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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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발견하는 그녀만의 방식!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을 때마다 여전히 놀랍습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잔뜩 고일 것 같은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말랑함이라고는 굴러다니는 낙엽의 줄기만큼도 없는지라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의 텍스트를 쫓고 있습니다. 그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성의 원천을 어디선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6년과 2001년에 나온 에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두 권의 에세이가 짝을 맞춰 나왔습니다. 어릴 적 그녀는 잘 우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부터 『울지 않는 아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우는 어른』이 됐습니다. 어릴 때는 울지 않는 자신이 듬직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쁘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는 길을 걷다가 길 한가운데서 울 수 있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서도 울 수 있고, 우는 친구를 따라 울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니까요. 그런데 어른은 다릅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다면 분명 사람들이 쳐다보겠죠. 연인과 헤어졌거나 우울증이 있을거라고 지레 짐작할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아이처럼 맘껏 울려면,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눈물을 모두 쏟아내도 주목하는 이 없는 그런 공간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공간이 없기 때문에, 우울증도 걸리고 홧병도 생기는게 아닐까요.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작가로 데뷔한 이후 8년 동안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우는 아이』는 그 후 5년 간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그 글 속에는 동화를 쓰는 작가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로 변해가는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도 담겨 있고, 20대의 에쿠니 가오리에서 30대로 변해가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변하고 관계가 달라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예를들면 목욕을 하면서 책 읽기, 성별이 다른 친구, 사랑에 빠지기 등은 항상 그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남성 친구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은 친구가 지녀야 할 최대의 자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시대를 사는 셈이지만, 내가 말하는 같은 시대의 의미는 훨씬 좁다. 예를 들면, 같이 일을 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거나. '요즘 아저씨'와 '요즘 젊은이' 등에 대해 같이 한탄할 수 있다거나,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도 같이 살아 있어서 같은 장소에서 나와 함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거나.

   그것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린 시절 그렇게 고독한지도 모르겠습니다. (p.97~98)

 

   이 에세이를 보면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성의 비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비밀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상 속에 있었고, 그녀는 일상 속에서 그것을 뚝 떼어내어 기록했을 뿐입니다. 일상의 기록, 쉬운 것 같지만 절대 쉽지 않습니다. 늘 똑같은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무언가 기록할 거리를 찾아낸다는 것, 이 또한 재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녀처럼 차 한 잔 마시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그녀의 감성에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세이입니다.

 

   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것에 무척 욕심이 많다. 언제나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휴가라는 개념도 별로 없다. 휴가는커녕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그렇잖은가. 만약 주말이나 휴가 때 놀기 위해서 다른 날 일을 해야 한다면, 그 '다른 날'이 너무 많아 괴로워진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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