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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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 글은 편혜영 밖에 쓸 수 없다. 읽는 내내 불안하고, 뒤가 서늘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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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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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성의 지옥을 살고 있는 우리들, 당신은 어떻게 탈출하시겠습니까?
  편혜영의 세 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는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발표한 8편의 단편을 모은 것으로, 그녀는 이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소설창작과 병행해 왔던 직장생활을 그만뒀다고 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 가운데 두 편은 이미 다른 수상집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것들이다. 표제작인 「저녁의 구애」는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려 있으며, 「통조림 공장」은 『2010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단편이다. 한 문학상 심사위원은 문학상 후보로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은 조만간 그 작가가 문학상을 수상할 조짐이라고 했고, 박민규 작가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했다. 아마도 편혜영도 그런 경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편혜영의 소설은 '그로테스크' 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녀처럼 '그로테스크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많지 않아서 '그로테스크'는 마치 그녀의 전유물처럼 보여진다.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에서는 이 '그로테스크'를 어떻게 보여줄까?
 

   표제작인 「저녁의 구애」는 화가 프리스 쉬베리의 동명의 그림을 보고난 뒤 쓴 작품이다. 화가 프리스 쉬베리는 누군가에게 구애를 한 뒤 이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 속 남자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있는 그녀를 머뭇거리다가 불러내 구애 또한 머뭇거리며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소설 속에서 구애를 하는 남자 '김'은 죽음을 앞둔 친구의 어르신 장례식장에 세워둘 화환을 가져다주는 길이었다. 오래전에 그 어르신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 뵈어야 할 것 같지만, '김'은 내켜하지 않는다. 그는 장례식장 근처를 배회하며 어르신이 임종했다는 친구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다. '김'은 그 상황을 견딜 수가 없어서 여자에 전화를 걸어 배달이 끝나면 그녀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을 한다. 하지만 자꾸 걸려오는 여자의 전화가 짜증이 났던지 전화에 대고 이별 통보를 하는데, 마침 그때 자신과 꼭 닮은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과 꼭 닮은 트럭을 몰고 가던 그 남자는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이지 못했는지 사선으로 기울더니 가드레일을 받고 넘어져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다. 그는 이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구애를 한다. 자신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2010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두고 박민규의 「아침의 문」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통조림 공장」은 섬뜩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통조림 공장 사람들은 유학간 자식에게 보낼 음식이나 간직하고 싶은 물건 등을 통조림으로 밀봉하고, 때론 프로포즈를 할 때도 통조림에 반지를 넣어 건넨다. 공장장은 아이가 기르던 강아지가 죽자 죽은 강아지를 통조림에 넣고 밀봉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했던 공장장이 어느날 사라지자 공장장 대신 공장장이 된 '박'은 공장장이 머물던 사택에서, 그가 먹던 통조림을 먹으며 생활한다. 공장장의 방에서 나온 통조림은 포장과 내용물이 다를 때가 많았다. 고등어 통조림인가 싶으면 꽁치가 나오고, 꽁치 통조림인가 싶으면 깻잎이 나왔다. '박'은 통조림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른채 두려운 마음으로 통조림을 하나씩 하나씩 따서 먹는다. 어쩌면 그 통조림 속에서 사라진 공장장의 사체가 발견될지도.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한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집을지 모른다"고. '박'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렇다. 겉보기에는 눈 코 입 붙어있는 모양은 같아도 이 사람 저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참, 「저녁의 구애」에는 어묵 통조림이 등장한다. 지인이 얼마전 지진 때문에 난리였던 도시에서 사온 것이라고 해서 '김'은 화환 배달 때문에 그 도시에 갔을 때 이 통조림을 사보려 했지만 그 도시에서는 그런 통조림을 판 적이 없었다. 아마도 그 통조림은 이 「통조림 공장」에서 공장장이 만들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줬을지도 모른다.
   '진'과 '서', 그리고 이제 막 백일이 된 아기는 「크림색 소파의 방」이 있는 서울로 이사를 가는 중이다. 이삿짐을 실은 차는 고속도로로, 아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는 '진'의 차는 국도로 달리고 있는데 와이퍼가 고장난다.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고장난 와이퍼로는 위험하다. 하지만 '진'은 지금까지 한번도 손수 차를 수리해 본적이 없다. 폐허가 된 주유소에서 술에 취한 청년들을 만난 그는, 호랑이 티셔츠를 입은 한 청년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의 대가를 지불한다. 그곳을 벗어나자 '진'은 멱살까지 잡히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것이 분했던지 그 청년들을 대마 흡연으로 경찰에 신고한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이번에는 차가 멈춰 서고 먼저 도착한 이삿짐 센터 직원은 어떻게 가구들을 배치할 것인지 쉴새없이 그에게 전화를 한다. '진'과 '서'가 크림색 소파를 선택한 이유는 이사갈 집을 보러 갔을 때 그 크림색 소파 위에서 아이들이 너무나도 편하게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크림색 소파는 너무 커서 이사갈 집 거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는 점점 더 불안으로 몰고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운영하던 구내 복사실을 이어받은 '그'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매일 「동일한 점심」을 먹으며, 매일 똑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하루쯤 어떤 사정에 의해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들이 틀어질 수도 있는데 '그'는 그 반복된 일상을 어떻게 해서든지 지키려고 한다.
   「토끼의 묘」에 등장하는 '그'도 마찬가지다. 선배 후임으로 다른 도시에 있는 지사에 파견 근무를 떠나게 된 그는 매일 똑같은 패턴으로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자신의 파견 근무가 끝나갈 즈음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일들과 생활이 결국 자신을 추천했던 선배와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작가가 창작 생활과 병행해 왔던 직장 생활을 정리했다고 굳이 언급한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작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것이다. 「산책」 속 주인공이 직장 생활이나 아내와의 관계가 사용 설명서처럼 균일하게 돌아간다(p.126)고 한 것처럼 자신도 매일 똑같은 패턴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과 이미 그 시절을 먼저 지나간 이들과도 다를게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이렇게 힘주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관광버스를 타실래요?」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는 정체 불명의 자루를 D시의 B군 G읍에 있는 어떤 장소로 배달하는 업무를 맡은 두 남자 'K'와 'S'가 등장한다. 딱딱하면서도 물컹하고, 점점 이상한 냄새를 내뿜는 저 자루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하지만 그들은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상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다. 상사는 배달 심부름을 시키면서 'K'에게 관광버스 승차권'을 줬다. 승차 일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티켓으로, 유사한 유형의 버스를 보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배달을 완료하고 복귀할 때 그 관광버스 승차권을 내밀고 관광버스에 올라탄다. 그 관광버스가 어디로 가는 건지는 몰랐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했다. 결국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온다는 것.
   잠깐이지만 사는 곳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아내의 말에 지사가 있는 작은 도시로 파견근무를 떠나게 된 '그'. 지사장의 어머니가 임대하고 있는 집을 계약한 '그'는 고민이다. 그 집에는 개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까울만큼 커다란 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임신한 아내는 개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갇혀 있었으며 아내가 진통이 올 때마다 '그'는 조퇴를 하고 아내에게 달려가야만 했다. 결국 그는 개를 데리고 가까운 산으로 「산책」에 나선다.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보는 사람도 없자 그는 개에게 약이 묻은 고기를 먹이고 나무에 묶어 놓은채 산을 내려온다. 그 개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게다가 어둡기까지 해서 그는 산 속을 헤매게 되고 결국 어떤 환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는 그에게 달려드는 벌레를 죽이기 위해 라이터로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고, 정말 오랜만에 그 속에서 푹 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충격적인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저녁의 구애」에서는 주인공을 꼭 닮은 한 남자가 화염에 휩싸였는데, 「산책」에서는 주인공 자신이 화염에 휩싸인다. 
   '그'는 감사 기간 동안 잠시 몸을 피해 중국으로 여행이나 다녀오라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중국에 와 있다. 늘 가이드가 따라 다녔지만 그날은 가이드와 다투고 혼자 중국 거리를 방황하게 됐는데, 그는 중국어라고는 전혀 모르며 자신이 묶고 있던 호텔의 주소 조차 몰랐다. 그래도 이곳 저곳 걸어다니다 보면 찾게 되겠지라는 생각에 이 골목 저 골목을 찾아 다니지만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는 골목에서 결국 그는 길을 잃어버린다.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정글짐」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꼬마가 된 기분이었다.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인간에게 지옥이다. (p.244)
   평론가 김형중은 작품 속 주인공들이 '동일성의 지옥'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매일 반복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하루쯤 틀어져도 아무 문제 없을텐데 「동일한 점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어떻게 해서든지 그 반복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똑같기 때문에 방향을 잃어버리기는 더 쉽다. 만약 랜드마크나 특징있는 건물이 있었다면 「정글짐」의 주인공은 자신이 향하고 있는 길이 잘못된 곳이라는 걸 알았을테고, 목적지를 찾는 것도 좀 더 쉬웠을 것이다.
   동일하다는 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익숙함에서 안도 혹은 편안함을 느낄지는 몰라도 어쩌면 영원히 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가 글을 쓰는 것으로 그 동일 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

2011/03/27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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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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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원에 대한 명쾌한 해답 제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소개된지 벌써 30년이 지났고, 그가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이 과학 기술인데, 게다가 이후 새롭게 발견된 사실들을 업데이트해 줄 저자도 없는데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코스모스』의 힘은 무엇일까?
   대중들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길 원했던 칼 세이건은 1976년부터 3년동안 《코스모스》라는 13부작 TV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다. 『코스모스』는 이 TV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것으로, TV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못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리 인류의 조상은 진짜 원숭이인가? 우주 저 너머에는 또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진짜 신이 만들어 놓은 것일까? 우리가 한 두 번쯤 던져보았을 이 질문에 칼 세이건은 과학적으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가설 혹은 주장에 따르면, 이 우주는 100억에서 200억 년 전에 빅뱅이라고 불리는 대폭발에 의해 생성됐으며, 대폭발 이후 오랫동안 쉬지 않고 팽창을 계속해 오다가 우주에 분포된 어떤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뭉쳐지고 한 덩어리가 돼서 은하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수많은 은하들과 행성 혹은 그보다 더 작은 어떤 물질들이 태초에는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서로 부딪쳐 폭발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어떤 규칙적인 회전 운동을 하는 행성들만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가 됐다. 즉, 혼돈(Chaos) 속에서 질서(Cosmos)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같은 것이 우주에서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우주의 대폭발과 이후 발생한 여러 사건들에 의해 발생한 잔해들이 서로 결합해 어떤 미생물을 탄생시켰으며, 그 미생물들이 자연 선택을 거쳐 지금의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와 '우리'라는 지적생명체는 순전히 우연과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또다른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20세기 이후 급격히 발달한 기술을 토대로 탐사에 나섰지만 우리 은하 안에서는 아직까지 그 어떤 생명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탐사에 나설 수 없을만큼 먼 거리에 있는 또다른 은하에는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는 상상은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우연과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 또한 그들의 행성에서 생존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규명할 수 없는 부분을 신의 영역으로 떠넘기려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경향은 과학 기술과 문명을 역주행하게 만든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살았던 고대 이오니아인들은 우주에는 내재된 질서가 있으며 그 질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했고, 그런 노력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지구의 크기 등 놀라운 우주의 신비들을 알아냈다. 하지만 우리도 알다시피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했던 코페르니쿠스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갈릴레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히려 그것들을 부정하며 신의 영역이라 주장했다. 칼 세이건은 당시 이오니아인들이 이룩했던 과학적 발견과 지구상의 모든 지식들을 수집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태워진 것을 안타까워 한다. 신의 존재에 대한 규명은 그의 또다른 저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자의 견해』에서 보다 깊이있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로 인한 전 지구적 파멸을 우려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로켓과 핵연료를 개발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핵연료의 힘을 빌려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기도 하지만, 이 로켓에 핵무기를 싣고 같은 지구인을 향해 쏘기도 한다. 게다가 무기 개발과 전쟁에 소모되는 예산을 아낀다면 훨씬 더 우주탐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단다. 
   우리는 왜 이토록 우주로 나아가려는 것일까? 우리는 별의 잔해로부터 비롯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도 같으며, 무한한 우주에 대해 알게 되면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스스로 겸손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쉽고 재밌는 과학 교양서, 꼭 읽어보시길!
   앞서도 언급했듯이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과학서지만, 칼 세이건 서거 10주년을 맞이해 2006년 특별판을 내면서 역자 홍승수가 꼼꼼하게 '옮긴이 주'를 달아놓았다. 역자 또한 천문학 박사이기 때문에 그동안 변화된 과학 환경을 놓치지 않았고, 덕분에 독자들은 최신의 과학 기술까지 접할 수 있다.
   칼 세이건의 이력을 잠시 살펴보면 독특한 것이 있다.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으로 유명한 그는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의과대학 유전학 조교수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가 여러 과학 분야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을 아우르는 쉽고 재밌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10-081. 『코스모스』 2010/08/09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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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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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익명성을 발견하다!
   사물의 형상이 뚜렷하지 않을 걸 보면 비가 내리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손떨림 방지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찍은 것일지도 모르고. 그녀는 차들로 가득한 도로 위에 두 발을 모으고 서있다. 신호가 바뀌어서 횡단보도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들리지는 않지만 차들은 분명 엄청난 소리의 경적을 울려대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누구인가? 무슨 일이 있어서 도로 한가운데에 처연히 서 있는걸까? 보면 볼수록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표지다.  

   김영하 작가가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그동안 장편소설 『빛의 제국』, 『퀴즈쇼』 등을 읽으며 김영하표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지만, 새로 발표한 작품이 소설집이라 조금 망설이기도 했다. 원래 단편보다는 장편을 훨씬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에서 경쾌하고 빠른 전개로 현대인들의 감각을 사로 잡았던 그의 문체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어떻게 발현됐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총 13편의 개성 넘치는 단편들로 구성돼 있으며, 각 단편들의 분량 또한 1장에서부터 일반적으로 우리가 단편이라 부르는 분량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바로 남녀 간의 사랑 방식이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회사까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다. 여느 때 같으면 그냥 뿌리쳤겠지만 수경은 그 남자의 사슴처럼 맑은 눈빛을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마주한 자리에서 남자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언급하며 자신을 로봇」이라 소개한다. 수경은 '라고 치고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고, 남자를 로봇이라고 치고, 자신의 고향은 일본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준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에 빠지자 수경은 난생처름 원나잇스탠드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 그 이후로도 몇 번 그를 만나곤 했다. 어느날 그녀가 관계 도중 사랑한다고 외치자 잠든 그녀를 남겨두고 남자는 홀연히 사라진다. 이유는 '로봇'인 자신은 '로봇 3원칙'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떠난다고 한다.    


   시간 강사인 한선은 예전 여자친구였던 수진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수진은 시원하게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수진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저 바쁘다며 나중에 연락한다고만 한다. 기다리다 지친 한선은 그녀의 집 앞까지 찾아가고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무작정 그녀를 차에 태운다. 그는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를 향해 달려가고 그녀는 납치라며 온갖 액션을 취하며 그에게 돌아가자고 한다. 바닷가에 도착하고서야 입을 떼는 한선은 이게 바로 여행이라고 말한다.  

   '나'는 매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참여하기 위해 갔다가 3년 전에 그곳으로 이민을 간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그들은 1년에 한번씩 「밀회」를 갖게 되고, 헤어질 때마다 그녀는 늘 그게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유학 온 「마코토」를 짝사랑하는 '나'는 마토와 가까워지기 위해 그의 하숙집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하지만 청순가련형의 라이벌에게 마코토를 보내야만 했다. 몇 년 뒤 우연히 일본에서 마코토를 만난 그녀는 일어나려는 그녀를 마코토가 잡아 당기는 줄 알고 그에게 키스를 하고 만다.  

   대형 백화점이 관할 구역인 형사 「조」는 시계 매장에서 근무하는 '정'을 좋아한다. 스스로를 타락한 형사라 여겼던 그는 시계 매장에서 명품 시계를 훔친 도둑을 따라가 수갑을 채우는 대신 장물인 명품 시계를 건네 받는다. 그리고는 그 시계를 평소 좋아했던 '정'의 집으로 보낸다. 출판평론가를 꿈꾸는 대학생 정독국은 「퀴즈쇼」에 나갔다가 중학교 동창인 '은이'를 만나게 된다. 어릴적 자신을 제외한 온가족을 연쇄살인으로 잃은 그녀는 어마어마한 유산을 상속받아 앞으로도 몇 십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살아도 될만큼 풍족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혼자라는 공포를 늘 갖고 살아간다. 자신의 집으로 동국을 초대한 은이는 커다란 서재를 보여주며 자신과 함께 이 집에서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놀면서 지내자고 한다. 동국이 망설이자 그녀는 옷을 벗고 자신의 침실로 그를 이끈다.

   그들의 사랑은 작가가 설치해 놓은 소설적 장치로 인해 덜 보편적으로 보이지만, 그 소설적 장치를 제외하고 나면 지금의 우리들이 시도하고 있는 사랑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소설 속에서 언급했던 '원나잇스탠드'처럼 그들의 사랑은 즉흥적이고, 그 사랑에 다가가는 방식은 순수하지 않고 조금 삐뚤어져 있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우리는 더이상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할 수 없는 세대인걸까? (참고로 김영하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비한 목소리 덕분에 가수가 됐지만 「악어」를 목격한 다음날 아침 목소리를 잃어버리자 사라져버린 가수, 평소 즐겨먹는 「아이스크림」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고 소비자센터에 신고하는 부부, 해변을 산책하다가 모래밭에 파묻힌 남자를 발견하고 백사장에서 촬영 중인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는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 커피숍에서 「오늘의 커피」를 마시다가 예전에 자신이 두들겨 패서 코뼈가 부러진 남자를 우연히 만나 그대로 얻어맞는 남자, 터미널에서 차비를 빌려달라는 여자에게 사진 한장을 찍고 그녀의 손바닥에 계좌번호를 적어주며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언제나 궁금증이 남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며, 처음부터 그들이 어떤 존재였는지도 알지 못한다. 또 그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조차 모른다. 그저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일어나고 있을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여기서 점점 익명화 돼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삐뚤어진 그들의 사랑도 바로 익명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어떤 이들은 대중문화와 가까운 그의 소설이 너무 가벼워서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 김영하의 뛰어난 감각이 아닐까 싶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우리가 가장 열광하고 있는 대중문화를 어찌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10-08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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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99 2015-09-2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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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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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 궁합, 홈즈와 왓슨의 매력에 푹 빠지다!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탐정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셜록 홈즈"를 외칠 것이다. 물론 회색 두뇌의 소유자 포와로도 있고,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꼬마 탐정 코난도 있지만, 아마도 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는 200편이 넘는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셜로키언' 혹은 '홈지언'이라 자처하는 전세계 홈즈교도들의 교주이기도 하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홈즈는 게이였나?", "왓슨은 바람둥이인가?" 등의 기상천외한 주제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셜록 홈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읽어보았을 것이고, 그 가운데 몇몇은 유치하다고 생각하거나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완역본을 읽어본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 『셜록 홈즈 전집』은 홈즈의 탁월한 추리뿐만 아니라 홈즈와 왓슨의 인간적인 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또, 주석판까지 꼼꼼히 챙겨가며 번역 작업을 한 번역자의 노력 덕분에 "셜록 홈즈"의 아버지 코난 도일이 범한 실수까지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홈즈지만, 정작 그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코난 도일로부터는 미움을 받았던 적도 있다. 코난 도일은 추리 소설뿐만이 아니라 역사 소설도 썼는데, 그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가리켜 "초보적 형태의 소설"이라고 했고 자신이 틈틈이 발표한 역사 소설은 "좀 더 진지한 문학"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홈즈의 인기 때문에 그의 역사 소설이 주목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그는 급기야 「마지막 사건」(1893)에서 홈즈를 죽여버린다. 홈즈가 죽고나자 코난 도일은 엄청난 항의 편지를 받았으며, 신체적인 위협을 포함한 협박까지 받아야 했다. 다행히 코난 도일은 홈즈를 완벽하게 죽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10년 뒤 「빈집의 모험」(1903)을 통해 홈즈의 귀환을 쓸 수 있었다.

   홈즈가 코난 도일에게 버림을 받았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1916년 코난 도일은 자신이 심령주의를 신봉한다고 선언한다. 영매를 통해 죽은 자와 산 자가 소통할 수 있다는 신령주의는 오로지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추리만 신봉했던 홈즈를 창조해 낸 작가에게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심령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전 세계로 순회 강연을 다녔고, 수많은 책과 팸플릿을 저술했으며 말년에는 "자신이 쓴 소설보다는 심령주의에 기여한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그로 인해 그가 심령주의에 빠져 있을 때 쓴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는 "작가의 실수"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언제나 탁월한 추리로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는 홈즈와 그에 비해 많이 모자라지만 인간적인 면은 훨씬 더 넘치는 왓슨의 환상적인 찰떡 궁합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코난 도일이 만들어 낸 수많은 에피소드에는 비슷한 스토리 전개라는 추리소설의 한계가 가끔씩 보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에 두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더해져 추리소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홈즈는 23년 동안 수없이 많은 사건에서 활약했으며, 왓슨은 17년 동안 친구이자 조력자로 그와 함께 했다.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홈즈와 왓슨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더이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쉽다.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셜록 홈즈 전집 1 : 주홍색 연구』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163334
『셜록 홈즈 전집 2 : 네 사람의 서명』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195498
『셜록 홈즈 전집 3 : 바스커빌 가문의 개』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217214
『셜록 홈즈 전집 4 : 공포의 계곡』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237391
『셜록 홈즈 전집 5 : 셜록 홈즈의 모험』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291698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록』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376570
『셜록 홈즈 전집 7 : 셜록 홈즈의 귀환』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483810
『셜록 홈즈 전집 8 : 홈즈의 마지막 인사』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527493
『셜록 홈즈 전집 9 : 셜록 홈즈의 사건집』 http://blog.naver.com/heeya1980s/111561614
 

10-084~092. 『셜록 홈즈 전집 (전9권)』 2010/08/16 by 뒷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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