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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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은 당신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어릴 때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줄거리부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면, 줄거리 부분은 건너 뛰고 읽으세요.

   육지생활이 답답했던 이슈마엘은 상선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을 살려 고래잡이 배에 타기로 합니다. 고래잡이 배에 타기 전에 들른 숙소에서 만난 식인종 퀴퀘그와 함께 같은 고래잡이 배에 타기로 하는데, 그 식인종은 유능한 작살잘이였습니다. 온몸에 문신이 있고, 문화도 다르지만 짧은 기간동안 이슈마엘과 퀴퀘그는 친구가 됩니다.

   이슈마엘과 퀴퀘그가 승선한 피쿼드호에는 에이해브라는 선장이 있는데, 그는 예전에 고래잡이에 나섰다가 '모비 딕'이라는 흰 고래에게 다리 한 쪽을 잃었습니다. 모비 딕을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한 에이해브는 고래잡이 보다는 모비 딕을 잡는게 목적인데,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에이해브 선장과 생각이 다릅니다. 하지만 에이해브 선장과 이미 그에게 동조하고 있는 수많은 선원들의 생각을 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합니다.

   에이해브 선장은 모비 딕이 자주 출몰한다는 장소를 찾아 향하고 결국 모비 딕과 마주하게 되지만, 모비 딕에게 복수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비 딕이 배를 공격해 배는 침몰하고 모든 선원들은 죽었습니다.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이슈마엘입니다.

 

   "누구든 이마에 주름이 지고 아가리가 비뚤어진 흰머리 고래를 발견하면, 누구든 오른쪽 꼬리에 구멍 세 개가 뚫린 흰머리 고래를 발견해서 내게 알린다면, 그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p.276)

   "나를 파괴하고, 나를 죽는 날까지 의족에 의존해야 하는 불쌍하고 한심한 놈으로 만든 게 바로 그 빌어먹을 흰 고래다!" (p.277)

 

   "저는 녀석의 굽은 아가리쯤은, 아니 죽음의 아가리라도 겁나지 않습니다, 에이해브 선장. 그게 우리의 정당한 용무라면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고래를 잡으러 여기 왔지, 선장님의 복수를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그래서 북수에 성공하더라도 기름을 몇 통이나 얻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걸 잡아봐야 낸터컷 시장에서 큰 벌이가 되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p.278)

   "말 못하는 짐승을 상대로 복수라뇨!" 스타벅이 소리쳤다.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에 따라 공격했을 뿐이라고요! 에이해브 선장님, 그런 짐승에게 원한을 품는 건 신성 모독이나 다름없어요." (p.279)

 

   이처럼 『모비 딕』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혹시 에이해브 선장이 모비 딕에게 복수하는데 성공할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아쉬운 결말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복수의 결말은 정해져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거대한 자연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보잘 것 없는 우리 인간들이 이긴 적은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먼저 『모비 딕』의 줄거리를 정리한 이유는, 이 소설에서 줄거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비 딕』은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여느 소설들과는 다릅니다. 『모비 딕』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 소설을 문학이 아닌 '고래학'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고래나 고래잡이에 대한 사회, 과학적인 연구가 실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래나 고래잡이가 언급된 거의 모든 기록들이 인용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을 주었나 봅니다.

   허먼 멜빌이 이토록 세세하게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실제로 포경선을 탄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이슈마엘처럼 그는 포경선을 타기 전에 상선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미 해군으로 남태평양을 누볐던 적도 있습니다. 그가 소설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식인종에 대한 이야기도 사실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동틀 무렵에 깨어 보니 퀴퀘그의 팔이 내 몸에 얹혔는데, 그 모습이 다정하고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누가 봤더라면 내가 그의 마누라인 줄 알았을 것이다. 이불도 네모지고 세모진 작은 헝겊을 알록달록하게 잔뜩 이어 붙였는데, 그의 팔도 크레타 미궁처럼 끝없는 형상의 문신으로 뒤덮였고 색깔까지 제각각이었다. 아마 바다에서 생활하는 동안 햇볕과 그늘을 들락거리며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소매를 걷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의 팔은 암만 봐도 조각 이불의 한 부분처럼 보였다. 실제로 처음 잠에서 깨어 이불 위에 반쯤 올려놓은 팔을 봤을 땐 구분이 어려울 만큼 색깔이 서로 어우러졌고, 퀴퀘그가 나를 끌어안고 있는 걸 안 건 순전히 무게와 누르는 힘 때문이었다. (p.69)

 

   문신이 온몸을 뒤덮고 있고, 이상한 종교의식을 하는 식인종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피하곤 합니다. 이슈마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퀴퀘그는 그들의 문화를 따를 뿐이지 악한 사람은 아닙니다. 이슈마엘과 한 침대에서 잘 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그를 배려하려 했으며, 이슈마엘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그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마치 퀴퀘그가 이슈마엘의 경호원인 것처럼요. 반대로 이슈마엘은 언어와 표현력이 딸리는 퀴퀘그의 대변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포경선의 침몰로 모든 사람들이 죽었을 때, 이슈마엘을 살려낸 것도 결국 퀴퀘그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종교가 다르다고 하면 이교도라고 치부합니다. 하지만 이슈마엘은 퀴퀘그의 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신성한 것이라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허먼 멜빌은 기독교에 대해 불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허먼 멜빌은 특정 종교나 인종이 우월하다는 근거없는 생각과 배타적인 태도를 경계했고, 소설 곳곳에서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에이해브 선장이 복수에 눈이 먼 나머지 배가 뒤집히는 줄도 모르고 쫓아다녔던 모비 딕. 모비 딕을 쫓아다니느라 눈이 먼 사람은 에이해브 선장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또다른 '모비 딕'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소설 곳곳에 다양한 매력이 숨어있는 소설입니다. 특히, 저는 이슈마엘과 퀴퀘그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는데, 여러분들도 여러분만의 재미를 한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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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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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우리가 상상했던 실제 그녀 모습은 이렇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고, 작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후자에 속하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동경하는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욕조에 몸을 담그고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고, 홍차를 좋아합니다. 성격은 차분하면서도 느긋한 편이고, 결혼은 했지만 결혼보다는 사랑을 더 추구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불륜을 동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이런 모습이 실제 그녀와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데뷔 후 8년동안 쓴 에세이를 엮은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소개됐지만 일본에서는 벌써 1996년에 나온 에세이입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그녀가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지 벌써 25년이나 됐습니다. 우리에게는 『반짝반짝 빛나는』이나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소설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그녀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먼저 썼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작가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원래 어릴 때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책을 좋아하게 된 일화부터 어른이지만 즐겨 읽는 동화에 대한 이야기, 특히 그녀를 반하게 만든 감성 포인트 등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녀가 읽은 책들을 모두 읽을 수 있었더라면 그 감성 포인트들을 보다 잘 공유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살고 있는 곳에는 있지만 이 곳에는 없는 책들이 많습니다. 

   또, 앞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녀의 실제 모습을 어떨까요? 그녀의 소설을 보면서 추측했던 모습들이 사실은 실제 모습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목욕과 홍차를 매우 좋아합니다. 때론 비정상적으로 느껴질만큼 느긋하고 여유롭기도 합니다. 물론 작가들의 삶과 우리 일반인들의 삶은 사이클 자체가 다른 법이니까요. 게다가 실제로 그녀는 이미 결혼한 사람을 사랑한 적도 있습니다. 또, 소설 속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과는 다른 여동생을 매우 좋아합니다. 다분히 감성적이고 충독적인 그녀와 달리 동생은 계획도 잘 세우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가족들 가운데서 가장 일반적이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결혼이란 참 잔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되고 싶지 않은 여자가 되고 마는 일이다. 서글프다. (p.146) 

 

   원래 그녀는 잘 우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5년 동안은 다시 『우는 어른』의 시간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왠지 『울지 않는 아이』에 이어 『우는 어른』의 책장을 바로 펼쳐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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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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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발견하는 그녀만의 방식!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을 때마다 여전히 놀랍습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잔뜩 고일 것 같은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말랑함이라고는 굴러다니는 낙엽의 줄기만큼도 없는지라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의 텍스트를 쫓고 있습니다. 그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성의 원천을 어디선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6년과 2001년에 나온 에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두 권의 에세이가 짝을 맞춰 나왔습니다. 어릴 적 그녀는 잘 우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우는 어른』이 됐습니다. 어릴 때는 울지 않는 자신이 듬직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쁘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는 길을 걷다가 길 한가운데서 울 수 있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서도 울 수 있고, 우는 친구를 따라 울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니까요. 그런데 어른은 다릅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다면 분명 사람들이 쳐다보겠죠. 연인과 헤어졌거나 우울증이 있을거라고 지레 짐작할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아이처럼 맘껏 울려면,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눈물을 모두 쏟아내도 주목하는 이 없는 그런 공간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공간이 없기 때문에, 우울증도 걸리고 홧병도 생기는게 아닐까요.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작가로 데뷔한 이후 8년 동안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우는 아이』는 그 후 5년 간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그 글 속에는 동화를 쓰는 작가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로 변해가는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도 담겨 있고, 20대의 에쿠니 가오리에서 30대로 변해가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변하고 관계가 달라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예를들면 목욕을 하면서 책 읽기, 성별이 다른 친구, 사랑에 빠지기 등은 항상 그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남성 친구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은 친구가 지녀야 할 최대의 자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시대를 사는 셈이지만, 내가 말하는 같은 시대의 의미는 훨씬 좁다. 예를 들면, 같이 일을 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거나. '요즘 아저씨'와 '요즘 젊은이' 등에 대해 같이 한탄할 수 있다거나,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도 같이 살아 있어서 같은 장소에서 나와 함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거나.

   그것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린 시절 그렇게 고독한지도 모르겠습니다. (p.97~98)

 

   이 에세이를 보면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성의 비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비밀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상 속에 있었고, 그녀는 일상 속에서 그것을 뚝 떼어내어 기록했을 뿐입니다. 일상의 기록, 쉬운 것 같지만 절대 쉽지 않습니다. 늘 똑같은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무언가 기록할 거리를 찾아낸다는 것, 이 또한 재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녀처럼 차 한 잔 마시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그녀의 감성에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세이입니다.

 

   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것에 무척 욕심이 많다. 언제나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휴가라는 개념도 별로 없다. 휴가는커녕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그렇잖은가. 만약 주말이나 휴가 때 놀기 위해서 다른 날 일을 해야 한다면, 그 '다른 날'이 너무 많아 괴로워진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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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찻집을 좋아한다.

대개는 혼자서 간다.

누구랑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아니, 신이 날 때도 있다 ─

하지만 찻집에 가는 것 자체를 즐기기에 혼자가 훨씬 좋다.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혼자이고 싶은 것이다.

낯선 장소에 덩그러니 혼자 존재하다가,

곧 다시 그곳을 떠나간다는 것.

가령 그 창문과 테이블과 커피 잔이

나 또는 내 생활과는 무관하게

거기에 늘 존재한다는 것.

그 정당함과 그 안도감.

 

다른 시간의 흐름에 잠시 머무는 것이리라.

또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왠지 소설 속의 등장인물 같다.

 

─ 에쿠니 가오리의 『울지 않는 아이』 p.194~195 ─

 

 

 

↑ 모스크바에서 프라하로 가는 어느 길목에서

 

그래서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자일 뿐이라는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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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1-0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랴~ 여기는 책좋사 네이버 카페의 지기 중에 하나이신 분이 아니옵니까? 서재지수 100이라니 부럽사옵니다.

뒷북소녀 2015-03-24 12:38   좋아요 0 | URL
아~~~~~ 애니님 덧글 이제야 봤어요.^^

만화애니비평 2015-03-2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뒷북소녀님다운 답글! 잘 지내시죠! ㅎㅎ

뒷북소녀 2015-03-24 13:01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애니님은 피드백이 엄청 빠르시군요.
 
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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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으로 인해 변해가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 당신도!

   당신은 꽤 잘 나가고, 꽤 활동적인 사람입니다. 평일엔 유능한 사업가이고, 주말엔 여행 안내서에 나오는 이 산 저 산을 돌아다니거나 모래사장에 누워 뜨거운 볕을 즐기고, 바이크를 탑니다. 그랬던 당신인데,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사고'로 인해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것은 런던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윌 트레이너의 이야기입니다. 여자 친구와 주말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그는 비 때문에 바이크 대신 택시를 타기로 합니다. 건너 편에 서 있는 택시를 타기 위해 뛰는 순간, 무언가 엄청난 것이 그에게로 와 부딪힙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 그는 손목만 살짝 움직일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 활동적인 그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정말 죽고 싶을만큼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의 처지는 죽음 조차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번에는 27살 루이자 클라크의 이야기입니다. 성 아래 마을에 사는 클라크는 한번도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고, 7년 동안 성 아래 카페에서 홍차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카페 주인은 세 달치 월급을 챙겨주며 내일부터는 카페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부모님과 똑똑한 여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집안에 보탬이 될만큼의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은 오직 그녀 뿐이라 눈앞이 캄캄합니다. 대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6개월짜리 계약직 간병인 제의가 들어옵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과 집안 상황 때문에 떠밀려 내키지는 않지만 간병인 자리를 수락합니다.

 

   클라크가 간병을 하게 될 사람이 바로 트레이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간병인 경험이 없어서 힘든데, 트레이너는 오랫 동안 아팠던 사람 특유의 차가움과 신경증을 클라크에게 표출합니다. 집안 상황이고 계약이고 당장 때려 치우고 싶었지만 클라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트레이너의 간병을 계속하게 됩니다.

   사실 트레이너가 그토록 차가웠던 이유는 클라크 때문이 아닙니다. 클라크가 오기 전, 그는 부모님에게 약속을 하나 받아 냈습니다. 6개월 후에는 자신을 스위스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 고통뿐인 생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클라크의 간병인 자리가 6개월짜리 계약직이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이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클라크는 간병인을 그만 두려고 했지만, 트레이너가 결심을 고쳐 먹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일단은 트레이너가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외출도 하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기도 합니다. 늘 차갑기만 했던 트레이너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웃는 날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돌리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반대로 트레이너가 클라크를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이 마을을 완벽하게 떠난 적이 없었던 클라크, 항상 집안 사정을 생각하느라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클라크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떠나고 시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것입니다. 덕분에 클라크는 처음으로 콘서트도 보러 가고, 도서관이라는 곳에 가서 책도 있고, 대학교에 원서를 넣기도 하고, 여행을 떠날 계획도 세웁니다.

   비록 상황과 취향이 너무나도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 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당신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이제야 간신히 자기 자신의 잠재성을 깨닫기 시작한 어떤 사람. 그게 날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당신은 아마 꿈에도 모를 겁니다. 당신이 나한테 얽매이는 건 바라지 않아요. 진료 예약이며 내 삶에 부과된 온갖 제약들에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놓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여기서 끝내야만 해요. 더는 휠체어도 싫고, 폐렴도 싫고, 타는 듯한 팔다리도 싫습니다. 통증이나 피로감도, 아침마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잠을 깨는 것도 이젠 싫어요. 우리가 돌아가면, 난 스위스로 갈 겁니다. 그리고 날 사랑한다면, 클라크, 당신 말처럼 날 정말 사랑한다면, 나와 함께 가준다면 나로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을 거예요.

   내가 바라는 끝을 줘요." (p.472~475, 윌 트레이너)

 

   "엄마? 내가 윌한테 진 빚이 있어요. 그 빚을 갚으려면 가야만 해요. 누구 때문에 내가 대학에 지원했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내 인생에서 의미를 찾도록,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도록, 야심을 갖도록 용기를 줬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걸 바라보는 내 생각을 바꿔놓은 사람이 누구 같아요?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졌는데? 다 윌 덕분이라고요. 저는 내 평생의 27년 세월보다 지난 6개월 동안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았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한테 스위스에 와달라고 하면, 그래요, 난 갈 거예요. 결과가 어떻든." (p.511, 클라크)

 

   『Me Before You』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사지가 마비된 남자와 그를 간병하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상황을 통해 나의 상황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들보다 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극복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Me Before You』의 저자 조조 모예스(Jojo Moyes)는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가라고 합니다. 사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서 읽기 전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만약 저처럼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라고 그냥 덮어두려 한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울컥했던 제 마음이 더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반갑게도 조만간 살림 출판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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