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커다란 행복인 것처럼 말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써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우리나라의 휴가제도 또한 초임자에 한해서는 추가 발생 휴가를 줘 좀더 여유있는 삶을 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누군가는 힘들어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고 해도 늘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의 바람은 휴가를 가는 것이다. 집에서 쉬든 어딘가로 여행을 가든 쉬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여가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가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게을러야 한다. 이는 많은 사람의 바람이지만 실제로는 몇몇 사람에게만 주어질 뿐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누려야 할 여가에 관해서 많은 문학 작품들을 거론하며 말한다. 일단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 『리플리』 속 톰 리플리를 말하는데 꿈꾸었던 삶의 많은 것이 바로 거기에 있지 않았나 싶다.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서라도 그의 여유로운 삶을 훔치고 싶었던, 그래서 마침내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는 리플리였다.

 

나에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낮잠, 책 읽기, 바라보기, 대화, 걷기, 빈둥거림, 깃들이기, 그루밍, 놀이, 외국어 공부하기, 쇼핑, 여행 등이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을 오죽하면 불금이라고 표현했을까. 직장인 만이 가지는 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말 오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다가 졸다가 음악을 듣는 시간은 무척 귀하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거나 하면 그 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와 놓치기 십상이다.

 

바야흐로 음식이 화두인 시대다. TV를 틀면 어딘가의 방송은 항상 음식을 먹고 있다. 외국을 여행하며 혹은 셰프가 만들어주는 음식 또는 캠핑을 다니면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또한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 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은 필수적이다. 산에서 채취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모습.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건 많은 것을 함께하는 일이다.

 

음식에 관련된 방송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지 저자도 그 말을 언급하며 그에 앞서 정원을 가꾸던 이야기를 한다. 바라보기 위해 만드는 정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나. 그래서 제주의 어떤 곳이나 태국의 치앙마이 어떤 곳은 정원을 바라보며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인기다.

 

수천 년 동안 일부 사상가들과 작가들은 '게으름'이 어떤 형태로든 삶의 최고 형태라고 여겨왔다. 일이 아무리 즐겁고 보람 있을지언정, 그들에게 일이란 노예제의 다른 이름이다. 반면에 여가는 자유다. 더러 빈둥거림이란 가능한 한 적게 일하는 것을 뜻한다고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힘들게 일하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 들에 핀 백합처럼 말이다. (22페이지)

 

진정한 의미의 한량과 빈둥거리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빈둥거리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명심할 점은, 부르주아 게급 혹은 지주나 고용주는 자기 여가를 일정한 '생산 네트워크'에 통합시키길 원치 않는 사람에게 '나태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42페이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욕심을 내어 투어상품을 예약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를 보냈더니 몸이 무너진 것 같았다. 하루만 타이트하게 보냈을 뿐 다음 날부터는 여유롭게 보냈는데도 평소보다 피로가 쌓여 마지막 날엔 장에 탈이 나고 말았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반성이다. 게으름을 피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평소보다 더 부지런을 떨었던 탓이다.

 

당신은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게 아니다. (143페이지)

 

순간을 산다는 것은 죽음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으리라. 그건 미친 짓이니까. 그러나 창조적인 놀이는 순간순간을 몇 시간, 몇 달, 몇백 년으로 만들어준다. (244페이지)

 

좀더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게 여유고 진정한 여가가 아니겠는가. 내가 하는 책 읽기, 좋아하는 여행, 친구와 함께 정원의 나무 혹은 숲을 바라보는 즐거움. 함께 차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 진정한 삶이 주인이 되는 게 아닌가.

 

당신은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게 아니다.- P143

진정한 의미의 한량과 빈둥거리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빈둥거리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명심할 점은, 부르주아 게급 혹은 지주나 고용주는 자기 여가를 일정한 ‘생산 네트워크‘에 통합시키길 원치 않는 사람에게 ‘나태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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