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바다에서 놀다가 갑자기 거센 파도에
휩쓸렸습니다. 아버지가 황급히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위급상황을 인지할 능력이 없는 아들은 더 재미있는
물놀이로만 생각했다네요.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 일 없다는 듯 말 잇기
놀이를 하며 조난상황을 견뎌냈습니다.
아버지의 사투 덕분에 아들은 극한상황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놀이공원에서 물놀이하듯 조난을 즐기다가 구조되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는
그런 순간들이 무수히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사투(死鬪) 덕분으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섬광 같은 느낌...
아들보다 아버지의 역할이 훨씬 많은 살이(生)처럼 느껴져
고달픈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세상에 한쪽 면만 있는 일이란
단언컨대, 없습니다.
구조 후 아버지는 자폐아 아들을 ‘나의 영웅’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아들이 표류하면서도 모험을 떠난 듯
계속 웃고 있어서 덕분에 자신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를 엄호하고 눈 맞춰준
모든 이들에게 송년의 웃음공양 올립니다*^^* 두손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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