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국내파 영어달인 김대균의 영어연수 in Korea
김대균 지음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 학습서에 대해서 내가 말한다는 것! 

 

내가 '영어학습서'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참 생소한 일이다.

그 만큼 나에게 지금 영어는 절박한 현실인데.

 

대한민국엔 참 많은 TOEIC, TOEFL, TEPS, IELTS, TOSEL,.... 수험서들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쏟아지는 영어회화, 영어일기 등이 있다.

 

하지만, 참 많은 영어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제대로 된 영어 학습 방법에 대해 논하는 책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처음 집었던 영어 학습법에 대한 책이 있었다. 바로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와 <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 였는데. <영절하> 덕택에 난 문법도 집어 던지고 한동안 영어 테잎과 CD만 열심히 들었었고, <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 때문에 한동안 프레젠테이션 준비만 했었다. (지금쯤 와서 생각해보자면, <영절하>의 방법은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한국의 현실을 얼마나 고려했는 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listening을 통해서 소리를 통해서 영어를 하나 하나 익혀가는 것과 말하기, 읽기, 쓰기는 함께 연동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의 방법은 또 한편으로 한국적 해석법을 버려야 한다는 내 생각과는 좀 차이가 있다. 사실 한글로 된 정확한 뜻을 몰라도 영영사전의 문맥만으로도 그 용법을 정확히 알 수 있고, 그것이 마음으로 느껴지면 그 뜻 또한 한글로 말할 수 있다.우리는 우선 해석하기 보다 쓸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영어 실력은 잘 늘지 않았었고, 한 동안은 영어를 놨었다. 2003년 영국문화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elementary course부터 시작하여 upper-intermediate course까지 이수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도 내 영어 실력을 측정한 적은 없었지만 혼자서는 내심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영어 하면 괜히 거들먹 거려보려는 경향마저도 생겼다.

그러던 와중 대학교 4학년 1학기에 TOEIC을 볼 기회가 생겼다. 생전 처음 본 TOEIC 점수는 430점이었다. 헛헛한 마음이 들정도로 황당한 점수였지만, 사실 당연했다. 지금 쯤 생각해보건데 어휘력은 Penguin Readings에 나오는 기준으로 하면 한 1800단어(intermediate) 정도나 되었을 것이고 문법은 완전히 놨던 나머지 elementary 수준이나 되었을까? 그냥 수업을 이수했다 뿐이었다. 하루에 영국인 선생과 10분 정도도 대화하지 않는 회화학습을 받고 숙제도 설렁설렁하고 Reading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에서 RC, LC 모두다 바닥을 치는 것은 당연했다.(이제서야 솔직히 말해보는 거다.. -_- 사실 4년만의 고백이다.)

 

그 후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시험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벼락치기 TOEFL CBT 학습으로 유학이 가능한 점수를 만들기도 했고, 공군 사관후보생 시험에 필요한 만큼의 어휘와 문법, 독해력을 갖추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점수들을 맞고서 잠시 좋아했었지만 올해 다시금 영어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느낀바는 참 공허하다는 거였다. 회화실력은 영국문화원에서 깔짝대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고, 다시금 미드의 이야기들이 들리지 않아 재미가 없었고, 참 많이 보던 어휘와 표현들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들어오지가 않는 다는 것. 어학은 놓으면 곧바로 도태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엮여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여 시작했다. 미드를 보면서 중얼거리고, 읽고 싶었던 영국 저자의 책을 원서로 보면서 입으로 따라하고 있고, 그 후기들을 되도록이면 영어로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지도가 과연 있는 학습인가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대균의 <영어연수 in Korea>를 집었다. 즉 내가 이 책을 집은 이유는 내 생각에 대한 공증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의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약간 내가 잘못했던 점들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데..

 

예를 들면, 나는 어려운 책이라도 끝까지 조금씩이라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김대균은 쉬운 책을 많이 읽어 영어식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기를 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Roald Dahl의

 

그리고 LC역시 쉽게 들을 수 있는 수준의 Audio Book 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을 하는데. 그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영영사전을 보라는 것. 뭐 이유는 말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난 계속 내 방식대로 할 것이다. 약간 내가 요즘 자신감이 생긴 것은 TOEIC과 TEPS 문제집 없이 각각 800과 900을 넘겼다는 사실이다. 확실히 책 읽기가 굉장한 실력 향상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오디오 북 읽으면서 따라하는 것이 LC에 굉장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향상이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건 영어가 나에게 계속 떠나지 않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그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난 영어 점수를 획득하는 것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굳이 외국에 나아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글쎄?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외국인을 만나기 위해서 외국에 나간다거나, 같은 커리큘럼의 수업을 굳이 영어권 국가에서 배우기 위해 가는 것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이태원이나 강남이나 홍대나 어디에 가도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들이 즐비하고, 조금만 인터넷을 쑤시면 숱한 reading material들과 listening material들이 널려있고, 채팅 상대를 구하느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달인의 생각을 읽으면서, 또한 내 영어 공부 Plan을 작성해본다. Practice makes perfe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1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김혜리, 공감하고 경청하여 얻어낸 기록들

<그녀에게 말하다>. 그녀에게 말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록이다. 흔히 궁금할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전에 한 동안 씨네21을 열심히 본 적이 있었다. 한겨레 21과 씨네 21을 한꺼번에 사서 다 읽는 것이 한 주의 윤택한 나의 문화활동이라는 신념이 있었을 때였다(물론 지금도 그런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만큼의 여유가 없다.). 당시 '김혜리가 만난 사람'이라는 꼭지를 통해서 문소리와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까지 다른 <연예가중계> 따위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질감으로 토로하는 문소리를 보면서 인터뷰의 질이 다름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중심에는 '구조'가 있었다. 사회구조, 또 문화구조, 계급구조, 권력구조 등등등 '-구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세상의 '틀'에 대해서 지독하게 중심을 두고 바라바 왔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세상의 구조라는 것은 아무리 지독한 완고함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신'의 영역이 아닌 이상 변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이건 들뢰즈와 알튀세를 읽던 내 결론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구조만을 계속 뜯어본다고 해서 모든 결론을 낼 수는 없다.

그래서 점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예전에 '사회경제사'와 '국제체제' 등에 대한 관심이 지배적이었던 것에서 점차 변화하여 이제는 '지성사', '인물사', '평전', '자서전' 그리고 '수필'쪽에 훨씬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요즘 향후 직업에 대한 결단을 내린 가운데, '방송-신문' 등을 포괄한 언론, 그리고 그 주위에 거대하게 포진하고 있는 엔터테이너 시장에 대해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 같으면 그 구조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론도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자본'이 있다. 물론 지금의 결론도 큰 틀에서 그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구조 안에서 꿈틀대면서 또한 그 구조가 갖고 있는 맥락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에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김혜리의 책은 그런 문제의식을 해결해 주는 내 첫번째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김혜리는 굉장히 꼼꼼한 인터뷰어다. 지승호의 인터뷰를 보면서 '꼼꼼한' 인터뷰라는 것이 어떤 것인 지에 대해서 생각헤 보았지만, 그녀는 본인의 전공인 '영화'를 제외하고도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디테일을 무섭게 추적하면서 인터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허를 찔린 인터뷰이들의 '앓는 소리'도 종종 느껴진다. 사회과학을 하는 이들의 좋은 인터뷰라는 것은 '매서운' '치명적인' 측면이 종종 부각되어야 하는데,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에 우선 필요한 것은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리는 '공감'에 충실하며 '경청'함으로써 더 많은 결과들을 얻어낸다는 생각이 들며 그 와중에 인터뷰이들의 '밑바닥'을 은연중에 긁음으로 '허'를 찔리게 하는 결과를 얻어낸다.

가장 맘에 드는 인터뷰는 강금실과 김선아의 그것을 꼽아내고 싶은데, 우선 강금실의 인터뷰는 그녀가 갖고 있는 '춤추는 칼'의 느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내는 것이었고, 김선아의 인터뷰라는 것은 '성장하는 연기자'의 소탈함이 물씬 풍기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인터뷰들도 그녀의 '꼼꼼함'과 '공감'이 어우러 내는 하나의 짧은 자서전의 구술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따금은 이런 책들을 왜 집는 지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 했었는데, 인터뷰의 매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되는 기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론.정치 풍속사 - 나의 문주 40년
남재희 지음 / 민음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남재희, 풍류랑.

남재희가 권영길에게 썼던 편지(http://news.empas.com/show.tsp/cp_pr/20070921n08907/?kw=%B3%B2%C0%E7%C8%F1%20%3Cb%3E%26%3C%2Fb%3E)를 프레시안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우석훈의 블로그(아마 이글루스 시절이었으리라 생각한다)에서 보수주의자 중에서 여전히 디테일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남재희리라는 평을 듣고 그의 이름을 기억했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산 죄로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를 본 적이 없었기에 그의 글은 굉장히 파격적으로 느껴졌다. 어설픈 감성적 진보주의자의 한 권의 책보다 더 날카로운 한 편의 글이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유신 이후 10대 의원부터 여권에서(당시의 여권이라면 민정당) 의원도 했고, 전두환에게 신임을 받기도 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도 했던 사람인, 관운이 있고, 이 쯤에서 우리가 추측해보건데 굉장히 꼴통에 TK 출신 정도, 아니면 KS 마크를 달고 있는 전형적인 범생이 스타일을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술 사랑, 그리고 그의 주위의 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있었고, 진짜 '풍류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들과 그들이 마셨던 술, 그리고 그들이 마셨던 장소에 대한 복원된 기억을 읽어보고, 또한 그 당시에 대한 내 생각들을 되짚어보면서 당대의 '야사 한국 현대사'를 구상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들의 '사실성'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삼아볼 수는 있겠지만, 의미상의 '진실'은 오히려 더 크게 와닿았었고, 당대의 지성사나 사상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생활에 대한 평전이나 자서전 류를 더 읽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이 책에 나오는 명사들의 이야기를 구구절절히 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왔던 종로와 남대문, 세종로와 이태원을 가로지르는 동네들의 맛집들, 멋집들, 그리고 괜찮은 술집들은 한번씩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굉장히 '강남문화'에 대해서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강남/강북'의 구도로 날을 세우고 싶은 건 아니고, 오히려 '종로/신촌/남대문'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근대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장소들의 역사와 현재성이 얽혀있는 그 느낌 자체를 좋아한다. 남재희가 가는 곳들은 내가 사랑하는 '하동관 곰탕' 집을 비롯하여 그런 구미와 어울리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할아버지와 한 번쯤 호기를 부리면서 한 잔 하고, 그의 분위기대로, 그리고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내 분위기대로 한잔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강남의 메트로폴리탄을 가장하고 댄디함을 입은 척 하는 이들이 벌이는 전형적이고 몰 개성적인 모습이 싫은 거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박학다식'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인물들에 대한 평 그 자체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들이 남재희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사상 동향이나, 문화 동향, 그리고 그것들이 총 망라된 유흥가의 동향을 정확하게 꿰 뚫는 힘. 그것이 남재희가 가진 '박학다식함'의 출발 선상인 듯하다.

술 한잔과, 같이 마실 술 친구와,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그리워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보에서 희망을 꿈꾼다
김진균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교협 의장 역임.. 사회진보연대 대표 역임... 이 땅에서... '욕망'조차 꿈꾸지 못하는 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생동력'있음을 보여주고자 살아가는 김진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작이다... 도서관에 갔다가 한번에 읽어버린 400page의 수필 혹은 저술 모음.. 젊다는 말은 이런분들에게 헌사해야 한다... 민중에 대한 애정.. 세상의 지배체제에 대한 회의... 그의 논문에서도.. 그리고 잡글.. 신문 칼럼에서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바라는 세상... 나도 한표를 던져본다!!! 먼지셨던 선생님... 이진경의 말을 참조하기로 한다..

"그는 죽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굴속의 독백 나남신서 168
리영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리영희 선생의 짧은 글들을 신문에서 보았었고, TV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았었다.. 처음 그의 글을 접한 것은,, 아마도 1998년 강준만의 글을 읽다가 알게된 것이었을 텐데... 그 이후 신문이나 인터넷이나, TV에 나올 때마다 그의 말에 귀기울였었다.

'리영희'라는 이름 석자에서 예사치 않다는 것을 느꼈던 건..

첫 번째는 그가 아무래도 여자리라는 믿음이 깨졌던 것이고..

두 번째는 그의 사상이 급진적인데 반하여(그 것이 그가 맑스주의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나이가 1929년의 우리 할머니 연세보다 조금 젊다는 사실이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에 대한 감정은 언제나 '존경심'이었다. 사실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그에 대한 남들의 예찬만을 가지고 그를 재단하고 있었던 나에게도 불찰은 있었다.

3일간을 꼬박 시간을 죽여가면서 그의 책을 읽었다. 사실 "동굴 속의 독백"을 산 것은 성공회 대학교 김동춘 선생의 추천에 힘입었던 2002년 1월 쯤이었다. 당시 그의 책 "근대의 그늘"(당대)를 읽고나서, 그리고 박정희 관련 토론회에서 바른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나서 감명 받은 나는,, 사회과학도에게 추천해줄 책을 소개해 달라 했고 그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책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맑스,자본 1권(정치경제학 비판), 비봉, 2001
라인홀트 니버,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2000
김동춘, 전쟁과 사회,2000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1,2, 민음사, 1999,1998]

그리고 리영희 선생의 "동굴 속의 독백"을 소개시켜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 놓고선 처음 책을 잡은 것은 2002년 초였지만,, 계속 너무 쉽게 쓰여진 문체에 지루했음이었을 까,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책을 봐서 그 문체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여하튼 나는 이 책을 덮어놓고 2년을 묵혀두었다. 이 책을 다시 잡게 된건 올해 초였던 것 같으나, 그 때도 500p 중 100p 정도를 읽고 그냥 덮었던 것 같다. 지난주 월요일 동생을 군대 보내놓고 맘 먹고 읽기 시작하여 다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사상에 대해서 어떠한 '충격'이라던 가(그의 처녀작 "전환시대의 논리"를 보고 대학생들이 지적충격과 아노미 현상을 겪으며 학생운동과 변혁운동에 투신했던 것 같은..) 특별한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또한 한편으로는 그의 '非 여성주의적 잔재들'(예를 들면 자신의 아내의 처녀성에 대한 존경심을 통해서 그녀의 아내를 사랑해야할 이유로 상정하는 점(p.340)) 등에서는 실망 또한 처음엔 느꼈으나,, 내가 책 밑둥에 써 놓았지만,, 내가 1929년의 유교적 잔재와 일제하에서 태어났을 때도 그 보다 더 진보적일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런 대답도 자신할 수 없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이고, "자유인의 단상", "삶과 사유의 뒤안길", "전장과 인간", "난세의 지식인들에게", "탱크를 녹여서 보습을", "거짓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서", "리영희를 말한다"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그가 극우사상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해서, 잠수함의 토끼처럼(p. 509) 민감하게 세상에 대항했던 점,, 그 출발은 한국전쟁이었다. 그냥 평범하고 이상적인 젊은이었던 그를 바꾼건 거창양민학살과(사실 민간인 학살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국군방위대군수사건 등의 군의 양심을 져버린 행위들과 전쟁이 주는 비참함 등에 기인한 것이었고, 미군 곁에서 통역장교로 생활함과 최전방의 생활이 그를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바꾸어 주었다.

다만 매번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걸리는 점이지만,, 그의 가족이 입었을 상처를 생각해 본다만, 그의 아내가 순응적인 보수적 여성에서 민주투사로 까지 변하는 모습은 그의 삶이 올 곧았기 때문에 그의 삶과 그의 인품에 반한 점도 있었겠다고 생각해 본다. 물론 그의 아들이 그의 아버지를 "전체주의자, 도덕주의자"로 몰아붙일 정도로 아이들에게 엄격했던 점들은 당대의 '선비'의 작은 흠결이라고 보면 안되겠는가?

이 책에는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종교, 여성, 맑스주의 ,..... 모든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진정 살아 움직이는 삶의 모습을 그는 보여줄 따름이다. 마지막 유홍준의 그에 대한 회고를 할 때의 에피소드가 그의 성품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유홍준의 결혼식 주례를 맡은 리영희 선생이 "신랑 유홍준군과 신부 최영희 양은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며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서 도리를 다할 것과 어른을 공경하고 나라에 공헌할 것을 맹세합니다."라는 부분을 보고선,, 곧바로 나라에다 플러스 펜으로 직직 긋고 "사회"로 바꾸고 그 연유를 물어보았더니,, "나라라는 말에는 파쇼 냄새가 나지만 '사회'라는 말에는 인간의 윤리가 살아있다는 차이 아니겠어."라고 이야기하는 점을 보면서.. 짠한 느낌을 받았다면 내가 지나치게 사회과학도 이기에 그런 것일까?

머리가 굵었다고 남들의 사상에 높은 점수를 쉬이 주지 않는 나에게 리영희 선생은 그의 사상과 상관 없이 '성찰하는 한 인간'으로서 깊은 감동을 준다. 그의 사상과 나의 졸견은 지금 많은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기 때문에..) 다만 그의 고뇌한는 모습,, 그리고 항상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면 이는 어떠한 가?

[인상깊은구절]
그런데 우주의 원리는 변화임을 알아야 하네, 균형 정지 고정은 변화의 과정의 어떤 순간, 단면의 현상이지 원리가 아니지 않겠는가. 사회와 인류의 발전에는 안정도 중요하지만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감으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네. 더욱이 일체의 변화를 '혼란'으로 단정하면서 그것을 위험시 하는 사상은 진정한 안정을 유지할 능력의 결핍을 뜻하는 것일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