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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워즈니악 - 최초로 PC를 발명하고 애플을 설립한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
스티브 워즈니악.지나 스미스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서류 봉투에 쏙 들어가는 컴퓨터, ‘맥북 에어’가 최근 국내에 출시되었다. 가로세로 크기는 A4 용지보다 조금 크고, 두께는 얇은 부분이 0.4㎝, 두꺼운 부분도 1.94㎝에 불과하다. 디자인 경영의 선두주자, ‘애플컴퓨터(이하 ‘애플’)’가 내놓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애플’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를 떠올린다. 회사의 설립자이자 현 최고경영자로서, 그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청중을 사로잡는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으로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한 편의 ‘특별한 쇼’처럼 잘 짜여진 프리젠테이션으로 청중을 열광시키는 스티브 잡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여기, 또 한 명의 스티브,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명성에 가려 빛을 발하진 못했지만 애플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초로 PC를 발명한, 숨은 재주꾼이자 유쾌한 천재다. 스티브 잡스의 활약과 애플 설립에 관한 온갖 속설들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2006년에 발간한 자서전 (Tantor Media Inc. 2006)를 통해서다.
[사진출처] 상품정보미디어 '바이킹' http://www.buyking.com/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스티브 워즈니악><청림출판. 2008)은 의 번역본. 유쾌한 천재의 삶을 엿보게 하는 표지가 돋보인다. 자신이 개발한 애플 컴퓨터를 기타처럼 연주하며, 윗니를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짓는 스티브 워즈니악의 모습은 곧 환갑을 맞는 그의 인생을 압축한다. ‘호기심’과 ‘즐거움’만 따라 찬찬히 걸어온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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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천재의 성공 스토리를 기대했거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고자 했던 독자라면, 이 책은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삶을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 방식은 당혹스러울 만큼 서툴고 수다스럽다. 온갖 에피소드와 생소한 컴퓨터 용어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인내심을 여러 번 시험하는 조금은 지루하고 당혹스러운 책.
하지만, 결코 읽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돈’, ‘성공’, ‘명예’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탄탄한 논리, 공학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눈부시다.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이지만 인간을 더 많이 생각하는 엔지니어, 흑백 논리가 아닌 그레이 스케일 속에서 사고하는 고정관념 파괴자, 변화를 이끌며 살아온 지난 인생을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바로 스티브 워즈니악이기 때문이다.
“밤에 홀로 깨어 자신이 설계하거나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해 궁리를 거듭하며 보내는 1분 1초가 모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약속하건대, 진정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라고 전하는 그의 마지막 문장은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을 곁에 두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성공과 재테크 방법론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으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세상은 스티브 잡스의 삶을 주목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주목받지 못해도 진정 가치 있는 삶의 풍경들이 존재한다. 뒤늦게 입을 연 스티브 워즈니악을 통해 우리는 성공이 아닌 행복을 듣는다. “내게 중요한 것은 공학 그 자체이지 명예가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애플의 세계적 명성은 중요치 않다.
이런 면에서 원 제목 “I Woz”는 기발한 언어유희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쓰는 자서전이기에 “I Was”이겠지만, 그에게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모아놓아도 눈에 띄는 스티브 워즈니악만의 삶,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닌 나만의 원칙과 가치에 따라 걸어온 삶이기에 “I Woz”인 것. ‘애플의 설립자’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떼고 유쾌한 공학도로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