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괴짜’를 좋아한다. 괴짜의 사전적 의미는 ‘괴상한 짓을 잘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를 내 방식대로 정의하고 애정을 쏟는다. ‘기분 좋게 독특한 사람’,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사람’. 선명하게 기억되는 제목처럼 자기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구축하고 있는 10명의 여인이 이 책, <미친년> 속에 있었다. 9명이 아니고 왜 10명이냐고? 9명의 미친년을 한 데 모이게 한 최고의 미친년, 저자 이명희씨를 빠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미친년’은 파격적이고,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슬픈 제목이다. 그들이 지금처럼 멋지게 진화하기까지 부모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수없이 들었을 말, ‘미친년’. 속이 문드러지고, 골백번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들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았고, 지금 우리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미친년의 세계에 빠져보라고 유혹하는 매혹적인 웃음이다.
종종 인터뷰어의 색깔이 너무 짙은 인터뷰집을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제대로 속은 기분이다. 인터뷰집의 매력은 생생함이다. 인터뷰어는 자신의 색깔보다는 멋진 ‘그들’의 색깔을 잘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저자 이명희는 그 역할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 여러 장을 할애해 인터뷰 내용을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은근하게 자신의 흔적들을 심어 놓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과 나를 어느새 ‘우리’로 만든다.
사진작가 박영숙,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 CEO 김태연, 연출가 이브 엔슬러, 신학대학교수 현경, 여성 사제 빅토리아 루, 묘지 스님, 예술가 윤진미, 저널리스트 유숙렬. 인터뷰를 하기 전 이들 9명을 수식하는 말들은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하나의 수식어로 똘똘 뭉쳤다. 미친년 박영숙, 미친년 글로리아 스타이넘, 미친년 김태연…… 여기 모인 9명의 미친년들을 보며 더 많은 미친년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냈으면 한다. 이 자리를 빌려 커밍아웃을 할까 보다. 나는 기꺼이 ‘미친년’으로 불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