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1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김혜리, 공감하고 경청하여 얻어낸 기록들

<그녀에게 말하다>. 그녀에게 말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록이다. 흔히 궁금할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전에 한 동안 씨네21을 열심히 본 적이 있었다. 한겨레 21과 씨네 21을 한꺼번에 사서 다 읽는 것이 한 주의 윤택한 나의 문화활동이라는 신념이 있었을 때였다(물론 지금도 그런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만큼의 여유가 없다.). 당시 '김혜리가 만난 사람'이라는 꼭지를 통해서 문소리와의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까지 다른 <연예가중계> 따위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질감으로 토로하는 문소리를 보면서 인터뷰의 질이 다름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중심에는 '구조'가 있었다. 사회구조, 또 문화구조, 계급구조, 권력구조 등등등 '-구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세상의 '틀'에 대해서 지독하게 중심을 두고 바라바 왔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세상의 구조라는 것은 아무리 지독한 완고함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신'의 영역이 아닌 이상 변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이건 들뢰즈와 알튀세를 읽던 내 결론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구조만을 계속 뜯어본다고 해서 모든 결론을 낼 수는 없다.

그래서 점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예전에 '사회경제사'와 '국제체제' 등에 대한 관심이 지배적이었던 것에서 점차 변화하여 이제는 '지성사', '인물사', '평전', '자서전' 그리고 '수필'쪽에 훨씬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요즘 향후 직업에 대한 결단을 내린 가운데, '방송-신문' 등을 포괄한 언론, 그리고 그 주위에 거대하게 포진하고 있는 엔터테이너 시장에 대해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 같으면 그 구조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론도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자본'이 있다. 물론 지금의 결론도 큰 틀에서 그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구조 안에서 꿈틀대면서 또한 그 구조가 갖고 있는 맥락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에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김혜리의 책은 그런 문제의식을 해결해 주는 내 첫번째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김혜리는 굉장히 꼼꼼한 인터뷰어다. 지승호의 인터뷰를 보면서 '꼼꼼한' 인터뷰라는 것이 어떤 것인 지에 대해서 생각헤 보았지만, 그녀는 본인의 전공인 '영화'를 제외하고도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디테일을 무섭게 추적하면서 인터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허를 찔린 인터뷰이들의 '앓는 소리'도 종종 느껴진다. 사회과학을 하는 이들의 좋은 인터뷰라는 것은 '매서운' '치명적인' 측면이 종종 부각되어야 하는데,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에 우선 필요한 것은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리는 '공감'에 충실하며 '경청'함으로써 더 많은 결과들을 얻어낸다는 생각이 들며 그 와중에 인터뷰이들의 '밑바닥'을 은연중에 긁음으로 '허'를 찔리게 하는 결과를 얻어낸다.

가장 맘에 드는 인터뷰는 강금실과 김선아의 그것을 꼽아내고 싶은데, 우선 강금실의 인터뷰는 그녀가 갖고 있는 '춤추는 칼'의 느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내는 것이었고, 김선아의 인터뷰라는 것은 '성장하는 연기자'의 소탈함이 물씬 풍기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인터뷰들도 그녀의 '꼼꼼함'과 '공감'이 어우러 내는 하나의 짧은 자서전의 구술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따금은 이런 책들을 왜 집는 지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 했었는데, 인터뷰의 매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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