 왕을 보필하는 와중에 정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상을 펼치려 하다가 왕의 미움을 사 귀양을 가는 경우도 흔하다.


 

김시습은 조선의 뛰어난 문장가인 김일손이 무오사화로 죽임을 당하자 세상을 떠도는 삶을 살았다. 송도를 필두로 해서 관서 지방을 유람했고, 효령대군의 권유로 세조의 불경언해사업에 참가하여 교정 일을 맡았다. 가장 살 만한 곳으로 여겼던 경주의 금오산에서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썼으며 매월당이라는 호도 금오산의 금오매월에서 따왔다.

 


김시습은 주자가 말한 견문이 넓은 사람일수록 안목이 좁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실천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33페이지)


 

거리가 가까워 가사문화권을 가끔씩 거닌다. 명옥헌의 정자에 앉아 하염없이 자연의 바람을 느끼기도 했다. 가사 문학의 대가 정철이 초막을 짓고 살던 곳 송강정을 내가 가본 적이 있던가 생각 중이다. 광주호 주변에 워낙 정자들이 많다고 핑계를 대본다. 조선의 역사를 보면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한 경우가 많았다. 정철 또한 당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축옥사로 인하여 원한이 깊었던 호남 사림 집안에서 아낙네들이 도마에 고기를 놓고 다질 때 증철(정철)이 좃아라(칼로 고기를 다지는 것) 증철이 좃아라’, ‘철철철철하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얼마나 미우면 칼질할 때 그렇게 소리를 냈을까. 어디선가 본 것도 같은데, 다시 읽으니 역시 새로웠다. 주말에 일정을 잡아, 가사문화권을 한 번에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조선의 천재를 다루는 책에 허균이 빠졌다는 게 의외였다. 대신 그의 누이 허난설헌이 이 책에 나온다. 허난설헌은 천재적 가문에서 태어나 오빠와 동생의 어깨너머로 글을 배웠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갇혀 허난설헌을 이해하지 못한 시어머니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버거워했다. 허난설헌이 삼한(三恨, 세 가지 한탄)을 노래했다. 그 첫 번째가 조선에서 태어난 것이요, 두 번째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요, 세 번째는 남편과의 금슬이 좋지 못한 것이라 했다. (157페이지) 겨우 2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시대가 달랐다면 그의 천재성이 더욱 꽃피웠을 텐데 말이다.

 


어딘가에 가면 그곳의 유래를 적어놓은 글을 들여다본다. 우리나라의 산맥 체계를 도표로 정리한 지리서 산경표를 쓴 신경준이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벼슬이 높지도 않았고, 정치적인 파쟁을 많이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업적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거 같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리나라 산줄기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지리학을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그리고 열세 개의 정맥, 산경표(山徑表)로 분류한 사람이 바로 신경준이다. (192페이지)


 

새로운 발견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래서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보다. 순창 강천사는 아이들이 어릴 때 물놀이를 자주 갔던 곳이다. 단풍이 예뻐 가을철 단풍을 보러 친구들과 다닌 적도 많았다. 그곳이 조선 성종 때 신경준의 선대 조상인 신말주(신숙주의 동생)의 아내 설씨 부인의 시주를 얻어 중창한 절이라고 한다. 다음번 방문 시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작년 제천의 배론 성지를 방문했다. 정약용의 조카사위인 황사영의 백서가 발견된 곳이었다. 정약용의 집안을 보면 우리나라 천주교의 시작을 살펴볼 수 있다. 다산은 사형을 면하고 정약전은 제주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가고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수많은 작품을 썼고,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내 교육을 시키기도 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달랐던 인물들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 스승의 역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벗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천재성을 타고나 당쟁에 휘말려 불운한 삶을 살았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배지에서도 책을 읽고 작품을 쓰고, 후학을 양성하는 등 제2의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역사에 남을 저작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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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10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프로필 사진 바뀌었네요. 고양이가 넘 이뻐요!! 초록색 눈이 아주 이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Breeze 2022-01-10 16:19   좋아요 1 | URL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1-10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난설헌 삶이 너무 안됐더라고요. 아이들도 잃고 시어머니와 남편의 구박 ㅠㅠ 조선의 천재들 흥미롭네요 ~

Breeze 2022-01-11 17:01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허난설헌에 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빨리 죽은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