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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아렌트를 이해하려면 있는 그대로 보고, 사유하고, 사랑하라!
한나아렌트센터 선임 연구원인 사만다 로즈 힐이 2021년에 발표한 『한나 아렌트 평전(Hannah Arendt)』은 한나 아렌트의 생을 따라가며 그녀의 저작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녀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나 아렌트는 1906년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당시 유대인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며 자랐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과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자리를 잃어야 했으며,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수용소를 탈출해 뉴욕으로 건너간 아렌트는 미국인 가정의 가사 도우미로 일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한나는 자신이 경험한 전체주의와 유대인 문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상을 펼쳤으며 그로 인해 많은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나에게 유대인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 문제였다. 한나는 유대인에게 고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유대 민족 국가 건립은 반대했다. 한나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랐다. 157쪽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이스라엘에서 열린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었다. 그동안 한나는 '악의 급진성(칸트가 최초로 사용한 표현으로, 인간은 본성적으로 악이 되고자 한다는 뜻을 담고 있음)'을 주장했는데 실제로 아이히만을 보고 나니 악의 급진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평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은 엄청난 오해를 낳았다. 그녀는 이 말에 대해 오해를 풀려고 몇 년 동안 강의와 에세이, 기고문을 통해 해명해야만 했다.
한 가지 오해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평범이란 단어를 어디에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렇지만 제 말은… 저는 그런 의미로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의 안에 아이히만이 있다는 뜻, 그러니까 개개인 모두의 안에 아이히만이 있고 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전혀요! 이를테면, 제가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데 이 사람이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제 반응은 이래요. "정말 어이가 없군요." 그러니까 제 의도는 이런 의미였어요. 237~238쪽
재판에서 보여진 아이히만은 바보처럼 보였지만 아이히만은 바보가 아니었다. 단지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상상하는 능력인 포괄적 상상력이 결여"(238쪽) 되어 있었을 뿐이다. 한나는 평생 사유의 힘을 믿었는데, 만약 아이히만이 사유할 수 있었다면 아이히만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가담한 자들과 저항을 선택한 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답은 '사유'였다. 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사유라는 것을 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가치 체계를 가졌거나,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체주의 이전의 판단 척도를 여전히 따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들은 어떤 행위를 저지른 후 지금처럼 평화로울 수 있을지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동행'을 거부한 사람들은 스스로 사유한 사람들이었다. 240~241쪽
한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사유의 힘'을 말하고 싶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의 평범성'에만 주목하고 정작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에는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수많은 저작들 가운데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이해하고 싶어서 한나와 아이히만과 관련된 여러 편의 영화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한나 아렌트 평전』 한 권을 통해 이렇게 속시원히 해결되다니. 이 책을 발견했을 때 한나 아렌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반가웠지만, 그녀가 쓴 대부분의 저작들을 읽지 못한 상태라 그녀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저 기우였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주저했던 그녀의 다른 저작들도 빨리 읽고 싶어졌다.
그녀 곁에는 늘 논란이 따라다녔다. 그녀가 자신의 사상이 담긴 책들을 발표할 때도 그랬고, 하이데거와의 파격적인 행보가 밝혀졌을 때도 그랬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누구보다도 똑똑해 보이는 그녀가 왜 이런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일까'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삶이 이해됐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했을 뿐이라는 것을.
"정치를 논하는 작가는 이 세계를, 인간사가 뒤얽힌 이 세계를 사랑한다."
이 세계를 사랑한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혹은 한나의 표현에 따르면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똑바로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모르 문디는 한나가 『인간의 조건』 서문에 적은 "멈추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구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비켜서서 균형감과 사유를 위한 고독의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생각 안에서 자아 성찰의 한 형태를 볼 수 있다. 이 세계를 사랑하려면 먼저 이 세계를 살펴야 한다. 한나에게 그것은 나의 경험을 들려주려면 그 경험과 약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214~215쪽
한나 아렌트에 대한 최고의 안내서! 이 책에 붙은 찬사들은 진짜였다!
아렌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아렌트의 일생과 사상을 간략히 만나 볼 수 있는 입문서로서, 힐의 『한나 아렌트 평전』은 꼭 필요할 때 출간되었다. 아렌트의 일생과 사상을 따라가다 보면, 사유란 곧 역동적인 행위 중 하나임을 알게 된다. 아렌트는 우리와 함께 생각하는 동반자로서, 지금 반드시 읽어야 할 존재다.
_Women's Review of Books
힐은 각 장마다 아렌트 저서의 핵심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아렌트의 저서와 정치사상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힐의 『한나 아렌트 평전』은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다.
_Spiked
책에 붙은 외국 매체의 찬사를 신뢰하지 않는데 이 책은 진짜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세기의 한나 아렌트 사상이 왜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나는 이 책을 통해 하이데거의 행보와 발터 벤야민의 죽음을 알게 돼서 놀라웠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한나의 말대로 우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눈앞에 놓인 것과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나가 살던 시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이 한계를 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309쪽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