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 VOGUE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여행
김지수 지음 / 홍시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인터뷰, 나와 너의 '뒤섞임'으로서의 '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난 그리 유능한 인터뷰어는 아니었다. 동료 기자는 인터뷰가 가장 재밌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나중에는 뼈와 살이 될터이니 유용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난 인터뷰가 싫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을 해주는 것도 싫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니 지속적으로 만나야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도 싫었다. 인터뷰를 해오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사건이나 행사 취재가 있다며 요리조리 빠지기 일쑤였다. 난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파묻혀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싫으면서도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다. 어떻게하면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책을 들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뒷표지에 실린 저자의 사진이었다. 당당하고 세련된 멋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잘하려면 인터뷰이 앞에서 움츠려 들면 안된다.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터뷰를 잘 끌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뷰이에게 끌려다니는 인터뷰는 백이면 백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 그래서 인터뷰이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당당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를 읽어보기도 전에 그녀는 유능한 인터뷰어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길항하는 서양 말이지만, 제게 인터뷰는 절실히 '한 몸'됨으로서의 '人', 너 나 없이 함께 몸을 섞어 탄생된 생의 공동 주연으로서의 '人'이었다고나 할까요. 당연히 제 인터뷰 글에는 방자하고 대담하며 허를 찌르는 인터뷰어가 없습니다. 완전한 자아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단독자로서의 인터뷰이도 없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머너 산 사람과 나중 산 사람, 나와 너의 '뒤섞임'으로서의 '주인공'이 있을 뿐입니다. (p.11)


   그녀는 인터뷰 경력만 20년 가까이 되는 전문 인터뷰어다. 이 책은 그녀가 VOGUE에서 일하며 진행한 100여편의 인터뷰 가운데 19편의 인터뷰를 뽑아 엮은 것이다. 그리고 19편의 인터뷰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눴다. 
   그녀의 인터뷰이는 다양하다. 연금술사를 꿈꾸며 젊은 시절을 방황했던 파울로 코엘료도 있고, 이혼한 뒤 전쟁터를 누비는 다큐멘터리 PD가 된 김영미도 있다. 서로를 아끼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경쟁하는 두 여배우 이미숙과 전도연도 있고, 마냥 부럽기만 한 백건우와 윤정희 부부, 션과 정혜영 부부도 있다. 다양한 사람의 인터뷰인만큼 그녀의 인터뷰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두 인터뷰이들이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가 하면, 인터뷰어의 개입없이 인터뷰이 혼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으로도 진행된다. 물론 인터뷰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반적인 인터뷰도 있다.
   유능한 인터뷰어는 독자들이 몰랐던 인터뷰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 김윤진과 고현정의 낯선 모습을 봤다. 그녀들은 매체에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발랄하면서도 의외의 행동을 보여줬다. 특히, 고현정에게서 발견한 자신의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놀라웠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백건우ㆍ윤정희 부부와 션 정혜영ㆍ부부의 일상이었다. 어떻게 그들은 바늘과 실처럼 늘 한결같이 다정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사는 모습은 아마도 모든 부부들이 꿈꾸는 모습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이며, 단지 보여주기 위해 꾸며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그동안 진행한 인터뷰 가운데 추려낸 것이라 다소 오래된 인터뷰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이들의 근황을 살짝 덧붙여뒀다. 인터뷰 자체가 궁금하거나 혹은 인터뷰이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라.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당당해질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김지수 기자가 "나를 힘껏 끌어 안았다"고 한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09-103.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2009/08/02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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