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불이 붙은 광야를 헤매다가
크고 사나운 코끼리를 만나 쫒기게 되었다.
미친듯이 달렸지만 의지할 곳이 없었다.

마침, 언덕 위에 있는 우물을 발견한 그는
우물 속으로 드리워진 나무 뿌리를 잡고 그 속에 들어가 숨었다.

그런데, 그가 매달려 있는 나무 뿌리를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가며 이빨로 갉고 있었다.

또 우물의 네 벽에서는 독사가 기어나와 그 사람을 물려고 쉿 쉿 거렸다.
게다가, 우물 밑에는 세 마리 독룡이 웅크려 있다가 날카로운 발톱을 뻗었다.
네 마리 독사와 독룡이 무서워 그 사람은 벌벌 떨었다.

그가 매달려 있던 나무는 언제 뽑힐지 모를 듯이 흔들거리고
흰 쥐와 검은 쥐는 잡고 있는 나무뿌리를 열심히 갉고 있는데,

나무에 매달려 있던 벌집에서 꿀이 떨어져
그의 입안에 흘러 들어왔다.

달콤한 꿀맛에 취하여
그(녀)는 잠시
위태로움을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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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03-3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요거 아함경에 나오는 일화 같은데..맞는지 어쩐지 모르겠네요.
함축적이고도 교훈적인 이야기라는 것만 기억하죠..^^ 근데 내용을 보니 조금 윤색을 했네요. 장소는 우물 우물에서 자라난 나무 썩은 밑둥이를 갉고 있는 쥐 바닥엔 독사 뭐 그정도였는데...ㅎㅎ 어쨌든 상황은 똑같네요..
우리가 딱 저렇죠?.....으,,

herenow 2011-03-30 23:25   좋아요 0 | URL
꽃도둑님이 알고 계신 내용이 '부분 발췌'한 겁니다. ^ ^;

원래는 저 내용 다음에
나무가 움직여 벌집이 무너지고, 벌들(나쁜 생각과 견해)이 날아와 사람을 쏘고
벌판에 불이 일어나 나무를 태우는 것... 까지가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종교적인 느낌이 들까봐 일부러 출처를 안밝혔는데, 어쩔수 없이 명시해둬야겠군요. ^^
오리지널은 남송때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Guṇabhadra)가 번역한
『빈두로돌라사 위 우타연왕 설법경(賓頭盧突羅闍 爲 優陀延王 說法經)』에 실린 이야기라 하구요,
('빈두로돌라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우타연왕'은 가르침을 받는 왕의 이름)
위의 약간 줄인 버전은 번역명의집(飜譯名義集)에 실린 내용이라고 합니다.

더 축약한 버전은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고사성어와 갖가지 그림으로 유명하지요.
꿀에 취해서 또 한 줄 남겨봅니다. ;;;

herenow 2011-03-3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Long and Winding Road - Paul McCartney가 운다...
지혜와 사랑의 두 날개.

마녀고양이 2011-03-3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꿀에 취해서 남긴 페이퍼신거군요~ 어떤 꿀일까요? ^^

저런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면, 흰쥐와 까망쥐가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간 끝을 향하도록 약속해주니까요. 거기다 간간히 꿀도 맛볼 수 있다니.
문득 말이죠, 절벽 아래로 떨어져도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젤리같이 뭉클하고 안전한,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신천지가 있을지두요.

즐거운 하루 되셔요~ 히어나우님.

cyrus 2011-03-3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우화네요. 위의 나우님이 남기신 댓글까지 더해져서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

양철나무꾼 2011-04-01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상 한박자 씩 늦게 님의 페이퍼를 보내요.
폴 메카트니의 저 노래를 들으니, let it be와 let it grow가 생각난다는~^^

낮에나온반달 2011-04-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윗부분에 진열해 놓으신 책들은 수시로 바뀌는 것인가요?
<어린이 건축 교실 프로그램>이라는 책, 구경해보고 괜찮을 것 같아서 일단 집 옆의 도서관에 신청했어요.
그저께는 보였는데, 어제는 안 보였고, 오늘은 또 보이네요, 그 책이.


2011-05-02 0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로하 2011-06-0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우화네요! 고맙습니다.

2012-01-0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