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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좌절, 이유 있다 -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슈퍼영어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영어 때문에 여러 번 좌절했던 대학 시절. 아!
영어를 공부하면서 좌절감을 느껴 본 경험 물론 있다. 그것도 여러 번. 결정적 시기라는 13세 이전에 영어 조기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외국인 강사에게 과외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중고등학교의 영어 시험은 한국식 영어 공부만으로도 무난히 치러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대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명색이 영어영문학과 학생이 내가 1학년 1학기 영어회화작문 시간, 한 문장도 제대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엄청난 좌절감이 밀려 왔고, 앞으로의 4년이 막막하기만 했다.
문제는 내 머릿속 지우개와 자동 연필에 있었다.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우선은 머릿속에 제대로 된 문장을 써봐야 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말 떠올리고, 그 문장을 영어로 작문하고, 지우고 다시 쓰고. 그렇게 하고 나서야 입 밖으로 나오니 그건 더 이상 ‘대화’가 아니었다. 나 혼자 내 뱉는 일방적인 ‘말’일 뿐. 곧바로 학교 내 언어교육원에 등록했다. 그 때부터 내 말하기 ‘연습’이 시작됐다. 말하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도 매일매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꾸준하고 지독한 연습이.
매 학기 수업 시간표에는 회화작문 수업을 집어 넣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언어교육원으로 향했다. 교육원의 단계별 회화 과정을 모두 마친 후에는 영어회화동아리에 들어 갔다. 1시간 반의 힘든 인터뷰 과정을 거쳐 동아리 멤버로 선발된 후, 2년 동안 하루 8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다. 공부라기 보다는 영어 ‘생활’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입이 떨어졌다. 돌아보면 값진 시간이었지만 대학 1학년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껏 만난 영어 공부법 안내서 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의 영어 실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책들을 보기 전에 꼭 먼저 보아야 할 책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길잡이’다. 영어 공부의 긴 여정을 조금은 쉬이 갈 수 있게 하는 길잡이. 목적 없이 그저 ‘잘’하겠다는 것은 잘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목적 없는 영어 공부는 분명 긴 여정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온갖 좌절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책에 담긴 알짜 정보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제발 만신창이만이라도 면하자.
이 책에서 내가 얻은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영어 때문에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분명히 알았다. 영어 자체와 영어 공부 방식에 대한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한국의 많은 학습자들은 제대로 된 길을 갈래야 갈 수가 없다. 둘째,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먼저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자기 나름의 목적에 따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잘’하고 싶다는 목적을 세운다는 것. 핵심은 ‘잘’이 아니라 ‘무엇을’에 있다. 셋째, 우선 말하고 봐야 한다. 경험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우선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 먼저다. 제발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올라가자. 이미 높은 계단에 올라서 있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영어 공부의 여정에서는 내 갈길 열심히 가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언어는 많이 읽고 쓰면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렇게 서평을 쓰는 것도 처음에는 세 문단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고 꾸준히 나만의 서평을 남기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잘 쓰진 못하지만 최소한 쩔쩔매지는 않게 되었다.
특별한 비법이 담겨 있는 책은 아니다. 하버드 박사라고 해도 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현명한 영어 공부법을 아주 ‘쉽게’ 풀어 내고 있다. 기존의 영어 공부법 안내서들이 어렵게 설명했던 이론들도 이창열 박사의 설명을 통하면 쉬워 진다. 한국어와 영어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도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무턱대고 열심히 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영어 공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이유’부터 알고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