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YES24 채널예스 |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5436
 
[현장 취재]조국 교수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책을 냈다” - 『진보집권플랜』오연호, 조국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묻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답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의 기획 의도는 이렇다. “진보, 개혁 진영이 왜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겼는지 성찰해보고, 그렇다면 어떻게 재집권을 할 것인지, 재집권을 하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등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들의 모색은 큰 방향을 일으켰다. 출간 후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다. ‘3쇄를 찍으면 콘서트를 열겠다’는 약속을 꼼짝없이 지키게 되었다며, 조국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난색을 표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으나, 노래를 부를 계획은 없었습니다. 열다섯 명 앞에서 부른 적은 있으나, 사백여 명 앞에서 부르게 생겼네요. 두 곡을 선곡해두었지만, 가사를 못 외우고 있습니다(웃음).” 다시 불꽃을 피우기 위한 신명 프로젝트는 출간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좌파-우파는 ‘빨갱이 콤플렉스’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수구, 보수’ 대 ‘진보, 개혁’이라는 구분법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군사독재 또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독재’ 대 ‘민주’의 구분법이 타당했지만, 선거를 통한 대표자 선출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이 안착된 지금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치적 민주화 이후 출현한 정권도 ‘권위주의적’ 또는 ‘독재적’ 형태를 보이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그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고 있으니까요. (p.28)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연회장에서 열린 이날 강연은 갑작스런 추위에도 준비된 객석이 일찌감치 가득 찼다. 이삼십대 뿐 아니라 사십대에서 오십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조국 교수는 먼저 책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비판과 냉소를 넘어 집권을 꿈꾸자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불만과 야유 그리고 비난 혹은 비판을 끊임없이 하게 되죠. 그걸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낙관하고 긍정을 하자는 의미에서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적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것이죠.”

“‘저 놈이 드디어 색깔을 드러냈다’ 는 말을 들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기존에도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거나 국가인권위 등 단체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고 나면, 전화와 메일로 욕을 수두룩 들어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제가 장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청중 웃음). 또 사고를 치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야 할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기로 결정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진보적 상상력, 드림팀 놀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정치적 기본권이 매우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거를 통한 대표자 선출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 안착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대중의 관심은 밥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의 문제라 함은 바로 우리가 먹고 자고 입는 문제, 즉 보육과 교육, 일자리, 주택, 건강 문제입니다. 진보, 개혁 진영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비전, 정책,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밥 문제에서 유능한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다 이와 관련된 정강정책이 있죠. 그러나 대중은 수구, 보수 진영과 확실히 구별되는 진보, 개혁 진영의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비로소 진보, 개혁 진영이 무얼 하려는 것인지 감을 잡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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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11-01-0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에는 강연 동영상 있음.
다른 서점 기사를 퍼오려니 초큼 미안하지만, 혼자 보기 아까워서...

 



  웃음공양







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바다에서 놀다가 갑자기 거센 파도에
휩쓸렸습니다. 아버지가 황급히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위급상황을 인지할 능력이 없는 아들은 더 재미있는
물놀이로만 생각했다네요.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 일 없다는 듯 말 잇기
놀이를 하며 조난상황을 견뎌냈습니다.
아버지의 사투 덕분에 아들은 극한상황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놀이공원에서 물놀이하듯 조난을 즐기다가 구조되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는
그런 순간들이 무수히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사투(死鬪) 덕분으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섬광 같은 느낌...

아들보다 아버지의 역할이 훨씬 많은 살이(生)처럼 느껴져
고달픈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세상에 한쪽 면만 있는 일이란
단언컨대, 없습니다.

구조 후 아버지는 자폐아 아들을 ‘나의 영웅’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아들이 표류하면서도 모험을 떠난 듯
계속 웃고 있어서 덕분에 자신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를 엄호하고 눈 맞춰준
모든 이들에게 송년의 웃음공양 올립니다*^^* 두손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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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3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급식비 못내 점심을 못 먹는 친구들은 다이어트 한다고 한대요.

저 사진은요, 다시 봐도 착잡하고 슬프군요~ㅠ.ㅠ

2010-12-30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2-3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겨워서 좋네요. 저도 올해 만난 Herenow님 덕분에 즐거웠으니
송년의 웃음공양 올립니다^^

2010-12-30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2-3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어나우님,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보셨어요?
그 영화가 꼭 이런 얘기잖아요. 그 부성에 너무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누군가의 사투로 제가 존재하는 것... 어쩐지 위안이 됩니다.
좋은 연말 되셔요.

2010-12-30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0-12-3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들리시는 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제가 받은 메일 내용을 그대로 퍼왔습니다.
그림에세이가 마음에 들면 아래쪽에서 신청하시면 된답니다. (주 1회 배달됨)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저를 엄호하고 눈 맞춰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 올립니다.

올해 잘 마무리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기를...


루체오페르 2011-01-01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신청해서 보고 있는 메일링 중 하나입니다. 이런것들 좋더라구요.ㅎㅎ

히어나우님,2011년 행복하세요~^^

2011-01-02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1-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메일 신청했어요.
오늘 받은 메일 참 와 닿던데요. '관계-동기-표현-행동'에 대한..
정혜신님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걸 느껴요.
이렇게 스며든 따뜻함을 저도 주변에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1-01-05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과학기술/인문/사회/역사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新刊이 유독 많았던 11월.

눈에 보일 때 마다 리스트에 담아둔 것만 해도 20여권 남짓.
책소개만으로 나를 낚아버린 "괜찮아 보이는" 11월의 새책들.


행복은 전염된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다시보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의미"

지난 10년간 최고의 키워드 중 하나인 '행복'과
현재 지구상 최고의 Hot issue인 '소셜 네트워크'.
이 둘을 동시에 다루는 책이 나왔다.

감정 전이, 자살의 전염성, 개인이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 약한 유대의 힘,
가상세계에서의 초연결, 전체의 힘, 인간 초생물체 등등... 목차만으로도 구미가 당긴다.

역시 11월에 출간된 <소셜 브레인>의 "뇌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진화한다"는 내용과
비슷한 주제, 비슷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바야흐로 '사회성'이 뇌과학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는 느낌.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라는 하버드大 대니얼 길버트의 호들갑스런 추천사가 아니더라도
11월부터 일찌감치 위시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책.



이야기로 집을 짓다 -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인문학 이야기 

"우리는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한다)가 아니라
책 제목이 핵심 내용을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리보기를 통해 들여다본 책의 꾸밈새도 흥미를 자아낸다.
뻔한 이야기 아니겠어? 했다가 어느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귀가 솔깃하다.

집 이야기, 건축 이야기를 다룬 책이 많이 있었지만, 다들 집이며 건축을 말한다고 했지
그것이 '이야기로 지어졌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너도나도 장삿속으로 떠들어대는 '스토리텔링'을 굳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키워드로 뽑아 엮어낸 그 참신한 발상에 100% 공감하며 
                                      이들이 풀어내는 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진다.



거의 모든 것의 미래 -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 탐험

"과연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표지그림과 목차가 아니었으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아류작쯤으로 넘길뻔 했다.
복잡계 이론 같은 걸 들먹이며 "역시 미래 예측은 하기 힘든 거야" 따위의
김 빠진 주장을 하는건 아닌가 싶어 책소개를 들여다 봤더니.. 맙소사,
자연과학 + 인문학의 초호화 버라이어티 지식의 향연을 펼쳐놓은 것 같다.

이 책에서 문제삼는 '미래예측'이 마치 점쟁이나 미래학자들만 다루는 분야인 것 같지만,
물리학, 경제학 등 현대사회를 이끌고 있는 첨단 학문들조차 그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본질적으로는 '미래예측'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드물다.

그런데 저자는 무엇을 발견했길래 이렇게 버라이어티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것일까?
(피타고라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고대 천문학에서 최신 복잡계이론까지, 우생학에서 이기적 유전자까지, 버블의 탄생에서 효율시장이론까지 과학과 철학, 경제학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예측이론의 어제와 오늘을 풀어낸단다.)
자, 우리가 '진정으로 예측해야 할 미래'란, 우리가 진정 '예측할 수 있는 미래'란 과연 무엇일까..?

 

온전함에 이르는 대화 

"깨어있는mindfulness 대화란 어디에 마음을 두는가?"

많은 대화법들이 세상에 나와있다. 문제는 그런 대화법을 반드시 배워 써먹어야 할 사람들이
'소통'이니 어쩌니 남들에게 강요나 하면서 절대로 그걸 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에잇@#&)

외국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배워와 비싼 값으로 소개해 팔아먹기 바쁜 한국에서,
사회운동과 노동자 교육에 참여했던 분이 현장에서 몸소 부대끼며 찾아낸
효과적인 대화법과 인간관계 향상기법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책소개에 등장하는 틱낫한, 마하르쉬, 톨레, 달라이라마, 파머 등의 이름이라든지 
                                       Mindfulness, 현존, 의도, 에고, 공감, 자비, 깨어있기 등의 용어들은
                                       온전함에 이르는 대화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항간에 많이 소개되고 또 활용되고 있는 <비폭력 대화> 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존재와 존재 사이의 참된 소통에 기여하는 것이길 기대해본다.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최근 여기저기서 워낙 많이 보아온 표지라 벌써 읽은 줄 착각할 뻔 했다.

정치에 무심했던 사람들도 광장으로 불러낸 '백투더 19C' 보수 세력,
그 관심을 창조적인 대안으로 결집시키지 못한 채 맥을 못 추고 있는 진보 세력.

좌파/우파도 진보/보수도, 21세기판 붕당 놀음은 이제 신물이 난다만,
그렇다고 21세기 대한민국이 대충 알아서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넋놓고 바랄 수는 없는 일.

                                       그래도 아직은 '고민'을 하면서 '희망'을 꿈꾸어 보고 싶다.


§ 그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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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1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renow님이 소개하신 책들, 처음 봅니다. 특히 <이야기로 집을 짓다>라는 책이
나온줄 몰랐습니다. 인문학으로 풀어낸 집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이번 신간도서는 조국 교수의 대담집은 확실히 선정된거 같습니다,
좋은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herenow 2010-12-12 18:08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진보집권플랜>을 선택하셨더군요.
지난번 강연회때 시간이 안맞아 참석하지 못한게 아쉽네요.
말씀하신대로 과학 분야 서적들이 의외로 잘 소개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엔 좀 선정되었으면 좋겠네요. ^-^*

잘잘라 2010-12-1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책, 리뷰 도서로 선정되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속한 분야는 아니지만^^;;

herenow 2010-12-12 18:14   좋아요 0 | URL
예, 그래서 맨 첫번째로 꼽아 두었답니다.
실용/취미분야에서는 어떤 책이 뽑힐까요?
두두둥~~ ^ㅅ^
 
 전출처 : herenow > 다양한 관점 + 꿈이 있는 실천 = 상상력?!

천정이 드높은 강당 앞쪽에 말끔하게 잘생긴 젊은이가 서 있다. 김태원 씨다.
<젊은 구글러가 세상에 던지는 열정력>의 저자.
오늘의 강의 주제는 "상상력" 이다.

사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를 직접 뵙고 목소리를 듣고 싶어 신청한 강의였다.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얼굴에, 언제나 무언가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분을 실제로 한번 뵙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 변호사님의 강연은 2부 순서였고, 먼저 구글에서 일한다는 똘똘하게 생긴 젊은분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화면 가득 벌거벗은 갓난아이의 사진이 펼쳐진다.

보통의 강연이라면 강의 주제, 주의를 전환시키기 위한 문제제기, 그것도 아니면 일단 주저리 주저리 자기 프로필을 열거해놓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가족 사진이나 특별한 자격증, 거래하는 유명 회사 로고를 보여주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거시기를 귀엽게 가린 아기 사진 달랑 하나라니.

누굴까? 자기 사진일까?  (우후훗~ 여자분들, 난리났다.)
남자애일까, 여자애일까? 무슨 상황일까? 언제적일까?


여인의 알몸과 함께 본능적으로 인간의 주의를 확 끌어당긴다는 아기 사진. 돈과 함께 지갑에 넣어 길거리에 던져두었을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갑 주인을 찾아주게 만든다는 마력의 그 사진. 무의식적인 호감도를 상승시킨다는 벌거벗은 아기 사진 한 장이 강연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프리젠테이션의 맨 첫번째 페이지에 능청스럽게 떠 있다.

사람들이 으하하 웃으며 사진의 주인공이 강사가 아닐까 궁금해하고 있을 동안, 청중의 허를 찌르는 멘트 한 마디.

"저는 이번 강연에서, 잘 보이려 하기 보다는 이렇게 솔직하고자 합니다."

와우, 이 사람, 정말 '전문적인 강사'로구나! 하는 생각이 팍 스쳐 지나갔다. 초반부터 보통 솜씨가 아니다. 시작할 때 무선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찍~찍~ 노이즈가 신경을 거슬렸지만, 이내 마이크를 끄고 육성으로 강연을 이끌고 나가면서도 무리가 없었다.

큰 이미지, 단어 하나, 아니면 숫자 하나를 화면에 툭 던져놓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UI = User Interface"
"2010 - 2008 > 2"
"Technology < Culture"
이런 식이다.
더하기 빼기나 부등호와 같은 수식을 써서 키워드를 표기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딘가 유튜브에서 본 스티브 잡스 스타일을 떠올리게 했는데, 그만큼 흡입력이 있고 흥미진진한 강의였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 그렇다면 과연, 창의력/상상력이란...? (Creativity is...?)

- 창의력은 지능이 아니라 "태도"
  : 지능(교육/책으로 향상 가능하다는 관점)
 vs. 태도(경험/세월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관점)

- 다양한 관점, 다양한 UI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창의력
  : 자신이 생각해본 오늘 강연의 제목 =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법"
  ☜ 창의력, 상상력이라는 토핑을 뿌려주기


강연 내내 수 많은 이미지와 알쏭달쏭한 숫자들이 눈 앞을 지나갔다. 꿈 보다 해몽이라던가? 저게 도대체 무얼 설명하기 위한 걸까 호기심을 가지며 따라가는 동안, 젊은 구글러는 뻥 뚫린 프리젠테이션의 빈 여백들을 때론 짠하고 때론 기발한 설명들로 메워나갔다. 강연 중간중간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며, 어릴적 시골에서 자란 에피소드들도 끼워넣으면서 인간적인 공감대도 잘 형성해 나갔다.

어느새 1시간을 훌쩍 넘겨 흥미진진한 강연의 마무리. 자신을 '생선남'이라고 칭한다.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라나? (꺄아~ 여성들 한번 더 쓰러지신다.) 어느새 화면에는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이미지가 떠 있다. 강연 내용이 '창의력/상상력'이었지만, 그 강연의 형식과 프리젠테이션 자체가 주제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듯한 한편의 멋진 '쇼'였다.  (짝짝짝~~!)  

 



 

2부는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상상이야기>를 내건 박원순 변호사님의 순서.

지금껏 해오신 일 때문일까? 큰 바위 얼굴 같은 '큰 인물'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막상 뵙고 보니 뭔가 좀 그게 아닌거다. 쉬는 시간 화장실 앞에서 얼떨결에 대면했던 '머리 벗겨진 아담한 체구의 시골풍 중년 아저씨'가 바로 그분이었던 것. TV에서 멀찍이 뵙던 것과는 다른 체구, 다른 목소리였다.

허스키하고 힘있는 저음, 서울 말씨지만 투박하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온 깊이가 새겨진 얼굴. 밭에서 막 캐낸 흙 묻은 돌감자 같은 느낌이었다. 앞서 너무나 매끈하고 세련된 젊은 강사의 강연을 들었던지라, 그 투박함과 두서없음이 더욱 두드러졌다.

"온 국민이 지지하는 운동을 왜 합니까? 지지하지 않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운동'이잖아요. 그래서 운동은 늘 '마이너리티 운동'입니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힘'이 있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남 먼저 묵묵히 걸어온 자만이 가지게 되는 조용하고 무서운 힘. 27살에 검사가 되어 지역 유지들에게 '영감' 소리를 들었단다. 그러나 사회의 부조리를 접하곤 이건 아니다 싶어 1년 만에 그 자리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억울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남의 고민을 돈 주고 사오는 그 직업도 만만치 않더란다. 그 때 머리가 반이나 벗겨지셨다고 했다.


이야기는 이곳을 쿡, 저곳을 쿡 찌르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사회혁신 전문가 학교, 모금 전문가 학교 얘기를 잠깐 꺼냈다가 뜬금없이 네덜란드 국립공원에 있는 나무 사진으로 넘어가서 '선진국은 감수성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희망제작소 쪽에서 준비해온 제법 괜찮은 프리젠테이션이 있었지만, 기기 조작에 서투르고 자신의 그런 서투름에도 전혀 당황하거나 개의치 않으셨다. 심지어 강연도중 PC가 재부팅 되는 사태가 발생해도 끄덕없다. 이래뵈도 Twitter도 할 줄 안다면서 오히려 여유롭다. 뭐랄까, 막 밀어붙이는 '좌충우돌 박 부장' 같은 이미지?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마구 진행시켜서 아랫사람들이 뒷감당 하느라 쩔쩔매게 할 것 같은 그런 윗사람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엥? 온화하고 점잖고 음지에서 조용히 사회개혁을 하는 그런 분이 아닌거잖아? 아이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막연한 '이미지'가 강연시작 10분 만에 보기 좋게 나가 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늘 고생한다며 껄껄 웃으시더니 어디쯤 왔는지 모를 이야기를 다시 이어 나가신다.

제한된 시간 내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셨는지, 여기저기 휙휙 옮겨가며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아래에 인상깊었던 몇 가지만 정리해 본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그렇다. 이 분은 "꿈"을 이야기하셨던 거다.

앞의 강의가 무언가 참신한 시각을 보여주었다면, 뒤의 강의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였다. 내 꿈은 어디에 있지? 사는 목적이 뭘까? 무엇을 버려야 무엇을 얻을까? 등등...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상상력'이란, 펜대 굴리며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새로운 발상' 이나 '말랑말랑한 몽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현실을 직시하는 안목, 한계를 설정해놓지 않는 열린 생각, 미래를 내다보는 Vision, 남이 안하는 것을 과감히 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 나와 주변의 사람들을 보듬어 안을 줄 아는 감수성과 꿈... 이런 개념들이 상호 융합되어 자신과 내 주변부터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행동력을 가진 개념이었다.

변호사이고 유명인이니 논리정연하게 말씀을 잘 하실 것이라는 기대는 5분도 안되어 휑~ 날려 버리셨지만, 꿈과 희망이 있다면 무엇을 바꿔나갈 수 있는지를 이 분은 자기 인생을 통해 몸소 보여주고 계셨던 거다.


그제서야 미리 나눠준 <희망제작소> 안내 팜플릿에 시선이 옮겨졌다.

"I hope, therefore I am."

>> 접힌 부분 펼치기 >>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이처럼 유익한 '상상력'이 사람들 가슴에 꽃을 피워 더 나은 삶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이다.

<박원순 + 김태원 '상상력' 강연회>
◆ 일시 : 2010.11.3(수) 19~21시
◆ 장소 : 강남 교보문고 23층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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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1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강연회에 다녀오셨군요.
강연회 후기가 이렇게 꼼꼼하고 구체적이라니....놀라워요, 정말.

herenow 2010-11-18 13:5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maggie님.
그때그때 잊어먹을까봐 메모해놓은 덕분이죠 뭐.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마녀> 표지에 홀려 서재를 방문해 보았더니 (좋아하는 작가)
오랜만의 복귀에 알라딘의 유명 블로그들이 모두 인사를 남겨 놓으셨더군요. ^ ^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눈팅하던 서재였거든요. (새벽까지 넘 무리하진 마세요 ㅎㅎ)
건강 유의하시고, 종종 또 뵙겠습니다.

2010-11-18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0-11-18 14:00   좋아요 0 | URL
에공.. 부끄럽습니다.
좋은 강연이었기에 건질 수 있는게 많아서 행운이었던거죠.
잘 지내셨죠, 루체오페르님? ^ ^;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0월에 나온 신간이라면 뜨거운 여름 내내 편집자의 속을 꽤나 썩인 물건이리라.  

인터넷 서점 소개만으로 골라본, 10월 인문/사회/과학/기술분야의 눈에 띄는 새책 5권. 


신을 위한 변론 

카렌 암스트롱과 오강남,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기본 퀄리티는 보장된다.
'신의 존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기 전에, 그 '신'이라는 '개념'부터 짚어볼 줄 아는
전직 수녀님의 남다른 통찰력을 또 한번 기대해 본다. 

 

 

 


넥스트! - 천재과학자 18인이 그리는 10년 후 미래

'천재과학자' 라는 말만 들어도 호기심이 확~ 일어나는 것은 어릴적 만화의 영향일까?
마이클 샌델이나 문제삼을 듯한(?) '도덕'을 첨단 '뇌과학'으로 거론한다니 신선하고,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영리함'이 아닌 '친근함'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나
기억의 조작과 삭제, 암흑에너지 등 목차만으로도 골고루 흥미를 자아낸다. 

 

 

 

양복을 입은 원시인  

원서 제목 Caveman Logic 이 딱 와닿는데, 표지 이미지는 '표절'이란 두 글자를 떠올리게 한다.
(모자 쓰고 양복입은 투명인간 이미지의 책표지만 따로 모아도 컬렉션이 나올게다. 헐~)
인간이라는 생물기계가 기본 탑재하고 있는 심리적 소프트웨어(원시논리)를 파헤치는 모양이다.
非이성의 산물로 추정되는 용의자에는 상습범인 '종교'를 비롯하여 칼 융의 '동시성' 개념,
환생, 대체의학, 인종차별, 초능력, 베스트셀러 <시크릿>까지 거론되는 모양새다.
혹시, 이 책에서 말하는 '진화심리학'과 '이성적 사고' 자체도 그 소프트웨어의 산물은 아닐테지? 

 

 

1만 년의 폭발 -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

진화론의 '자연선택'이 이런 의미였던가?
목차와 책소개를 읽는 내내 호기심도 1만 배쯤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같다.
읽고나면 인간의 생물학적 역사와 문명사를 동시에 새롭게 들여다보게 될 것만 같은 책.
책 표지로 판단하지 말고 일단 목차와 책소개를 한번 보시라.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사이언티스트 등 추천글의 호들갑이 왠지 진짜일 것만 같다.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이라서가 아니다. 다룰 만한 주제를 골고루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고리타분한 주제처럼 보여도, 그는 또 그만의 방식으로
청중이 스스로 고민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 그러면 결국 또 마이클 샌델이라서인가?  ㅡㅅㅡ; 

 

 

 

그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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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1-0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renow님은 이번에는 과학 분야 도서를 두 권이나 선택하셨네요.
이번에 나온 카렌 암스트롱의 책도 괜찮은데, 종교 분야에도 속할 수 있는 책이라,,,
이번 달에도 5권 정하기가 여러 모로 힘들었네요^^;;
좋은 페이퍼 잘 봤습니다.^^

herenow 2010-11-11 22:18   좋아요 0 | URL
cyrus님, 부지런도 하세요 ^^;;;
책도 많이 보시는 것 같던데, 이렇게 다른 분들 글에 댓글도 많이 다시고...
<궁극의 리스트>는 벌써 읽으셨더군요.
그림과 곁들인 정성스런 리뷰 잘 봤습니다.
'이달의 당선작' 선정되신거 축하드립니다! ^o^

cyrus 2010-11-1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뒤늦게서야 herenow님 축하 인사 확인했습니다.^^;;
출간된지 얼마 안 된 에코의 신작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딱 한 편뿐인
제 리뷰에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선정된거 같네요.
새벽에 편의점 알바할 때 다른 분들 서재 들립니다. 카운터에 있으면
정말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요.

herenow 2010-11-17 15:31   좋아요 0 | URL
Wow~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면서.. 화이팅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