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 비포 유 ㅣ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으로 인해 변해가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 당신도!
당신은 꽤 잘 나가고, 꽤 활동적인 사람입니다. 평일엔 유능한 사업가이고, 주말엔 여행 안내서에 나오는 이 산 저 산을 돌아다니거나 모래사장에 누워 뜨거운 볕을 즐기고, 바이크를 탑니다. 그랬던 당신인데,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사고'로 인해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것은 런던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윌 트레이너의 이야기입니다. 여자 친구와 주말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그는 비 때문에 바이크 대신 택시를 타기로 합니다. 건너 편에 서 있는 택시를 타기 위해 뛰는 순간, 무언가 엄청난 것이 그에게로 와 부딪힙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 그는 손목만 살짝 움직일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 활동적인 그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정말 죽고 싶을만큼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의 처지는 죽음 조차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번에는 27살 루이자 클라크의 이야기입니다. 성 아래 마을에 사는 클라크는 한번도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고, 7년 동안 성 아래 카페에서 홍차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카페 주인은 세 달치 월급을 챙겨주며 내일부터는 카페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부모님과 똑똑한 여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집안에 보탬이 될만큼의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은 오직 그녀 뿐이라 눈앞이 캄캄합니다. 대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6개월짜리 계약직 간병인 제의가 들어옵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과 집안 상황 때문에 떠밀려 내키지는 않지만 간병인 자리를 수락합니다.
클라크가 간병을 하게 될 사람이 바로 트레이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간병인 경험이 없어서 힘든데, 트레이너는 오랫 동안 아팠던 사람 특유의 차가움과 신경증을 클라크에게 표출합니다. 집안 상황이고 계약이고 당장 때려 치우고 싶었지만 클라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트레이너의 간병을 계속하게 됩니다.
사실 트레이너가 그토록 차가웠던 이유는 클라크 때문이 아닙니다. 클라크가 오기 전, 그는 부모님에게 약속을 하나 받아 냈습니다. 6개월 후에는 자신을 스위스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 고통뿐인 생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클라크의 간병인 자리가 6개월짜리 계약직이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이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클라크는 간병인을 그만 두려고 했지만, 트레이너가 결심을 고쳐 먹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일단은 트레이너가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외출도 하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기도 합니다. 늘 차갑기만 했던 트레이너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웃는 날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돌리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반대로 트레이너가 클라크를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이 마을을 완벽하게 떠난 적이 없었던 클라크, 항상 집안 사정을 생각하느라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클라크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떠나고 시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것입니다. 덕분에 클라크는 처음으로 콘서트도 보러 가고, 도서관이라는 곳에 가서 책도 있고, 대학교에 원서를 넣기도 하고, 여행을 떠날 계획도 세웁니다.
비록 상황과 취향이 너무나도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 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당신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이제야 간신히 자기 자신의 잠재성을 깨닫기 시작한 어떤 사람. 그게 날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당신은 아마 꿈에도 모를 겁니다. 당신이 나한테 얽매이는 건 바라지 않아요. 진료 예약이며 내 삶에 부과된 온갖 제약들에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놓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여기서 끝내야만 해요. 더는 휠체어도 싫고, 폐렴도 싫고, 타는 듯한 팔다리도 싫습니다. 통증이나 피로감도, 아침마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잠을 깨는 것도 이젠 싫어요. 우리가 돌아가면, 난 스위스로 갈 겁니다. 그리고 날 사랑한다면, 클라크, 당신 말처럼 날 정말 사랑한다면, 나와 함께 가준다면 나로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을 거예요.
내가 바라는 끝을 줘요." (p.472~475, 윌 트레이너)
"엄마? 내가 윌한테 진 빚이 있어요. 그 빚을 갚으려면 가야만 해요. 누구 때문에 내가 대학에 지원했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내 인생에서 의미를 찾도록,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도록, 야심을 갖도록 용기를 줬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걸 바라보는 내 생각을 바꿔놓은 사람이 누구 같아요? 심지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졌는데? 다 윌 덕분이라고요. 저는 내 평생의 27년 세월보다 지난 6개월 동안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았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한테 스위스에 와달라고 하면, 그래요, 난 갈 거예요. 결과가 어떻든." (p.511, 클라크)
『Me Before You』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사지가 마비된 남자와 그를 간병하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상황을 통해 나의 상황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들보다 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극복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Me Before You』의 저자 조조 모예스(Jojo Moyes)는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가라고 합니다. 사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서 읽기 전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만약 저처럼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라고 그냥 덮어두려 한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울컥했던 제 마음이 더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반갑게도 조만간 살림 출판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