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주 한 잔 합시다
유용주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라는 작품으로 접했던 작가 유용주는 그리 대단하지도 유명하지도 않는 시인이다. 내가 시를 즐겨 읽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여행기, 시 감상, 작품 감상, 일상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수필이다. 정말 친구를 만나 소주 한 잔하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솔직하고 진솔하여 작가를 아주 많이 아는 것 처럼 친해진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첫 장부터 아주 진한 첫사랑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자신의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 막노동으로 살아온 고달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제 2부의 아름다운 것은 독한 벱이여에서는 배를 타고 두바이로 떠나는 승선일기가 나오는데 사실적이고 객관적이어서 나도 꼭 배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3부에서는 일상에서 느끼는 간단한 메모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런 메모들이 시의 모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부에서는 시에 대한 감상이 주를 이룬다.  감동적으로 읽은 시나 그가 존경한 작가와의 기억, 추억, 예찬 등이 나타난다.

이 작품을 통해 수필의 모든 방법을 배운 것 같다.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들도 많다. '찰스 부코우스키 아저씨께'는 편지 형식으로 감상문을 쓸때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고, 승선일기는 기행문의 모범이 될 것 같다. 또 독창적이고 신선한 문구들이 많다.

1.[바다가 가득 담고 있으면서도 넘치지 않는 이유는 가슴속 어딘가에 약간씩 비워두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 쓰지 않고 다 소모하지 않고 조금씩 비축해두는 곳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리라. 다 쓰지 않고 비축해두고, 다 먹지 않고 조금 남겨두고, 다 보여주지 않고 조금 숨기고, 다 드러내지 않고 조금 감추고, 염려하고 위로해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2.밤배는 바다 연못에 핀 연꽃이었구나. 만다라였구나.

3.날치는 잠자리 같고 파랑새 닮았고, 날아갈 떄는 종이 비행기처럼 가뿐하다

시인의 글이라 어디를 봐도 비유적이다. 정말 좋은 표현들이 많다.

4.아침햇살에 우윳빛 탱크 다섯 개가 빛난다. 저렇게 크고 빵빵한 젖가슴(!)은 처음 본다 

5.저녁노을, 구름이 아시아, 유럽, 러시아 지도를 차례로 만들면서 졌다.

6.무릎 꿇는 자리에 새싹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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