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뉴스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기업, 재벌들의 이야기는 그냥 남의 이야기였다. 왜 저렇게 돈을 가지고 싸울까? 또는 그냥 돈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서 좋겠다 정도로 생각했었다.

별로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같은 내용인데 소설로 읽고 나니 화가 난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허울 좋은 문화 사업이나 기부나 사회적 환원 등등은 모두가 가식이었고 탈법 및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얇은 수완일 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돈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흘러가는지 대충 맥이 잡힌다. 

일광기업이라는 대기업을 놓고 그 속에서 정말들 열심히 살아가는 회장이며, 박재우, 강기준, 윤성훈 등등의 사람들의 행태를 볼 수 있다.  

회사 직원들에 대한 사랑이나 고마움은 전혀 없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회장의 모습도 깜짝 놀랐다. 자기 혼자만 잘 살겠다고 '구구팔팔이삼사(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앓고 떠난다)'라는 구호를 외치지 않나, 일본의 어느 회장이 썼다는 젊은 여자의 기를 받는 목욕탕을 생각하는 장면도 기가 찼다. 또한 노조에 대해서 회사를 엎어먹자는 불한당 패거리라고 생각하고 회사의 모든 것이 내 것이고, 그 누구도 내 재산에 손끝 하나 댈 수 없다는 오만함은 정말 치가 떨릴 정도이다.  

그 밑에서 회장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분당, 파당, 아부, 아첨도 볼 만하다. 어찌나 열심히들 일을 하는지 안쓰러운 정도이다. 공무원을 찾아가 로비하고, 술자리에서 로비하고, 뛰어난 기획으로 탈법을 조장하고, 회장을 설득시킨다. 그리고 어떠한 일도 모두 돈으로 해결한다. 신문의 기사나 대학의 임용도 모두 돈으로 해결이 된다.대기업이 광고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신문사도 입바른 소리를 하지 못한다. 대기업에게 잘못 보이면 광고를 내지 않으니 기업에게 유리하도록 기사를 실는다. 대학도 대기업이 후원을 받지 못하면 안되기 떄문에 대기업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교수는 기업이 대학을 압박하여 맘대로 그 임용권을 박탈할 수 있다.

이에 대항하는 시민단체의 모습은 정말로 개미처럼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강해진다.

돈 앞에서 인간이란 허약하기 짝이 없는 군상이지요. 고깃덩어리를 본 굶주린 하이에나 떼라고 해야 할 겁니다. 돈에 팔려 동료들을 배신하며 거짓증언을 한 사람도 나쁘지만, 더 나쁜 건 거금을 미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유혹해 그런 것을 시킨 자들이지오(367쪽)

1,2억 정도는 우스워서 증거인에게 돈을 주고 매수해서 재판을 뒤엎고 승소를 얻고 그나마 약소한 재판 결과에 대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금방 풀려나는 솜방망이 처벌밖에는 내려지지 않는다.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난다. 

하지만 우리의 영웅 허민 교수와 변호사 전인욱은 시민단체 경제 민주화 실천연대를 통해 계속 법적 고발과 법적 투쟁을 한다.감시, 감독하며 시민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이러한 시민단체가 많을수록 사회가 깨끗해지고 정의로워지고 민주적이 되는 것이다. 계속 말하고 계속 시정을 요구하고 법적으로 투쟁한다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일지라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올 여름에 한 연수에서 조정래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어찌나 강경하고 거침이 없던지 그 말씀하시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의 독설이 마치 욕쟁이 할머니에게 욕을 듣는 것처럼 부끄러워지면서 속이 시원해졌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을 준다. 독자들에게 너희들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렇게 썩어 문들어진 사회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 화두를 던지고 있다. 

대기업의 비리, 부정부패, 비자금 등에 대해 생각할 때 꼭 같이 읽고 함께 이야기 해 볼 만한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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