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죽은 인문학의 사회 (제목에 원문 링크)
by 비전 디자이너 | 2011.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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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시간으로 2011년 3월2일, 샌프란시스코 어바부에센터에서 애플의 제품발표회가 열렸다. 이 곳에서 병가로 잠시 회사를 떠났던 잡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건재했다. 그곳에 시한부 인생 따윈 없었다. 잡스는 특유의 자신감과 독설을 가지고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매혹적인 아이패드2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의 71분 발표는 국내에서도 자주 소개되는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강조할 때 절정으로 빛났다.

잡스의 신화는 그 발표로 끝나지 않았다. 잡스의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국내 온라인 생태계 곳곳에서 잡스와 잡스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회자됐다. 그렇게 보면, 잡스의 왕의 귀환은 애플만 살리지 않았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잡스 만큼 인문학을 마케팅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잡스가 정말 우리 인문학의 구세주인가?

먼저 잡스의 인문학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은 정확히 말하면 반드시 인문학은 아니다. 인문학은 영어로 휴머너티스(humanities)다. 그러나 잡스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를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할 때 종종 연관을 짓는 문사철(文史哲)과 직접 대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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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우리의 인문학을 이 시대 최고의 인문학 대변가인 잡스가 기사회생시킬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위에서 보다시피 잡스의 리버럴 아츠와 문사철이 동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꼭 문학을 읽고, 철학을 탐구하고, 역사를 꿰뚫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수학으로도, 생물학으로도 그같은 접근법은 터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문으로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목적지인, 대담한 질문을 정확하게 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더 근본적이다.

잡스의 인문학이 우리 인문학을 살리지 못할 까닭은 많은 경우 현재 인문학의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대학이 상업화되어서도, 신입생들이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서 인문대학을 외면해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잡스라는 최고의 모객꾼이 있어야 인문학이 흥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이 변해야 인문학이 살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리버럴 아츠라 부를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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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위키피디아. CC B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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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공개석상에 나타나면 <인문학과 기술의 만남>을 칭송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쏟아진다.
그 '인문학'이 과연 '그 인문학'일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얼씨구나 덩달아 인문학 찬가를 외치지 않는 글이라 잠시 링크.
 
1~2년 전부터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새로운 '상품'으로 떠오른 '인문학'.
 
"믿음에 값하는 것"이라는 상업 광고가 등장했을 때
'믿음/종교/영성'과 같은 고유한 가치마저 자본시장의 '상품'으로 팔려 나왔음을 암시했던 것처럼
'인문학에 대한 가벼운 상품화'나 '인문학에 대한 폐쇄적인 지적 허영'이나
양 극단 모두, 우리 시대 '인문학'의 정체를 다시 물어보는 듯하다.  

 


생뚱맞은 비디오 클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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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3-0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한터라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몰랐지만 여러번 읽게 되니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찜해두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2011-03-07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제 첫 직장인 국민은행 전산실이 생각납니다.
저희 교육받을 때, 시스템 파트는 크게 계정계(은행 입출금, 대출을 다루는 곳), 정보계(계정계의 정보를 분석용 자료로 만드는 곳) 두군데가 있었습니다. 그때 막 정보계가 활성화될 때인지라, 선배들은 계정계에 발령받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말했답니다. 그러나....... 은행의 진짜 업무는 계정계라는 것을 몇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인문학이 그렇다 생각합니다. 저희가 아무리 IT 쪽의 어떤 이야기를 할지라도
진정 인간을 다루는 분야는 인문학입니다. 유행에 흔들릴게 아니라,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 봐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IT에만 종사하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들의 약간은 근시안적인 시야를 그다지 존중하지 않습니다.

저, 건방지죠? 아하하.........즐거운 한주되셔요.

2011-03-06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6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1-03-07 00:37   좋아요 0 | URL
예, 대부분의 학문은 결국 '사람'을 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만이 진정 인간을 다루는게 아니라 어느 '분야'든, 심지어 어떤 '직업'을 가지건
결국 '사람'을 다루고 공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일부 분야는 제외)

스티브 잡스 추종자는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나 애플, 구글 등 IT 산업과 기술 분야가 우리 생활과 문화에 끼친 영향력을 얕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만 봐서는 그냥 유행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문화/산업 측면의 파급효과는 계속 진행중이거든요.

기술산업은 '이론'이나 '철학'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기술(상품)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투쟁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세계적인 변화를 만들어 버리니까요.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PC)의 보급이었으니 말이죠.
사실상 인류의 역사 전체를 돌아보아도 철학/종교/이론/주의와 동등하거나 솔직히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기술'의 변화였습니다. (철기, 바퀴, 지렛대, 인쇄술, 시계, 상하수도, 피임약, 백신, 마취제, 현미경, 전화기, TV, 컴퓨터, 인터넷 등등)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인상 팍! 쓰면서 무게중심을 두기 보다는 각각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지혜롭게 접목/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뻔한 얘기인가요? ㅎㅎ;)

2011-03-07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7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3-0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 쓴지 6개월 되가요.
제가 활용을 잘 못해서 그렇겠지만, 2년 약정 아니면 전에 쓰던 전화기로 바꾸고 싶어요.
버튼 꾹꾹 누르고 싶어요. 밀고 당기고 터치하는거.. 별로예요. ㅠㅠ
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봐야겠고, 메모는 수첩에 해야겠고,
일기는 서재에 써야겠고,,, 아이폰이 할 일이 별로 없어요.ㅎㅎ

2011-03-07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1-03-15 15:30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 공감하구요, 그런 표현을 거꾸로 바꾸어서
"수학/물리는 골때리고 어려울수록 마음에 드는데, 인문사회 쪽은 도저히 포용할 수 없는 분야"
라고 누군가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씀하신 내용이 한번에 느껴질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특출한 인재가 아닌 이상 자연과학 전공자 중에서도 거의 없을테니까요.

8,90년대 미셸 푸코나 서구 철학자의 책이 유행할 때, 농담 반 진담 반 그런 말이 있었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사보고 유명해지는 것 같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내용을 모두가 아는 척 떠들고 있다고.
그런 면에서 수학/물리 같은 자연과학의 학문적 변별력은 참 간단하고 솔직하죠.
주관적 감상과 가치판단으로 담론 내지 개똥철학을 늘어놓을 여지가 거의 없으니까요.

인문사회 쪽은 어려울수록 더 마음에 들고 흥미로운데 자연과학쪽은 안그렇다면,
개인적인 취향/적성, 기초 부족, 주입식 교육의 폐해 등 개인적 이유도 물론 있을테지만
수학/물리보다 논리/철학의 학문적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건지, 아니면
논리/철학/정치/경제학 등을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해서 그런건 아닌지도 궁금해집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할 말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말씀하신대로 안타까운 일이죠..
자연과학쪽은 실제 내용과 전개 과정을 알기도 전에 선호도가 결정되어 버리면서
인문학쪽은 때로 지나친 의미 부여와 함께 역설적으로 누구나 접근이 쉽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이중적인 가치부여 자체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한국 사회 '인문학'의 한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죠.

2011-03-07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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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5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출처] 2011년 4월, 새롭게 시작되는 일본영화정기무료상영회를 만나보세요! (CINUS_A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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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이니 얼른 신청하셔야 할 거에요. 


  

다음달에도 일본영화 상영회 등 행사가 더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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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1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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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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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11-03-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ve a nice weekday~

 

 ★ 최소한의 비용으로 뇌과학/인지과학 전문가들의 알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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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의 로쟈(이현우)님 강의도 있군요. 

인문학 강좌에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를...
벌써 3월이 코앞이네요.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 William Words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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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2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인이 빵빵한데요, 이런 좋은 강좌가 있었다니,,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살고 있어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네요 ^^;;

herenow 2011-02-23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지방에 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서울에 살아도 정작 안가는 경우가 또 많지요. ^ ^;

남의 책은 잘 빌려 보면서, 사놓은 책은 그냥 모셔놓는 경우처럼요.
cyrus님은 개강 준비하느라 슬슬 바쁘시겠어요? ㅋㅋ

2011-02-25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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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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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2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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