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지극히 사적인 미술 에세이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에서 미술에 관한 철학적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신작도 미술 에세이로 읽힌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사뮈엘 포치라는 한 남자를 필두로 그와 교류를 했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시절, 벨에포크 시대를 엿보게 한다. 




줄리언 반스는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전시된 빨간 코트를 입고 서 있는 사뮈엘 포치의 사진을 보고 깊이 매료되어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사뮈엘 포치를 그린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이름도 낯설다. 그렇지만 사뮈엘 포치는 '1901년 프랑스 최초의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전 세계적으로 '표준 교과서'로 인정받은 부인과학 논문을 쓴 저명한 의사'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885년 여름, 프랑스인 세 사람이 런던 방문을 하였다. 자신들의 목적을 '지적이고 장식적인 쇼핑'이라 일컬었다. 그들은 한 명은 왕자, 한 명은 백작,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 계 성을 가진 평민이었다. 왕자는 에드몽 드 폴리냐크, 백작인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페젠사크, 이탈리아 계 성을 가진 평민은 닥터 사뮈엘 장 포치였다. 몽테스키우를 우리에게 익숙한 사상가 몽테스키외와 같은 인물로 보았으나 다른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집에 있는 닥터 포치> 존 싱어 사전트


사뮈엘 포치와 교류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집에 있는 닥터 포치>를 그린 존 싱어 사전트가 쓴 소개장을 들고 찾아간 헨리 제임스를 비롯해 공쿠르 상의 주역 에드몽 드 공쿠르, 위스망스, 마르셀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 등이다. 뿐만 아니라 알퐁스 도데와 그의 아버지 레옹 도데와 19세기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이디스 워튼, 장 로랭 등도 있다. 전기작품을 통해 그들과의 인연을 찾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여겨졌다.  



책을 보면 오스카 와일드의 사건을 꽤 비중있게 다룬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샬로메』 를 쓴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들이 언급되었다. 그 시대에는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취급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나누었던 듯 하다. 포치와 가까운 관계였던 몽테스키우나 폴리냐크 또한 동성애자였다. 마치 유행처럼 남자들이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사뮈엘 포치 또한 동성애자였다는 건 아니다. 포치는 결혼하여 아내와 딸과 아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 시대에 남자들에게 결혼은 그저 아이를 낳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는 점이다. 쾌락은 집밖에서 해결하였다. 정부를 두고 여러 여자와 염문을 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포치는 의사이자 외과 의사, 사교계의 명사였다. 줄리언 반스는 프랑스 독서에서는 포치를 만난 적이 없었고, 미술잡지에서 '프랑스의 부인과학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여성 환자를 유혹하려 한 확인된 성 중독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수많은 여성들과 사귀었고 포치의 아내인 테레즈와 딸 카트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카트린의 이야기도 언급했는데, 카트린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던 것 같았다. 





포치는 부인과학을 독자적인 분과로 바꾸어 놓았다.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의 질을 진찰하는 것을 '환자의 도덕감 해이'를 가져올 수 있으니 '여성에게 절박하게 필요할 때'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던 미국의 찰스 메이그스와 달리 포치는 검경을 이용하는 진찰과 양손을 사용하는 진찰을 비교하면서 여성의 편안함을 위해 먼저 검경을 소독한 물로 따뜻하게 데우라고 권했고, 진찰하는 동안 환자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아본 여성이라면 느꼈을 법한 일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성 의사가 있는 병원을 다니다가 양수가 부족하여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느낀 그 상황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무래도 포치는 부인과학을 이끄는 전문의로 환자에 대한 진료를 즐기지 않았나 싶다. 



책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사진들 뿐 아니라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포치의 사진들이 많고 다양한 인물들이 담뱃값 속에 들어있는 카드 섹션처럼 보이는 사진들도 많았다. 사뮈엘 포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류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이끌었던 벨에포크 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예술가들은 그들의 기질 때문에 혹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들의 재능들때문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예술은 예술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사뮈엘 포치라는 인물을 알게 되어 더욱 값진 독서였다. 


















#빨간코트를입은남자  #줄리언반스  #다산책방  #다산북스  #책  #책추천  #에세이  #에세이추천  #미술에세이  #예술에세이  #미술에세이추천  #부인과학  #사뮈엘포치  #포치  #책리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0-09-2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내용이 궁금했는데 소개글 장 읽었습니다. 곡 저도 읽고싶네요

Breeze 2020-09-29 10:26   좋아요 0 | URL
벨에포크 시대의 다양한 인물들과 닥터 포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