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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양장 특별판)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ㅣ 조선 왕 독살사건 (양장특별판)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작가의 시선이 어떤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시각도 달라진다. 수많은 역사서 중에서 정조가 정순왕후에 의해 독살되었다고 주장한 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독살되지 않았고 사도세자의 죽음을 바라 본 홧병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서를 읽는 독자들은 정조 독살설이 유력하다고 믿는다. 정조가 죽었을때 정순왕후가 보인 행보에서 충분히 예상할만하지 않는가.
이러한 시각을 조선 왕조의 독살 사건으로 바라본 역사서가 바로 이 작품이다. 조선의 근간을 마련했던 태조와 형제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되었던 태종의 피의 전쟁이 있었기에 세종은 문화 중흥의 시대를 열어갔을 것이다. 세종의 업적 중 많은 것들은 세자 시절의 문종이 함께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을 이어 왕위를 이어받은 문종의 독살설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저자가 바라본 시각에 의해서겠지만, 이미 수양대군 시절의 세조가 자기 세력을 모았고, 문종 시절에서부터 독살에 관여했다고 보았다.
누군가가 죽임을 당했을때 가장 이익을 본 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독살설의 배후를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사료에서 세조가 즉위했을 때 문종의 종기에 맞지 않은 음식을 처방했던 의원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왕이 즉위를 하게 되면 소위 공신들을 정하기 마련인데, 1등 공신세력들 중에서 문종 시절의 의원 이름이 있는 건 이미 그때부터 왕위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독살설로 유명한 왕이 정조와 인조의 질투를 산 소현세자일 것이다. 소현세자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로도 나타났지만, 청나라의 심양에서 볼모로 잡혀가 있으면서 세계의 정세를 익혔던 소현을 민심이 그에게 가 있다는 이유로 독살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었다. 사료들에서, 소현세자의 독살설을 주장하는 글들에서 거의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수많은 가정을 할 수 있다. 소현세자가 죽지 않고 왕이 되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지금과는 다른 조선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문종이 일찍 죽지 않고 오래도록 왕위를 이어갔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알수 없는 일이다.
또한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인 효명 세자의 독살설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저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다보면 그가 주장하는 모든 것이 정설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노론 벽파가 정조의 죽음 이후 다시 정권을 잡은 경우는 그 의심을 더하게 된다. 아직 연치가 어려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순조의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는데, 순조는 일찌감치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하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던 효명세자가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효명세자가 제대로 정치를 펼쳐보기도 전에 생을 달리했다. 이는 순조와 달리 노론 벽파인 안동 김씨의 세력에 반격을 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정적들을 과감하게 제거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은 왕조의 나라임과 동시에 신하의 나라이기도 했다. 왕이 모든 권력을 갖고 있을 것 같지만 왕이 하고자 하는 일에 신하들이 무조건 따라주지는 않았다. 왕의 의중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파가 내세우는 의견에 동조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에 해가 되는 왕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광해군을 몰아내 인조 반정을 일으킨 것도, 폐주 연산군을 몰아내 중종반정을 일으킨 것도 신하들이었다.
권력을 가지려는 자와 유지하려는 자의 싸움이 바로 당파간의 전쟁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권력 유지를 위해 당파가 나뉘게 되고 왕의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일을 도모하고 만약 그들이 내세웠던 새로운 왕이 탄생하면 바로 그들의 세상이 되는 것임을 알기에 그랬을 것이다. 어떤 세상을 추구하느냐 보다 자신들이 이익이 더 컸던 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글이었다.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힌 역사서이다. 역사서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왕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그에 대한 결과를 제시했다. 수많은 역사 소설과 드라마 혹은 영화로 제작되어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다채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우리의 역사에 직접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도 예견할 수 있다.
조선 왕의 독살이란 코드로 바라보는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짚어낸 역사서이다.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어렵다고 여긴 독자들도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자기들의 권력에 도움이 될 왕을 내세웠던 자들의 기록이므로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었을 수도 있다. 기록된 역사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서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