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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8
『 녹색의 장원 』
윌리엄 허드슨 / 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의 주제... '이국의 사랑'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 바로 <녹색의 장원>이 아닐까 한다. 흔히 만날 수 없는 이상의 낙원, 영혼이 머물듯한 녹색의 향연은 그야말로 머릿속에 영상으로 재생되는 것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장관을 그려내고 있었다. 닿을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온 이들의 로맨스는 열대우림의 자연과 더불었고 숨겨져 있는 문명의 영위 또한 느끼게 했다.
<녹색의 장원>의 저자 윌리엄 허드슨은 드넓은 팜파스의 자연을 누리며 성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사후 100주기를 맞아 새로운 번역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 책을 이토록 아름다운 열대밀림의 대자연과 그만의 문체로 세세하고도 다채롭게 표현했던 문명을 마주할 수 있었다. 또한 오드리 햅번이 '리마'를 연기한 작품으로 흥행하진 못했지만 여느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을 마주하기 전, 거대한 열대림의 숲을 생각하고 영상으로 그려내면서 읽으면 무엇보다도 멋진 작품이었노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은 '아벨'의 친구의 말로 시작된다. 조지타운에 들어와 공직을 맡았던 그는 이방인이었던 '아벨 게베스 데 아르헨솔라'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무척 인기가 좋았던 그의 성정과 친절함에 절친한 사이가 된 그는 우정을 깊이 쌓으려 하지않고 원주민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정색하며 토라지기도 했다. 결국 사과의 편지를 보낸 아벨...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녹색의 장원>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인간 예술가는 규칙적으로 배치한 기둥과
아치의 단조로운 복제를 통해
수평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뿐이고,
이 질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전체 효과가 무너지지 않나.
그러나 자연은 무작위성을 통해
미적 효과를 창출하거니와
오히려 무한히 다양한 꾸밈으로
아름다움의 착시 효과를 증폭시킨다네.
당시 베네수엘라는 혁명으로 변형된 도당들의 정부로 관심은 없었지만 친지에 이끌려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게 되었던 '아벨'... 그의 모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잡히면 총살되는 것이 다분한 사실이었기에 베네수엘라 동부의 지도에 나오지 않는 야만인의 숲으로 도피하기로 한다.
수많은 역경과 인디언족을 만났던 그는 도피하는 중에도 무언가 이루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경험한 일기로 책을 낸다거나 황금의 땅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했지만 이뤄낸 것은 없었다는 사실... 결국 '아벨'은 파라우아리 산맥의 거칠고 야만적인 인디언 족을 만나 함께 지내게 된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바나 개울의 저편의 영혼을 움직이는 '녹색의 장원'을 마주했고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그곳을 탐험하기로 한다.
아벨의 이야기를 들은 인디언족은 그곳은 '사악한 숲'이라며 발걸음을 하지말라고 하였으나 이미 광활한 아름다움을 맛 본 그였기에 다시금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문명의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이라 느꼈던 아벨에게 천상의 목소리와도 같은 인간의 음성이 들려온다. 목소리의 행방을 찾던 중 신비로운 소녀와 마주하게 되었고 독사에 물려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해준 그녀 '리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과 문명을 결합한 그들의 이국적 사랑은 맞물리지 않은 톱니바퀴처럼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마다 어긋나고 만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다르고 언어의 한계 또한 쉽지 않았으며 길들여지지 않았던 '리마'의 자유분방함이 '아벨'에겐 버거운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대자연 속에 그려진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끝이날까?
사람의 손이 닿지않았던 미지의 숲 속... 대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었던 <녹색의 장원>... 뿐만 아니라 밀림에 속해 있던 인디언족의 권력다툼과 그에 속하고 싶었던 '아벨'의 야망, 그리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리마'의 여정을 보면서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디에 속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숲 속 정원을 그리며 두 사람의 영혼의 끈을 단단하게 묶어주었던 아름다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