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책중독자의 장기 프로젝트였던
밀란 쿤데라 전집(전15권) 함께 읽기에 이어
새롭게 도전하는 프로이트 전집(전15권) 함께 읽기.
그동안 책중독자 모임에서도 여러 번 추천됐던 프로이트지만
늘 책 선정 투표에서 호응이 적어서 함께 읽을 수 없었던 책.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프로이트 전집 시리즈 개정판이 나왔고,
마침 도서를 지원해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정말 프로이트를 읽고 싶어했던 멤버들과 함께
소수 정예로 프로이트 전집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프로이트 책은 이미 몇 권 가지고 있지만
번역도 오래됐고 출판사마다 제각각이라서 소장하는 재미가 없었는데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도 있지만
아예 전부를 새롭게 번역한 것도 있어서,
(읽기도 힘든 책을 개정이라니.)
게다가 전집 덕후인 나에게는 딱인듯.
1권부터 차례대로 클리어하고픈 마음이 샘솟는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14/pimg_7465911442763224.jpg)
열린책들에서 나온 프로이트 전집의 1번이자 프로이트 입문서로 알려진 『정신분석 강의』
보통 전집들은 1권부터 차례대로 읽는 걸 선호하는데, 특히 이번에는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무엇을 하든 사람 심리를 공부하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교양수업 외에도 심리학 수업을 몇 번 찾아들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나서 심리학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다.
(모르는게 약이었지.)
특히,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의할 수가 없었는데
"이 아저씨는 뭔데, 내 마음을 다 안다는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지금도 어떤 분석 틀을 가져와 나를 분석해준다고 하면 너무 싫다.
그런데 나는 왜 프로이트를 읽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반발심이 있었기 때문에 읽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고전이 된 책인데, 뭔가 있을거야.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나를 한번 설득해 보시오."
이런 마음이었던거지.
『정신분석 강의』는 총 28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직 4강까지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워밍업 같은 느낌의 1강 서론 부분이 가장 좋았다.
(내 강의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빨리 수강 정정하시오. 이런 느낌.)
왜냐하면 나처럼 정신분석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당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귀를 뾰족하게 세우고 덤빌 준비를 했을텐데,
지금은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내 강의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빨리 수강 정정하시오. 이런 느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14/pimg_7465911442763225.jpg)
정신분석은 그것이 표방하고 있는 두 가지 원칙 때문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었고,
그로 인해 그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세상 사람들의 지적인 편견과 충돌하고,
또 하나는 심미적, 도덕적 편견과 어긋나는 것입니다.
(…)
이러한 편견들은 정서적인 힘들에 의해서 고착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싸우는 것은 아주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분석 강의』, 24~25쪽
그는 사람들이 정신분석에 대해 가장 반감을 가지는 이유 두 가지를 꼽고 있다.
1. 우리의 정신 활동이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무의식적이라는 것.
의식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사실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2. 성적 충동이 신경증이나 정신 질환을 불러일으키는 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
내가 가장 반감을 가졌던 주장도 바로 이것이다.
여러분이 이제까지 받아 온 교육의 모든 경향이나 여러분의 모든 사고방식은
불가피하게 여러분을 정신분석학에 대한 반대자로 만들어 갈 것이며,
이러한 본능적인 적대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이겨 내야만 하는지
여러분에게 주지시켜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신분석 강의』, 16쪽
그는 일반적인 치료와 달리, 정신분석적인 치료는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지만
편견을 갖지 말고 잘 들어달라고 당부한다.
정신분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질 법한 의문을 그는 꿰뚫어보고 있었나보다.
심지어 표지 속 그의 눈빛도 그런 눈빛이다.
프로이트가 저런 눈빛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어서 열심히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