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6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 휴머니스트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왜 인간은 하염없이 머뭇거리게 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동경하게 될 수도 있고 그가 살아온 삶의 방향을 함께 밟고 싶어서 그의 궤적을 따라 가는 경우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냥 부럽다며 입으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목표한 바를 시도하고 실패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 다신 한번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이기도 하다. 이왕 후회할 거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나서 후회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처럼 말이다.

위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만은 자전적인 글을 통해 오래도로 고뇌하고 사색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동경은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겉으로는 용기를 내어봤지만 내면의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생의 허무'라고나 할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의 대표적이 두 작품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주인공 모두 명망 있거나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자들로 각자의 억압된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자 갈망했던 울림이 있었다는거... 하지만 용기있게 나아가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렸으며 결국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다거나 귀향의 길을 떠나게 되는 씁쓸함을 담아냈다. 어쩌면 자신의 자리에서 안주했던 일상을 벗어내지 못했던 나 아닌 누군가의 삶 또하 비춰낸 듯... 그렇게 조용히 책 속으로 빠져본다.





언젠가 사람들 눈에 별로 띄지 않는 자리에서

아셴바흐는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위대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었다.

수심과 고통, 빈곤, 외로움, 나약한 신체, 악덕, 열정,

수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5월의 무더운 어느날... 작가 아셴바흐는 도시의 산책길을 걷고 있다. 오전 내내 극도의 주의력과 통찰력을 끌어내 집필 활동을 벌였지만 거듭해서 펜을 내려놓게 되는 구절때문에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의지와 예리함으로 나름 유명세를 얻어 명성을 지향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타인의 공감을 그대로 끌어내는 진부한 재능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감하지 못했다는 느낌에 그는 진실로 영예롭게 나이들길 바랐던 것이다.

돌아가는 전차를 기다리던 중... 그와 마주한 낯선이의 모습에 자극이 되었고 젊은 시절처럼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갈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의 노예가 되어 인식을 남용하는 지금, 그것에 구애받지 않길 희망하며 야간열차에 오르는 아셴바흐... 그는 그렇게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베네치아가 품고 있는 고귀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아셴바흐... 골목마다 불쾌한 공기가 코끝에 머물렀고 흩어지지 않는 찌든 공기는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떠나려 했지만 그의 발목을 붙잡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완벽한 미소년 타지오... 소년을 사랑한 그는 점점 목죄어오는 대기의 전염병 속에서 타오르는 촛불의 불씨를 잃게 되는데...



나의 가장 절절하고 은밀한 사랑은

금발과 푸른 눈의 사람들,

활기에 넘치는 밝은 사람들,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평범한 사람들을 향합니다.


창조적 삶을 지향했던 토니오 크뢰거... 그는 오히려 예술과는 대립되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동경하고 있었다. 성실함이 몸에 베인 푸른 눈의 소년 한젠 그리고 평범하지만 생기있는 소녀 잉게보르크 홀름... 이 둘은 토니오 크뢰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으로 결국 귀향을 통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그... 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나를 찾았던 토니오 크뢰거는 자신이 원하던 삶을 찾았을지...

이상적인 삶을 향한 인간의 고뇌는 무엇과 연결지어야 할까? 바로 행동이다. 두 작품에서 보여준 주인공은 결심은 하되 목표한 바를 향해 움직이지 않았음에 더욱 사색이 짙어졌던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숨을 쉬는 한... 우리는 살아내야 할 것이고 의미없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말아야한다. 아셴바흐가 낯선 이를 통해 여행을 시작했고 토니오 크뢰거가 나를 찾기위해 귀향길에 오른 것처럼 무엇이든 변화하기 위해선 행해야 함을 뇌리에 새겨야 한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니오 크뢰거>는 의미있는 오늘을 보내기 위한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