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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아무도 모르는 제주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나름 유랑벽이 있어서 훌쩍 여행을 자주 떠나지만, 유독 바다 건너 제주만큼은 그러질 못했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하는 해외(海外)이기 때문일까, 다른 해외 여행처럼 준비를 단단히 하고 떠나야 할 것만 같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늘 그리워하며 준비만 하고 있다.
처음 제주도 여행을 하고자 했을 땐 가보고 싶은 곳이 딱 한 곳이었다. 한라산 정상을 걸어서 밟고 싶었기 때문에 주말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보고 싶은 곳이 늘었고, 제주 여행은 주말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제주』를 읽으면서 일주일 정도면 어느 정도 둘러볼 수 있겠다 싶었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낭만제주』는 기자 출신의 저자 임우석이 연인과 함께 3년동안 제주 구석 구석을 돌아보며 찍은 사진과 여행기가 담겨 있다. 그는 자신있게 "아무도 제주를 모른다"고 말한다. 사진작가 김영갑은 20년이 넘는 세월을 제주만 찍었다. 그렇게 무궁무진한 제주인데,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단 며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어찌 제주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제주를 제 집 드나들듯이 다니며, 보통의 관광객들은 발견하지 못한 자신만의 비밀스런 장소를 소개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싫어 조용한 곳을 찾는 여행자라면 자신이 찾은 멋진 곳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기 싫었을텐데, 그는 아주 친절하게 찾아가는 방법이나 팁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한 관광지를 모두 배척한 것은 아니다. 그는 연인과 함께 조용히 그곳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한라산 중턱에 만들어진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손을 거의 대지 않은 자연 원형에 사람이 다닐 길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우리나라 어떤 휴양림보다 훌륭한 곳이다. 걷다 보면 한라산 등반을 하는 것만큼 산의 깊은 속살을 느껴볼 수 있어서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자림을 걷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p173)
관광명소를 찾아갈 때 명소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은 초보자나 하는 짓이다. 십여 분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가 좋다.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십여 분을 걸어가면 다른 여행이 된다. 십여 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차를 쉽게 주차할 수 있는 곳도 많고 명소까지 걷는 십여 분은 정말 달콤하다. (p177)
여행의 시작은 설렘이지만 가슴에 남는 것은 사랑입니다!
『낭만제주』를 읽으면서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멋진 여행지마다 늘 함께했던 작가와 그의 연인이었다. 지금은 연인이 아닌 부부가 된 그들은 책에서처럼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있다. 요리사인 아내 박재은이 글을 쓰면 남편 임우석이 사진을 찍어 올린다.
보통 여행서를 읽으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게 되는데, 이 책만큼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을 그리게 된다. 예전엔 누구나 똑같이 떠나는 제주도 신혼여행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만약에 떠나게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나만의 신혼여행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09-62. 『낭만제주 : 그녀와 산책하는』2009/05/15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