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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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면 어때! 임꺽정처럼 당당하고 유쾌하게 사는거야!
   '홍명희'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학급문고에 누렇게 바랜 『임꺽정』이 꽂혀 있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 성함도 벽초 선생과 같은 '홍명희'였다. 아마도 학생들에게 읽히시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읽으시려고 가져다 놓은신듯. 아무튼 나 또한 '홍명희'라는 작가 이름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내가 어릴적 우리 집에는 아동용은 커녕 청소년용 문학도 없었다. 덕분에 고전 혹은 세계문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초등학교 때 거의 읽었다. 그 중 대부분은 의미가 아닌 텍스트만 읽은 것도 있으리라. 그랬던 나였으니 다른 친구들이 가져다 놓은 동화책이 눈에 들어왔을리가 있나. 그래서 『임꺽정』을 읽었다. 읽긴 읽었으나, 십년이 훌쩍 지났으니 기억할리가 없다. 
   언젠가는 다시 읽어보리라 생각했던 것이 결국 고미숙의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출간 소식을 듣고서야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임꺽정』을 먼저 읽고 안내서인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를 읽고 싶었으나 10권짜리 『임꺽정』을 언제 완독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먼저 펼쳐든 것은 안내서였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은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이라는 7가지 테마로 나눠 『임꺽정』을 풀어쓰고 있다. 그녀는 임꺽정이 벼슬과 학문으로 이름을 날린 양반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사회적인 제약을 받았던 백정, 즉 '마이너'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임꺽정과 그의 친구들은 마이너였지만 늘 유쾌하게 살았다. 모르는 것이 많아도 유쾌할 수 있었고, 가진 것이 없어도 유쾌할 수 있었다. 남들은 그들을 아내 혹은 가족들의 등골을 빼먹는다고 혀끝을 차지만, 그들에게는 메이저 혹은 마이너를 불문한 친구들이 있었고 저마다 전공 분야가 하나씩 있었다. 흔히 말하는 달인이 바로 그들이었다.
   처음 사계절출판사로부터 『임꺽정』을 읽고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저자는 이 긴 작품을 언제 다 읽냐며 투덜거리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꺽정』을 3번 완독하고 난 이후에는 투덜거리거나 의아해하지도 않게 됐고, 오히려 머리 속이 환해지고 즐기게 됐다고 한다. 지금의 마이너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달인이 되고 싶어도 달인이 될 수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희망도 없다. 저자는 우울한 시대의 마이너들에게 당당해지라고 말한다. 임꺽정과 그의 친구들처럼 서로 어우려져 유쾌하게 살아라고 말한다.

   『임꺽정』이 유쾌한만큼 저자의 글쓰기도 유쾌하다. 애초 강연을 목적으로 쓰여진 텍스트라 강연을 듣는 것처럼 술술 잘 익힌다. 나처럼 딱딱한 텍스트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가끔씩 가벼운 문체가 거슬릴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벽초 선생의 『임꺽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혹시 『임꺽정』은 궁금하나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09-104.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2009/08/0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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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 VOGUE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여행
김지수 지음 / 홍시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인터뷰, 나와 너의 '뒤섞임'으로서의 '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난 그리 유능한 인터뷰어는 아니었다. 동료 기자는 인터뷰가 가장 재밌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나중에는 뼈와 살이 될터이니 유용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난 인터뷰가 싫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을 해주는 것도 싫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니 지속적으로 만나야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도 싫었다. 인터뷰를 해오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사건이나 행사 취재가 있다며 요리조리 빠지기 일쑤였다. 난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파묻혀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싫으면서도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다. 어떻게하면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책을 들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뒷표지에 실린 저자의 사진이었다. 당당하고 세련된 멋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잘하려면 인터뷰이 앞에서 움츠려 들면 안된다.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터뷰를 잘 끌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뷰이에게 끌려다니는 인터뷰는 백이면 백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 그래서 인터뷰이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당당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를 읽어보기도 전에 그녀는 유능한 인터뷰어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길항하는 서양 말이지만, 제게 인터뷰는 절실히 '한 몸'됨으로서의 '人', 너 나 없이 함께 몸을 섞어 탄생된 생의 공동 주연으로서의 '人'이었다고나 할까요. 당연히 제 인터뷰 글에는 방자하고 대담하며 허를 찌르는 인터뷰어가 없습니다. 완전한 자아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단독자로서의 인터뷰이도 없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머너 산 사람과 나중 산 사람, 나와 너의 '뒤섞임'으로서의 '주인공'이 있을 뿐입니다. (p.11)


   그녀는 인터뷰 경력만 20년 가까이 되는 전문 인터뷰어다. 이 책은 그녀가 VOGUE에서 일하며 진행한 100여편의 인터뷰 가운데 19편의 인터뷰를 뽑아 엮은 것이다. 그리고 19편의 인터뷰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눴다. 
   그녀의 인터뷰이는 다양하다. 연금술사를 꿈꾸며 젊은 시절을 방황했던 파울로 코엘료도 있고, 이혼한 뒤 전쟁터를 누비는 다큐멘터리 PD가 된 김영미도 있다. 서로를 아끼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경쟁하는 두 여배우 이미숙과 전도연도 있고, 마냥 부럽기만 한 백건우와 윤정희 부부, 션과 정혜영 부부도 있다. 다양한 사람의 인터뷰인만큼 그녀의 인터뷰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두 인터뷰이들이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가 하면, 인터뷰어의 개입없이 인터뷰이 혼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으로도 진행된다. 물론 인터뷰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반적인 인터뷰도 있다.
   유능한 인터뷰어는 독자들이 몰랐던 인터뷰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 김윤진과 고현정의 낯선 모습을 봤다. 그녀들은 매체에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발랄하면서도 의외의 행동을 보여줬다. 특히, 고현정에게서 발견한 자신의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놀라웠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백건우ㆍ윤정희 부부와 션 정혜영ㆍ부부의 일상이었다. 어떻게 그들은 바늘과 실처럼 늘 한결같이 다정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사는 모습은 아마도 모든 부부들이 꿈꾸는 모습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이며, 단지 보여주기 위해 꾸며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그동안 진행한 인터뷰 가운데 추려낸 것이라 다소 오래된 인터뷰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이들의 근황을 살짝 덧붙여뒀다. 인터뷰 자체가 궁금하거나 혹은 인터뷰이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라.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당당해질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김지수 기자가 "나를 힘껏 끌어 안았다"고 한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09-103.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2009/08/0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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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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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관과 사서는 따분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알고보면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비록 내 전공은 문헌정보학이 아니지만 같은 학부에 있어서 1학년 때 학부 기초로 문헌정보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얼핏 생각해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책 냄새를 폴폴 맡으며 강의를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내가 느낀 건 컴퓨터의 열기뿐이었다. 그때 내가 배운 것은 책이라는 컨텐츠가 아니라 그것을 분류하는 방법이었고, 그것을 이상적으로 분류하려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내가 배운 것은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도서관엘 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서들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그들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책을 빌려주거나 돌려받는 일조차 그들이 하지 않았으니,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무튼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도, 도서관을 지키는 사서라는 직업도 모두 따분해 보였고 무엇을 전공으로 선택할까 고민할 때도 문헌정보학은 한치의 고려 대상도 되지 못했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할수록 나는 책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한다. 나는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한다. (p.240)


   이 책의 저자인 스콧 더글러스는 젊고 혈기왕성한 대학생 시절 도서관 사무 보조가 됐다. 그가 도서관 사무 보조가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는 책을 좋아했고, 그런 그에게 도서관은 안식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비가 무료라는 말에 문헌정보학 대학원에 갔고, 스물다섯살에 사서가 됐다. 그러나 도서관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사서들은 책을 읽지 않았고, 그에게 필요한 능력은 종이를 반으로 접어 칼로 자를 수 있는 정도였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고 책 읽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 같은 도서관, 그러나 실상은 그 어떤 오락 프로그램보다 버라이어티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어떤 아이들은 도서관에 비치된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그들은 게임을 하거나 포르노를 보고,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해킹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오기도 한다. 그들은 외로운 사람들이고,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도서관에 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상대해줘야 하는 사서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들도 종종 도서관을 찾는다. 그들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이용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도 만든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도 바로 사서들이다.
   스콧은 도서관이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길 원했다. 그러나 도서관장을 비롯한 다수의 사서들은 단순히 이용객들이 늘어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급기야 그들은 도서관에서 팝콘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기도 하고, 유명 햄버거 가게의 쿠폰을 나눠주기도 한다. 스콧은 책에 팝콘 부스러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도서관을 더럽힐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결국 그도 생각을 바꾸게 된다. 그 행사로 인해 어떤 이들은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음식을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서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든 사건도 있다. 도서관에서 퇴관 당한 한 아이는 스콧에게 총을 쏠거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죽일거라며 협박까지 했다. 그래도 그는 사서라는 직업에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나 보다. 이런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신입 사서에서 베테랑 사서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사서로서의 저자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왠지 따분할 것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의 버라이어티한 경험들은 매우 유쾌하다. 또 일상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소곤소곤"이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 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하고 있다. 이 코너를 통해 우리는 그의 다른 면면도 엿볼 수 있다. 도서관이나 사서는 그저 따분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09-102. 『쉿, 조용히!』 2009/08/0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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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사진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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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하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브라이언 피터슨은 전문 사진가이자 사진교육가이다. 그는 여러 권의 사진 관련 책들을 펴냈으며, 『접사사진의 모든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의 원제는 "Understanding Close-up Photography"로, "Close-up"을 "접사"로 번역했다. 과연 제대로 번역한 것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접사와 클로즈업은 다른 의미다. 접사(Macro) 사진은 "1배 이상의 확대 배율(실물 크기)을 적용한 것"이고 클로즈업(Close-up) 사진은 "1배 이하로 확대한 것"을 말한다. 즉, Close-up을 접사로 번역한 것은 잘못이지만Close-up에 대응하는 우리말 용어가 없기 때문에 접사로 번역했다는 것이 옮긴이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대다수의 사진들도 접사가 아니라 Close-up 사진이다.

   저자는 평소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클로즈업과 접사의 의미를 먼저 짚어주고 있다. 나 또한 가끔씩 예쁜 꽃이나 곤충들을 발견하면 접사를 시도하곤 했었다. 아마도 절반 이상은 접사가 아니라 클로즈업 사진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클로즈업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대상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클로즈업 사진을 좋아한단다. 또 클로즈업 사진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할 수도 있다. 어느 한 부분을 클로즈업 해서 찍으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는 클로즈업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과 찍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가끔씩 사진 관련 책들을 찾아보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비들을 보는 건 처음이다. 익스텐션 튜브나 텔레컨버터처럼 기능은 알고 있었지만 그 결과물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또 카메라 본체에 렌즈를 거꾸로 장착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용이하게 해주는 리버싱 링이라는 장비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는 멋진 클로즈업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이 놓여진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그렇게 찍은 클로즈업 사진들이 몇 장 있다. 우리는 저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런 방법을 통해 자신만의 창조적인 클로즈업 사진을 찍어내기도 한다. 아주 흔한 물방울이지만, 그 물방울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멋진 사진을 얻어낼 수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지만, 실제로 같은 장비를 이용해 찍어 보지 않는다면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77장의 사진을 찍고 76번째에 최고의 결과물을 얻었듯이, 사진은 무엇보다도 직접 손맛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나같은 초보자들보다는 중급 이상의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09-101. 『접사사진의 모든 것』 2009/07/2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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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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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심장을 쏜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안중근 의사는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다!
   2009년은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덕분에 그의 삶을 주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소설가 이문열은 『불멸』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외면하다가도  무슨 기념일만 되면 쏟아지는 관련 서적들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들춰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수광 작가 또한 기념도서 출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펴낸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기행과 팩션 두 부분으로 나뉜다.
   기행 부분은 2007년 7월 12일 작가는 속초항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로 향하는 배를 타고 9박10일간의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안중근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안중근이 전투를 벌이거나 머문 곳, 백두산, 하얼빈역, 여순감옥 등을 둘러보며 그곳에서의 안중근을 상상한다. 
   팩션 부분은 사형 집행일 전날 안중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중근은 부유한 집안의 장손이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나라를 위해 고향과 가족을 남겨두고 북간도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는 의병 부대를 이끌며 무장 항일 운동을 벌이지만 실패한다. 더이상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침내 히토히로 부미를 저격할 결심을 한다. 그 결심히 실행으로 옮겨지던 날,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저격 후 체포돼 사형을 언도 받게 됐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그의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일본 간수까지 감동하게 된다. 이 부분은 안중근이 옥중에 쓴 『안응칠 역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처음에 저는 선생님이 이토 각하를 살해한 악질 조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일본의 영웅을 살해한 원수라고 생각하여 제 손으로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생님이 진정한 동양 평화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은 사상가시고 평화주의자십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p103)


왜 하필 안중근 의사인가?

   특정 시기에 역사 속 인물이 집중 조명되는 것은 물론 기념 사업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인물이 특정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안중근 열풍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지금의 가진 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의 부를 축적하고도 또다른 권력을 욕심내고 자기네들끼리 그것을 누리려고 한다. 겉으로는 무엇을 내놓고 어떻게 하겠노라고 그럴싸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들의 속마음은 전혀 다른 것이다.
   안중근은 그런 위정자들과는 정반대다. 어쩌면 이렇게 비교하는 것조차 그 분께 누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는 개인 또는 한 가족의 안위가 아닌 한 나라의 안위를 원했고, 나아가 동양의 평화를 원했다. 또 그것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다. 그는 열 한명의 동지들과 함께 단지동맹을 했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이끌어 냈다.

   "동지들, 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의병 투쟁을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소. 그러나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으니 좀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오. 소수정예의 힘으로 손가락을 끊어 '대한독립' 네 글자를 혈서로 쓰고, 3년 안에 나라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와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을 죽이지 못하면 자결합시다." (p128)

   아쉽게도 안중근은 전세계가 놀랄만한 일을 해냈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후에야 독립을 얻어 낼 수 있었다. 그 또한 우리 스스로 얻어낸 온전한 독립이 아니니 더욱 아쉽다. 게다가 조국이 광복을 맞이하면 조국 땅에 묻어달라던 그의 유언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그의 유해를 찾기 위해 발굴 작업을 했으나 유골 수습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형수나 고문으로 죄수가 죽으면 관대신 길이 1미터 남짓의 침관에 시신을 구겨 넣었다고 한다. 죽어서도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했던 그가 아직까지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기행과 팩션이 어우러져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이 책은 사실로 재구성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절제된 느낌이다.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니, 게다가 기행과 팩션이 어우러진 장르니 작가의 목소리가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9-100. 『안중근 불멸의 기억』 2009/07/2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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