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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진동선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사진은 보고 읽고 느껴야 한다!
요즘엔 어디에서나 디카뿐만 아니라 DSLR 카메라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서점의 한 코너에는 사진 관련 책들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사진을 찍는 방법에 관한 책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것을 보고 그것에 의미를 담아내는 방법에 관한 책들은 많지 않다.
사진 작가이자 평론가인 진동선은 『한장의 사진미학』에서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는가'가 아닌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쉽지만, 그것에 무언가를 담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은 '침묵의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꼬집어서 말해주는 것도 아닌데, 눈치있게 그 의미를 읽어내려면 적어도 찍는데 들이는 공만큼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은 관객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무엇을 찍었는지는 알지만 왜 찍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호함이 사진을 어렵게 만든다." (p99)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 '한 장의 사진을 보다'에서는 눈 앞에 보이는 사진의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2부 '한 장의 사진을 읽다'에서는 사진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방법을, 3부 '한 장의 사진을 느끼다'에서는 온몸으로 사진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각장마다 등장하는 'Photo Tip'을 통해 생소한 용어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진은 알면 알수록 어려워진다'(p4)고 말한 그의 말이 이해된다.
"이미지의 노예란 다름 아닌 세상을 사진적으로만 보려는 강박관념이다. 사진을 알기 전에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감상할 수 있었는데, 사진을 알고부터는 오로지 사진적으로만 세상을 보려고 한다. 요컨대 육안의 순수성을 잃고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의 눈에 종속되는 이미지의 노예, 사진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가를 종종 '이미지 사냥꾼' 혹은 '이미지 포획자'라고 말한다. (p153)
그는 사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순간을 찍는다고 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 사진 찍는데 정신이 팔려 그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오직 한 장만 찍은 사진이 진정한 풍경사진이다. 그런 사진이야말로 내밀하고, 다정하고, 비밀스럽다. 풍경은 아무나 다가가서 찍을 수 있는 대상이지만 풍경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거나 그 속으로 풍덩 빠져들지 못하면 그 풍경사진은 단순 복제에 불과하다." (p187)
또 멋진 풍경을 보면 무조건 셔터 누르기에 바쁜 사람들에게는 한 장만 찍어라고 말한다. 비슷한 풍경을 여러 장 똑같이 찍었다는 말은 풍경과 호흡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각도나 구도만 조금씩 달리해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이 과연 풍경을 제대로 느꼈는지 의심하게 된다고 한다.
사진 미학의 입문서라 할 수 있는 『한장의 사진미학』은 미학이 결코 어렵거나 딱딱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시작으로 사진미학에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09-60. 『한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2009/05/12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