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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공간의 재창조 - 업무 공간의 틀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
제레미 마이어슨.필립 로스 지음, 방영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평점 :
당신의 사무실은 당신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
지난해 네이버가 5000억을 들여 신사옥을 지었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원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을 사옥을 짓는데 투자한 것인데, 네이버는 신사옥 입주를 연기하고 당분간 재택근무를 연장한다고 했다. 비단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애플, 구글, 우버와 같은 글로벌 기업 역시 코로나19 시대는 끝났지만 사무실 복귀 계획을 보류하고 있고, 아마존은 사옥에 4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맞이한 재택근무, 하지만 재택근무를 끝내고 예전처럼 사무실로 복귀하는 데는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의 낡은 방식을 버리려면 익숙한 사무실 개념으로 되돌아가려는 태도와 관념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경험을 원하고, 목적을 가진 채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에 힘입어 그와 관련된 새로운 규범과 개념을 창안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 제안과 넛지를 해주는 직장 앱의 기능, 혼재성의 효과에 발맞춰 다양한 필요와 니즈를 인식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여정이 펼쳐질 것이다. _310쪽
『일과 공간의 재창조』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공간 디자인 명예교수인 제레미 마이어슨과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과 일하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필립 로스(『에브리맨』을 쓴 작가 필립 로스가 아니다.)가 함께 쓴 책이다. 그들은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업무 공간과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보여주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현재의 업무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업무 공간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구조가 있다. 그 공간을 처음 방문한 사람도 공간의 지위 체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상 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직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와 어떻게 통화를 하고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구조. 효율성은 있을지 모르나 자율성이나 독립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우리 팀에는 업무적으로 통화를 할 때도, 심지어 어떤 내용으로 통화를 해야 하는지 지시를 받은 경우에도, 개방된 자신의 자리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서 통화를 하는 직원이 있었다. '콜 포비아'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개방된 장소에서 통화하기를 꺼려 하는 직원들을 종종 보곤 했다. 나 역시 개방된 장소에서는 무언가를 드러내놓고 하는 게 꺼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일상적인 것이 아닌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개방형 사무실은 생산성을 줄이고 기억력을 감퇴시킨다고 밝혀졌다. 게다가 높은 이직률과도 관계가 있으며, 직원들이 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고, 사내 갈등이 심해질 뿐 아니라, 의욕이 떨어지고 개인 공간이 부족해서 불안정한 느낌을 받게 하기 때문이다. _203~203쪽
인터넷과 스마트 기술의 발전으로 업무를 도와주는 툴들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지만, 업무 공간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과거에도 앞서나갔던 기업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멍청한 컨테이너 박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은 우리가 하는 것이지 우리가 가는 장소 그 자체가 아니다. 직원들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무 공간에서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업무 공간에 있어서 10가지 흐름을 소개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멍청한 컨테이너 박스'가 사라진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사교 공간
건강에 좋은 공간
감각을 살리는 공간
목적을 일깨우는 공간
탄력적인 공간
개인화된 공간
맥락회된 공간
디지털 공간
소비자화된 공간
공유 공간
업무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현대적 사무실의 기본 요건들이 재해석될 것이다. 앞으로 업무 공간은 활동 중심의 원칙에 맞춰 디자인되고, 클러스터에 기반한 장소(특정 작업이나 활동을 하는 개인들이나 그룹을 위한 공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더해 공간의 목적이 정립되고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디자인에 다양성과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_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