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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이 즐거운 영화에는 귀도 즐거운 음악이 있다. 비록 눈이 즐겁지 않은 영화라고 하더라도 음악 때문에 기억에 남는 영화가 종종 있다. 영화를 만드는 조물주 같은 사람이 감독이라면, 영화에 생명을 불어 넣는 사람은 음악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에서 음악은 감독과 배우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멋진 음악 때문에 몇 번씩 다시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일부러 OST를 구입해서 몇 번씩 들을 때도 있다. 요즘 내가 매일 듣고 있는 음악도 바로 영화음악이다.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바로 <이웃집 토토로>에서 흘러나왔던 발랄하면서도 신비로운 음악들이다. 대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처럼, 이슬비가 내리는 소리처럼 가슴에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음악들. 자연을 중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한 음악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다.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바로 일본의 작곡가 '히사이시 조'이다. 1984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영화음악을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는 <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수많은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영화음악가로서의 그의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이라는 무대를 넘어서 <웰컴 투 동막골>, <태왕사신기>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아시아를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의 음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클래식처럼 웅장하지만 절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클래식 음악처럼 그 곡이 그 곡 같은 것이 아니라 각 음악마다 멜로디가 살아있다. 쉽게 흥얼거리며 따라할 수 있다.
이런 멋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통해 그를 들여다보면서 그에게 더욱 놀라게 되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런 음악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럽다. 보통 대중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1~2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새로운 앨범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모차르트가 그렇게 많은 곡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클래식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한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앨범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은 그의 손이 요술방망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신의 명이 된다면 90세가 넘도록 작곡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그,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누가 이렇게 물으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 곡을 쓰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p.18)
2008/03/01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