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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우린 밤에 사니까 밤의 규칙을 따라야 해!
낮은 꽤 규칙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고, 대충 퇴근 시간에 맞춰서 퇴근을 합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하는 일도 비교적 일정한 편입니다. 때론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매일, 혹은 매시간을 반복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밤은 조금 다릅니다. 정해진 규칙이나 해야하는 일들이 별로 없습니다. 마음껏 즐겨도 되고, 충분히 쉬어도 되고, 밤새 감상에 빠져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 하루의 시작도 해가 진 이후, 밤이 시작되면서 함께 시작합니다.
때는 1920년대, 한창 금주법이 세력을 떨칠 때 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공공연하게 금할 때, 어둠의 경로를 통해 더욱 활개친다는 것을요. 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금주법이 내려졌다고는 하나 사람들은 손쉽게 술을 구해 마십니다. 오히려 밀주를 유통하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곤하죠. 그야말로 1920년대의 미국은 어둠이 융성할 때, 밤의 시대였습니다.
이제 겨우 19살인 조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바르톨로 형제와 함께 도둑질을 합니다. 누구라도 범죄와 어울리면 안되겠지만 조는 더더욱 범죄와 어울리면 안됩니다. 그의 아버지는 명망있는 경관이고 그의 둘째형은 주 역사상 주요사건에 수석 검사로 임명된 최연소 지방검사보였습니다. 물론 1919년 보스턴 경찰 파업 이후, 자리도 잃고 가족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긴 했지만 아버지가 아직 현직 경관임을 생각했을 때는 도둑질은 피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막내아들 조는 도둑질은 물론이고 도둑질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경찰도 죽이고, 다른 조직의 보스에게 덤볐다가 온몸이 망가진 상태로 감옥까지 가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겨우 2년형을 언도 받았고, 감옥 안에서도 아버지의 도움으로 한 조직 보스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생을 마무리합니다. 이쯤되면 철이 들었을 것 같은데, 조는 출소하자마자 다른 조직에 싸움을 걸며 밀주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조의 조직과 사업은 나날이 커지지만, 결국 어둠의 세계란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배신을 하게 마련이죠.
"밤. 밤은 나름의 규칙이 있어."
"낮에도 규칙은 있지."
"오, 알아…… 하지만 난 낮의 규칙은 싫어."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철망을 통해 서로를 보았다.
"이해를 못 하겠구나."
대니가 조용히 내뱉었다.
"그럴 거야. 형 같은 사람들은, 그저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보려고 하니까. 고리대금업자한테 빚을 갚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뜨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은행도 사람들을 집에서 쫓아내잖아? 그런데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은행은 자기 일을 하는 거고 고리대금업자는 범죄자라는 식으로. 내가 고리대금업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착한 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은행가들이 지금 이곳에 들어앉아야 해. 어쨌든 난 세금 내고 사장한테 레모네이드를 갖다 바치고 생명 보험에 들면서 인생을 낭비할 생각 없어. 늙고 뚱뚱해지면 백베이의 남성클럽에 가입해 스쿼시와 아이 성적 얘기나 하겠지? 그렇게 일하다 죽으면 땅에 묻히기도 전에 사람들은 사무실 명패를 떼어내고?"
"인생이 원래 그래."
대니가 말했다.
"그런 인생이 있는 거야. 그 세상 규칙대로 놀고 싶어? 그럼 가서 놀아.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규칙은 병신 같아. 나한테는 남자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규칙이 전부니까." (p.217~218)
면회를 온 형 대니에게 조가 건넨 말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사실 조도 밤이 아닌 낮의 규칙에 따라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낮'이라는 것이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조를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고, 조는 그러기 전에 먼저 밤으로 도망을 친 것입니다. 조가 사랑한 에마 굴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 하나 있다고 말합니다. "햇빛을 갖고 싶어. 아주 아주 찬란한 햇빛." (p.59) 조도 에마와 마찬가지 꿈을 꿨을 것입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살인자들의 섬』과 『미스틱 리버』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데니스 루헤인이 2012년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데니스 루헤인은 이 소설로 2013년 에드거 상을 수상했으며, 조만간 벤 애플렉이 감독을 맡아 영화로 제작한다고 합니다. 금주법이 오히려 어둠을 불러왔던 1920~1930년대의 미국을 어떻게 그려낼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밤 얘기다. 우린 밤에 취했어. 낮에 살면 낮의 규칙에 따라 살겠지. 우리는 밤에 사니까 밤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디온? 실제로 우리한텐 규칙 자체가 없어." (p.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